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8화
불청객(2)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발레리안에게 물었다.
“천족? 지금 제가 아는 천족 말씀하시는 거죠? 그 딱딱한 표정에 융통성 없고…….”
“지들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아는 놈들이지.”
중간에 카네프가 불퉁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나는 딱히 부정은 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 천족 맞나요?”
“시현 씨가 생각하시는 그 천족 맞습니다.”
“아니, 갑자기 천족이 왜 농장으로…….”
“저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급하게 연락을 받은 거라……. 최대한 빠르게 알려드리려고 일단은 바로 농장으로 넘어왔습니다.”
발레리안도 천족이 이곳을 방문하는 목적은 잘 모르는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거기다 그는 평소답지 않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천족이라…….
예전에 천족과 마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는 천족이 조금 더 긍정적인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그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힌 상태였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자기들의 생각과 규칙만 앞세우고, 매번 고압적인 태도에 딱딱한 명령조 말투.
직접 겪어본 천족의 이미지는 매우 최악이었다.
그런 천족이 농장으로 찾아온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리안 씨,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예정에 없던 방문이긴 하지만, 일단 손님으로 맞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범하게 손님 맞을 준비를…….”
“손님은 무슨! 그 새…… 크흠! 녀석들을 뭣 하러 손님으로 대접해?”
흥분한 카네프가 험한 말을 내뱉으려다, 은율이의 눈치를 보며 급히 집어삼켰다.
“우리가 저런 식으로 행동했으면 규칙이 어쩌고, 균형이 어쩌고 하면서 당장 시비부터 걸었을걸? 이건 우리를 완전 만만히 보고 있는 거라고.”
“무, 물론 카네프 님의 말대로 저들의 행동이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매번 그렇게 당해주니까 더 저러는 거라니까? 이번에는 아예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카네프 님, 제발…….”
발레리안은 난처한 표정으로 흥분한 카네프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두 사람의 모습에 괜히 내 머리가 아파지는 것 같았다.
천족의 방문을 막을 수 없다면, 일단 우리도 최소한의 준비를 해둬야 했다.
아직도 아웅다웅하고 있는 두 사람은 내버려 둔 채, 나머지 농장 식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까 간단하게 말할게요. 리아네 씨는 평소처럼 손님에게 대접할 차와 간식을 준비해 주세요.”
“네, 시현 님.”
“안드라스 씨와 릴리아는 작업실에서 연구 중인 것들을 잘 정리해 주세요. 차원문 장치를 굳이 천족에게 보여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맡겨줘, 시현 오라버니.”
“엘린은 나 대신해서 딸기밭과 엘든 마을에 다녀와 줘. 손님 때문에 원래 예정된 일정이 밀릴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할게요, 선배.”
내 지시에 모두가 맡겨만 달라는 듯 믿음직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중요한 손님이 올 거니까 너희들도 소란스럽게 하면 안 돼.”
“중요한 손님?”
-삐이이?
-삐이이?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잠시만 방에서 조용히 놀자. 알았지?”
은율이와 그리핀들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반짝였다. 중요한 손님이라는 말에 괜히 호기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치즈, 은율이랑 그리핀들 좀 부탁할게. 그냥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돼.”
「흐아아암! 알았다냥.」
치즈는 나른한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