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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9)화 (26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69화

불청객(3)

세 명의 천족이 농장 건물로 들어섰다. 나는 그들을 곧바로 손님을 응대하기 위한 장소로 안내했다.

나와 천족들 뒤로 나머지 농장 식구들도 우르르 따라붙었다. ‘천족 따위를 마중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카네프도 은근슬쩍 뒤로 따라붙었다.

“여기에 편하게 앉으세요.”

“고맙네.”

아크는 내가 안내해 준 곳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두 천족에게도 눈빛으로 자리를 권했는데, 건장한 남자 천족은 아예 내 눈빛을 무시해 버렸고, 아슈미르는 살짝 고개를 흔들어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다.

그들은 자리에 앉는 대신 아크의 뒤에 서서 꼿꼿하게 자세를 잡았다.

평범한 손님이었다면 빈말이라도 몇 번 더 권했겠지만, 상대는 천족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금방 포기했다.

나는 아크와 마주 보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농장 식구들은 자연스럽게 내 뒤쪽에 쪼르르 모여들었다. 나와 아크를 가운데 두고 천족과 마족이 서로를 응시했다.

본의 아니게 천족과 마족이 대립하는 것 같은 구도가 돼버렸다.

아크는 농장 식구들의 행동을 보고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이곳의 마족들에게 굉장히 사랑받고 있구먼.”

“……그렇게 보이시나요?”

“딱 봐도 알겠네. 우리가 자네에게 허튼짓이라도 했다가는 조용히 보내지 않을 거라는 눈빛이야.”

나는 고개를 돌려 농장 식구들을 바라보았다. 몇몇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고, 몇몇은 찔리는 부분이 있는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살짝 한숨을 내쉬고 다시 아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 일이 있다 보니, 농장 식구들의 걱정이 좀 많아진 것 같네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네. 나는 오히려 자네와 마족들의 관계가 보기 좋아서 말해본 것뿐이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조금 쑥스럽네요.”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네. 자네도 그렇지 않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연히 마계에 와서 농장 식구들을 만나게 된 건, 정말로 제 인생의 행운이라 생각해요.”

“시현 님…….”

“시현 선배…….”

“크흠,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등 뒤에서 감동한 농장 식구들이 반응이 느껴졌다. 괜히 나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볼을 긁적거렸다.

이 모습을 본 아크는 얼굴의 주름이 더욱 깊어질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세계에서 태어난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믿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면서 그는 힐끗 뒤쪽에 서 있는 두 천족을 바라봤다.

“자네들은 뭐 느끼는 게 없는가?”

몸을 움찔 떠는 아슈미르와는 달리, 남자 천족은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지구에 있어야 할 인간이 자유롭게 마계를 왕래하는 행동으로 인해 혹여 차원의 균형에 문제가 생길까 심히 우려됩니다.”

거의 로봇이나 다름없는 딱딱한 대답에 아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아슈미르를 바라봤다. 그녀는 약간 우물쭈물하다가 대답을 내놓았다.

“저도 클라우 집행관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에잉! 이러니까 천족이 안 된다니까. 직접 보면서도 아무것도 느끼는 게 없다니! 이래서야 천계에 틀어박힌 늙은이들과 다를 게 없잖아!”

저기…….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본인도 천족이십니다만?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으로 인해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나 흥분한 아크는 내 표정이 어떻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천족에 대한 불만을 한동안 계속 늘어놓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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