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2)화 (262/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2화

혼돈의 용마족(5)

-콰콰쾅!!

-콰앙!!

카네프와 가스트라 사이에 눈으로도 쫓기 힘든 속도의 공방이 이어졌다.

일반인이 보았을 때는 약간의 번쩍임과 흐릿한 잔상만이 보일 정도였다.

이전에 리아네가 보여줬던 전투가 서로의 화력을 최대한 폭발시키는 양상이었다면, 지금은 최대한 절제된 공격으로 서로의 약점을 빠르게 노렸다.

용호상박! 백중지세!

서로 우열을 쉽게 가릴 수 없는 승부가 길게 이어진 끝에. 아주 미세하게나마 먼저 우위를 점한 쪽은 가스트라였다.

“조금 전만 해도 잘난 척 입을 놀리더니. 이제는 전혀 그럴 여유가 없어 보이는군? 과거에 그 오만했던 검은수리 단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야!”

“싸우는 중에 쫑알쫑알 더럽게 말 많네. 누가 보면 벌써 나를 때려눕힌 줄 알겠어?”

“말은 그렇게 해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이 싸움에서 단 한 번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직 본래의 힘에 절반도 안 꺼내놨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치워.”

“하하하! 그렇다면 빨리 힘을 꺼내놓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랬다가는 농장이 아니라 저세상에서 느긋함을 즐기게 될 테니까.”

카네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그의 자신만만한 언행과는 별개로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여기에 오기 전에는 임시현이 야쿰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을 도왔고, 연이어 리아네를 제압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카네프는 꽤 많은 힘을 소모했다.

거기다 리아네를 제압하기 위해 지속해서 힘을 소모하고 있는 데다가, 무방비 상태인 임시현을 보호하면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눈치 빠른 가스트라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교묘하게 임시현 쪽으로 위협을 보내면서 카네프를 압박하고 있었다.

상대는 마계를 통틀어 카네프와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강자였다.

아무리 자타공인 최강이라 불리는 카네프지만, 이렇게 불리한 조건들 속에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았다.

‘저 망할 용마족…… 그동안 기세가 많이 늘었어.’

쉽게 압도했던 과거의 기억과는 다르게 가스트라는 크게 성장해 있었다. 서로 동등한 조건이었더라도 예전만큼 쉽게 제압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앞쪽에는 가스트라가 점점 더 기세를 끌어올리는 중이었고, 등 뒤에서는 리아네가 지독한 광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휘몰아치는 기세들 속에 미약하게 느껴지는 한 기운. 마치 폭풍 속에서 힘겹게 버티는 한 송이 꽃처럼, 임시현의 존재가 미약하게 느껴졌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카네프는 저 희미한 존재감에 목숨 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아마 평소의 자신이라면 이런 행동을 보고 멍청한 놈이라고 마음껏 비웃었을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가 나거나, 후회하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기대감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의 마음을 탄탄하게 지지해줬다.

카네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저 평범하고 어리숙한 인간을 대단히 신뢰하고 있음을…….

‘두고 봐, 시현. 농장으로 돌아가면 오늘 고생한 것보다 몇 배는 더 게으름피울 테니까.’

카네프는 농장에서 빈둥대는 자신의 모습과 옆에서 잔소리하는 임시현을 상상하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콰아아앙!!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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