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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6)화 (266/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6화

새로운 능력으로(3)

“저를 따라오신다고요?”

“와아! 고양이도 같이 간다!”

치즈 냥이가 따라온다는 말에 나와 은율이에게서 상반된 반응이 튀어나왔다.

「너를 따라가는 게 무척 재밌을 것 같다냥.」

“이곳을 이렇게 간단히 떠나셔도 돼요? 용마족들의 수호신님이잖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다냥. 그들이 멋대로 나를 떠받들었을 뿐이다냥.」

“용마족분들이 들으면 굉장히 섭섭하시겠는데요?”

내 마지막 말에 치즈 냥이는 몸을 움찔 떨었다.

「킁, 그래도 지금까지 용마족들에게 신세 진 걸 생각해서 분신에게 힘을 넘겨준 거다냥. 아직 미숙한 녀석들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내 역할을 해줄 거다냥.」

수호신 대접이 귀찮은 듯 말하면서도 치즈 냥이는 일부러 분신에 힘을 남겨줬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용마족과의 관계를 나쁘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다.

“농장으로 가면 더 이상 수호신이 아니게 되는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상관없다냥. 너도 이제 나를 수호신이라고 부르지마라냥」

“그럼 뭐라고 부르죠?”

「저번에 나를 ‘치즈’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으음.

내가 치즈 냥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나?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수호신 대신 ‘치즈’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냥.」

“나도 ‘치즈’라는 이름이 좋아. 헤헤!”

은율이는 배시시 웃으며 ‘치즈’라는 이름을 계속 중얼거렸다.

위엄 넘치는 카르시의 본 보습을 생각하면 너무 귀여운 이름이긴 했지만, 편한 느낌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이걸 어쩌지?

눈앞에 카르시를 정말로 데려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쪽의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야?”

“어머! 수호신님?”

“지난번에 도움을 줬던 그 카르시군요?”

“뭔데? 뭔데?”

나는 모여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가장 큰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역시 리아네였다.

“수호신님께서 우리를 따라오신다고요?”

「그렇다냥! 시현을 따라갈 생각이다냥.」

“리아네 씨는 괜찮아요? 마을의 수호신인 존재가 떠나 버리는 거잖아요?”

잠시 진지한 얼굴로 고민을 하던 리아네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내놓았다.

“괜찮…… 지 않을까요? 물론 수호신님이 떠나면 슬퍼하는 용마족이 많겠지만. 완전히 떠나시는 것도 아니고, 수호신님의 뒤를 이을 존재도 남겨뒀다고 하셨으니까요. 저는 수호신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의외로 치즈 냥이가 떠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발레리안도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용마족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딱히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쪽으로 걱정을 하고 계셨다면 전혀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리아네에 이어 발레리안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릴리아는 은율이 옆에 붙어 치즈 냥이를 구경하느라 여념 없었다.

모두 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나의 마음도 점점 데려가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남은 사람은…….

“뭐? 저 길고양이를 농장으로 데려가겠다고?”

카네프의 표정은 마치 길고양이를 데려오겠다는 말을 들은 부모님 같은 표정이었다. 한마디로 굉장히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다.

「…….」

길고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화를 내던 치즈 냥이도 조용히 카네프의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카네프를 설득하지 못하면 따라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빠르게 알아챈 것 같았다.

“사장님은 마음에 안 드시는 거예요?”

“당연하지. 건방지고 땍땍거리기나 하는 길고양이가 뭐가 좋아서…….”

「내, 내가 언제 땍땍거렸냥?」

“그냥 알아서 받들어주는 용마족들이랑 평생 살라고 해. 데려가 봤자 너만 고생할걸?”

카네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대놓고 드러내는 거부 반응에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농장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빈둥대는 게 끝인 카네프지만, 엄연히 농장의 가장 높은 책임자였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찬성해도 그가 반대하는 일을 억지로 진행할 순 없었다.

모두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쪼르르르.

은율이가 불쑥 튀어나와 카네프의 다리를 꽉 붙잡았다. 카네프의 불퉁한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밝아졌다.

“사장님, 사장님!”

“은율아, 왜 그래?”

“농장에 치즈도 같이 데리고 가면 안 돼?”

“치즈……?”

은율이는 손가락으로 치즈 냥이를 가리켰다. 카네프는 ‘치즈’가 누구를 말하는 건지 깨닫자마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저 길고양이를 데리고 가자고?”

“응. 데리고 가면 안 돼?”

“…….”

“내가 매일 같이 놀아주고, 씻기는 것도 도와줄게. 아빠가 나 그리랑 피니 잘 돌본다고 칭찬해 줬어. 그러니까 치즈도 잘 돌볼 수 있을 거야.”

“…….”

“사장니이임∼!”

은율이는 손으로 카네프의 다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카네프의 얼굴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카네프는 여우 소녀의 귀여운 애교를 이겨내지 못하고, 떨떠름하던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금방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큼! 뭐…… 나한테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상관없으려나?”

은율이가 여우 귀를 쫑긋 세우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정말? 데려가도 괜찮아?”

카네프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슬쩍 피하며 내게 말했다.

“시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괜찮으시겠어요?”

“어차피 귀찮은 일은 네가 다 알아서 할거잖아. 나는 상관없으니까 알아서 해.”

“와아아! 사장님 최고!”

은율이는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카네프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카네프도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은율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그 모습을 지켜본 발레리안이 내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시현 씨.”

“네?”

“저는 시현 씨가 농장의 실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은율이가 진정한 실세였군요?”

“하핫! 그게 그렇게 되나요?”

은율이를 ‘실세’라 표현하는 발레리안의 진지한 모습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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