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4화
새로운 능력으로(1)
큰 사건이 지나고 며칠이 지났다.
페스투나 마을의 용마족들은 야쿰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치열한 전투로 인해 부상을 입었던 전사들도 조금씩 회복해나가는 중이었다.
여담으로 하르간을 따랐던 전사들은 마을 차원에서 가벼운 징계를 받아야 했다.
촌장의 명령을 무시하고 마을을 벗어난 건 죄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사안이었지만, 그들 역시 폭주하는 야쿰과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받게 됐다.
하르간은 마을의 분쟁을 조장하고 전사들을 선동해 가스트라와 내통을 한 죄로 감옥에 갇혔다. 전사 자격을 박탈당했음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도 감시를 받게 됐다.
적의 정보를 얻기 위해 발레리안도 몇 번 하르간을 찾아가 심문했다.
하지만 쓸 만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정황상으로는 가스트라에게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것 같다고…….
그리고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야쿰들도 일단은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그들도 치열한 전투를 벌였기에 몇몇 야쿰들은 꽤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마계의 최상위 마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대부분의 야쿰들이 금방 상처를 회복하고 멀쩡히 풀을 뜯으러 다녔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금방 회복했지만, 자신들이 폭주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불안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로 인해 사건이 일어난 바로 직후에는 굉장히 날 선 경계심을 보였다.
아아-
물론 나는 예외였다.
그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 나에 대한 야쿰 무리의 신뢰는 오히려 대폭 상승했다. 가끔은 농장에 있는 녀석들보다 더 살갑게 나를 맞아주는 것 같았다.
다친 야쿰들이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약초를 직접 발라주고, 심한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비싼 포션을 사용해 줬다.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 이외에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우두머리 야쿰도 지금의 상황을 굉장히 불안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계속 말했잖아. 너희들을 공격했던 건 저 아래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니까.”
-부우우우…….
우두머리 야쿰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아는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축 늘어진 모습이 커다란 덩치 때문에 더 안쓰럽게 보였다.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야. 애초에 가스트라와 그에 동조한 하르간이 가장 못된 놈이니까.”
-부우우우.
“여기서 계속 지내기 불안하지 않아? 괜찮으면 나랑 같이 갈래? 내가 있는 농장에 다른 야쿰들도 많이 지내고 있거든.”
-부우우?
농장으로 같이 가자는 제안에 우두머리 야쿰은 살짝 관심을 드러냈다.
“신선한 풀들도 잔뜩 있고, 여기보다 훨씬 따뜻해서 지내기 나쁘지 않을 거야. 가끔 내가 맛있는 간식도 챙겨줄 거고. 딸기라고 들어봤어? 거기 있는 야쿰들은 엄청 좋아하는 간식인데.”
-부우우우. 부우우우.
나는 농장의 장점들을 열심히 설명해 주며 우두머리 야쿰을 설득했다. 설명이 계속될수록 녀석은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어때? 나랑 함께 농장으로 갈래?”
-부우우…….
마지막 물음에 우두머리 야쿰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확실히 관심을 보이긴 했어도 지금 당장 선택을 내리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어찌 보면 이런 반응이 당연했다.
평생 지내던 이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거기다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로서 결정을 내린다면 더더욱!
“아직 시간은 남아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부우우우. 부우우우.
녀석은 작게 울음소리를 낸 다음, 고개를 숙여 내 얼굴에 부비적거렸다. 녀석 나름의 고마움을 나타내는 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