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56화
용마족의 마을(6)
-부우우우…….
커다란 야쿰이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이런 울음소리는 경고의 의미를 나타낼 때도 있지만, 지금은 경고가 아니라 조심스러운 인사에 가까웠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에게, 약간의 경계심과 호기심을 담아, ‘왜 왔어?’라고 묻는 느낌?
큰뿔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아주아주 친근한 태도라고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인 녀석의 태도에 조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안녕.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임시현’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부우우.
“내가 지내는 곳에 너희들의 똑같은 친구들이 많이 있거든. 그 친구들 이야기 좀 들어볼래?”
녀석에게 내가 돌봐주고 있는 야쿰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내 말을 잘 알아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은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야기를 해주는 동안 자연스럽게 교감 능력이 발동됐다. 신기하게도 야쿰에게 느껴지는 경계심이 거의 다 사라지고 있었다.
꽤 길었던 농장 이야기가 끝나고.
주변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음을 느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과감하게 야쿰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농장의 야쿰들에게 해주듯 녀석의 털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처음 내 손길이 느껴졌을 때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금방 익숙해져서 편안한 울음소리를 냈다.
-부우우우…….
“기분 좋지? 농장에 있는 녀석들도 매일 쓰다듬어달라고 난리거든. 너는 처음 만난 기념으로 특별히 해주는 거야.”
-부우우. 부우우.
녀석은 나에게 몸을 들이밀며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기분이 좋아지면 보여주는 야쿰 특유의 애교였다.
무리의 우두머리라 큰뿔이처럼 경계심이 심하고, 반응이 딱딱할 줄 알았는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순하고 사교적이었다.
“하하! 이 녀석 완전 애굣덩어리네!”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우두머리 야쿰의 애교를 마음껏 받아줬다. 녀석이 나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털어내자, 다른 야쿰들도 하나씩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슬금슬금 다가와 냄새를 맡기도 하고, 약하게 툭툭 내 몸을 건드려 보기도 했다. 한순간에 내 주변을 둘러싸며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쯤, 무리 안쪽에서 작은 크기의 야쿰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무우?
농장의 야쿰 세 남매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이는 녀석이었다. 작은 야쿰은 어른들의 뒤에 숨어 땡글땡글 한 눈으로 나를 살폈다.
너무나도 귀여운 모습에 세 남매 생각도 나면서, 입가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생겨났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작은 야쿰을 향해 손짓했다.
“작은 친구야. 이리 와봐. 나랑 인사해 줄래?”
-무우?!
작은 야쿰은 나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어른들의 뒤로 숨어버렸다.
괜히 놀라게 했나 싶어서 뻘쭘한 모습으로 있는데…….
-빼꼼.
다시 작은 야쿰이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나를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을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작은 야쿰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편안한 자세로 느긋하게 기다렸다.
작은 야쿰과 내가 밀당을 하는 사이.
이 상황을 지켜보던 용마족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멀리서 봤을 때는 야쿰 무리가 몰려들어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발레리안 님! 카디스 영주님이 야쿰 무리에게 완전히 포위당했습니다. 지금 당장 도와드리러 가야 합니다.”
위급한 상황이라 생각한 디우르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발레리안은 흥분한 그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아마도 위험한 상황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쪽에서 섣불리 움직이면 오히려 야쿰들을 자극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오히려 시현 씨가 더 위험해질 수 있어요.”
“…….”
“조금만 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봅시다. 야쿰에 관한 일이라면 마계에서 가장 특별한 능력을 갖춘 분이니까요.”
“끄응…… 알겠습니다.”
디우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발레리안의 말대로 기다리는 대신, 전사들이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대기시켜 두었다.
흥분한 디우르를 말리긴 했지만, 발레리안도 초조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걱정이 가득한 눈동자로 멀리 야쿰이 모여 있는 곳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