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0화
혼돈의 용마족(3)
불만 가득한 표정의 마족과 불꽃을 휘감은 고양이.
둘은 폭주하던 야쿰을 막아내며 투덜거렸다.
“사장님! 수호신님!”
카네프는 내 쪽을 힐끗 바라보며 무심하게 물었다.
“괜찮냐?”
“저는, 괜찮아요.”
“쯧…… 네가 야쿰에게 공격당할 정도면,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는 뜻이겠지?”
“네. ‘가스트라’라는 용마족 때문에 모든 야쿰이 폭주하고 있어요. 거기다 리아네 씨가 그 용마족과 싸우는 중이에요.”
“가스트라…… 역시 그 녀석이었나.”
카네프는 ‘가스트라’에 대해서 이미 아는 것처럼 반응했다.
-부우우우우!
「둘 다 노닥거리지 말고 빨리 도와라냥! 이 녀석이 또 날뛰려고 한다냥!」
움직임을 저지당해 쓰러졌던 야쿰이 불꽃과 사슬에 휘감긴 상태로 다시 일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본 카네프가 징글징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지긋지긋한 녀석들이랑 또 싸워야 한다니…….”
그가 손을 휘두르자 수많은 사슬이 생겨나며 야쿰을 노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 어떻게 할까? 영원히 못 일어나게 만들면 돼?”
“아, 안 돼요!”
-무우우우!
카네프의 살벌한 발언에 나와 작은 야쿰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설마 제풀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상대해 주라는 건 아니겠지?”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원래대로 돌릴 수 있어요. 이 녀석도 제가 원래대로 되돌려놓은 거예요. 사장님이 도와주시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이 자식 봐라. 이 무지막지한 녀석을 잠시 붙잡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제발 부탁드릴게요, 사장님.”
-무우우. 무우우.
“아으으, 진짜!”
나와 작은 야쿰은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했다. 카네프는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시현 씨, 카네프 님!”
“카디스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가스트라의 공격에 휩쓸렸던 발레리안과 디우르가 이곳으로 달려왔다.
카네프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거기 용마족. 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너희 전사들이나 도와주러 가. 그쪽이 더 상황이 급해 보이니까. 발레리안 너도 마왕성 병사들을 이끌고 지원해라.”
“아…… 알겠습니다.”
“그럼 시현 씨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카네프는 치즈 냥이에게도 말을 걸었다.
“어이, 길고양이.”
「캬악! 나는 길고양이가 아니다냥!」
“내가 시현과 야쿰을 원래대로 돌리는 동안, 너는 저 녀석들 좀 도와줘라. 너를 섬기는 녀석들이니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냥.」
-화르르륵!!
돌연 주변에 붉은 불꽃이 일어나더니 치즈 냥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불꽃은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게 빛났다.
-화아아악.
-크릉.
잠시 후.
강렬했던 불꽃이 점차 사그라들고.
“어…… 어…… 어엇?”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귀여운 치즈 냥이가 아닌, 불꽃을 휘두른 거대한 맹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정말 호랑이를 닮은 늠름한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모든 힘을 꺼냈지만, 나 혼자서 야쿰을 막아내는 건 한계가 있다. 서둘러야 할 거다.」
“걱정하지 마. 나도 귀찮은 일은 얼른 해치우고 온천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니까.”
「그럼 부탁한다, 시현.」
“예…… 알겠습니다, 수호신님.”
거대한 맹수는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용마족 전사들을 돕기 위해 몸을 날렸다.
“우리도 시작해 볼까?”
“네, 사장님.”
“상대한 야쿰 한 마리당 술 한 병씩 용마족에게 받아야겠어. 잔뜩 받아서 밤새 온천에서 마실 거다.”
카네프는 개인적인 욕망을 드러내며 사슬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핀잔을 줬을 텐데, 지금은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촤르르르륵!
-부우우우!! 부우우우!!
카네프가 사슬로 야쿰을 묶으면 내가 다가가서 내면에 파고든 붉은 사슬을 제거했다. 다행히 야쿰들은 붉은 사슬을 제거하자마자 난폭한 행동을 멈췄다.
우리가 야쿰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동안, 용마족 전사들은 아직 폭주하는 녀석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화르르르륵!
-부우우! 부우우!
