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58화
혼돈의 용마족(1)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와서인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갑자기 왜 그런 짓을…….”
하르간과 전사들.
그들이 마을에서 인정받는 뛰어난 실력이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야쿰 무리를 쉽게 생각한다는 건 명백히 오만방자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만만한 상대였다면 애초에 마왕성에서 골머리를 앓지도 않았을 거다.
아무리 무리에 상처 입은 야쿰이 많다고 해도 야쿰은 야쿰! 마계에서 최상위 마수로 분류되는 존재다. 단순히 자신감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거죠? 야쿰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디우르도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가 당황스러움에 할 말을 잃고 있을 때, 발레리안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를 시도했다.
“촌장님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네, 이곳으로 오기 전에 가장 먼저 보고드렸습니다.”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이시죠?”
“일단 마을에서 가장 발 빠른 자들을 뽑아 그들을 뒤쫓게 했습니다. 그들을 통해 무리한 습격을 멈추라 전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 촌장님의 명령도 무시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렇겠죠. 촌장의 결정에 계속 불만을 품고 있었으니까요.”
하르간이 촌장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뿐만 아니라, 마을에 있는 모든 주민이 알고 있었다.
그의 반항적이고 무례한 태도에 애써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이야…….
“그리고 하르간의 뒤를 쫓을 인원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악의 결정을 내렸어도 마을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전사들입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전사들이 장비를 챙기고 있습니다.”
하르간의 행동이 단순한 항명 사태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최근 며칠 동안 내가 야쿰들과 지내며 공들인 것이 전부 물거품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이곳에 자리 잡았던 용마족들의 터전도 안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심각한 상황에 발레리안은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심각한 상황인 만큼. 저와 마왕성에서 온 병력들도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같이 갈게요.”
나도 합류 의사를 밝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레리안의 눈에서 잠시 고민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합류를 허락했다.
우리의 적극적인 태도에 디우르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는 전사들의 준비를 금방 끝내겠다며 먼저 방을 나섰다.
방 안에 남은 우리도 떠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으려 움직이는 나의 팔을 리아네가 붙잡았다.
“시현 님! 저도 따라가게 해주세요.”
“리아네 씨?”
“제발 부탁드릴게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강한 집념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디우르가 도착하기 전에 그녀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아마도…… 제 아버지인 것 같아요.
리아네는 야쿰을 공격했던 용마족의 정체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밝혔다.
나는 그녀와 아버지 사이에 어떤 복잡한 사연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를 데려가는 게 옳은 것일까?
아니면 데려가지 않는 게 옳은 것일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알았어요. 리아네 씨.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