「물러서라. 녀석들은 내가 맡는다!」
늠름한 모습으로 변한 치즈 냥이의 활약 덕분에 야쿰들은 쉽게 공격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수호신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모두 힘내라!”
“조금만 더 버텨!”
처음에는 야쿰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형세였는데, 정상으로 돌아오는 야쿰이 많아질수록 비등비등해지기 시작했다.
“으윽……?!”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힘없이 쓰러지는 나를 보고 카네프가 당황하며 물었다.
“괘, 괜찮아요. 계속 능력을 사용하느라 조금 무리해서 그래요.”
“진짜 괜찮은 것 맞아? 얼굴이 벌써 새하얗게 질렸는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나의 몸 상태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야쿰을 폭주하게 만든 붉은 사슬을 흡수할 때마다, 온몸에서 격렬한 거부 반응이 올라왔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에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꺼림칙함이 온몸을 뒤덮었다.
흡수하는 붉은 사슬이 늘어날수록 이런 증상은 더더욱 심해졌다. 여기서 더 무리하면 혹시 죽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아직 폭주하는 야쿰들은 많이 남아 있었고, 용마족 전사들은 목숨을 바쳐 막아내고 있었다.
“저는 괜찮으니까. 얼른 가요. 빨리 나머지 야쿰들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해요.”
“으휴! 그놈의 고집은…… 알았다.”
나는 카네프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다음 야쿰을 향해 움직이려던 그때.
-찌이이이잉!!
-콰아아앙!!
어디선가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며 파도처럼 퍼져 나왔다. 아까 허공에 균열이 생겨났을 때와 비슷한 기운이었다.
느껴지는 폭발의 여파가 얼마나 대단한지, 폭주하던 야쿰들도 잠시 움직임을 멈출 정도였다. 카네프 역시 뭔가를 감지하고 행동을 멈췄다.
“이 기운은…….”
“가스트라 그놈이 틀림없군.”
기운이 퍼져 나온 방향이 아까 리아네 누님이 사라진 방향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불길함을 느끼며 카네프에게 말했다.
“사장님! 그 용마족을 리아네 씨 혼자서 막아내고 있어요. 지금 위험한 상황일지도 몰라요.”
“으음…….”
카네프는 순간 멈칫하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폭주하는 야쿰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는 상황. 여기서 리아네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움직이면, 야쿰에게 완전히 밀려 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여기에 있는 많은 사람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페스투나 마을도 위협받을 수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때.
-부우우우!
-부우우우!
정상으로 돌아왔던 야쿰들이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용마족 전사들이 아니라, 폭주하는 야쿰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막아섰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놀라고 있을 때, 작은 야쿰이 나에게 다가와 울음소리를 냈다.
-무우우.
“설마 네가 한 일이야?”
-무우! 무우!
작은 야쿰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녀석은 정상으로 돌아온 야쿰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알려준 모양이었다.
“정말 잘했어. 고마워!”
-무우우.
작은 야쿰의 활약 덕분에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용마족 전사들도 훨씬 여유가 생겨 부상자들을 챙기고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게 됐다.
“시현 씨, 카네프 님!”
멀리서 마왕성 병사들을 지휘하던 발레리안이 우리에게 외쳤다.
“여기는 당분간 괜찮으니까, 리아네 양을 도와주러 가주세요!”
뒤이어 맹수 모습의 치즈 냥이와 디우르도 말을 이었다.
「여기는 이제 괜찮다. 너희들의 동료를 도와라.」
“저희를 대신해 가스트라를 꼭 해치워주십시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카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부터 나는 가스트라 놈을 해치우러 간다.”
“꼭 이겨서 리아네 씨를 구해주세요, 사장님!”
카네프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대뜸 짐을 들어 올리듯 나를 어깨에 짊어졌다.
“으악?! 왜, 왜 이러세요?”
“미안하지만 너도 같이 가야 해.”
“예? 저, 저도요? 저는 방해만 될 것 같은데…….”
“내가 가스트라를 상대하는 동안, 너는 리아네를 상대해야 하니까.”
“……??”
“꽉 잡아. 조금 빠르게 움직인다.”
“잠깐만요. 그게 무슨…… 으아악?!”
순간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고, 엄청나게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나의 비명은 흩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