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74)화 (27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74화

두 번째 야유회(3) 

-히히힝…… 푸르르.

마차를 이끌던 말이 투레질하며 잠시 몸을 흔들었다.

마부석에 앉아 있던 발레리안이 재빨리 고삐를 잡아끌며 말이 길에서 엇나가지 않게 만들었다. 굉장히 능숙한 솜씨였다.

“오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와 은율이가 동시에 감탄을 터뜨렸다. 발레리안은 별것 아니라는 듯 작게 미소 지었다.

“리안 씨는 마차를 모는 것도 굉장히 능숙하시네요?”

“검은수리단 막내 시절에 많이 몰았었습니다. 말의 고삐를 조종하는 기술도 전부 선배 단원들에게 배웠습니다.”

“아∼! 그래서 안드라스 씨도 마차를 잘 모시는 거군요?”

내가 앞쪽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안드라스를 언급하자, 발레리안은 소리 죽여 큭큭 거리고 웃었다.

“지금은 그 친구도 마차를 모는 게 아주 능숙하지만, 처음에는 감을 익히는 속도가 느려서 굉장히 힘들어했습니다.”

“그랬었나요?”

“덕분에 선배들에게 구박을 많이 당했었죠. 그 친구가 직접 제일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구박을 받는 안드라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치 직접 본 것 같은 생생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엘린도 마차를 몰 줄 알아서 굳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불편한 길을 이동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이 마차에 실려 있는 것들을 비밀로 하고 싶어서요.”

야유회 날 아침.

우리가 준비한 짐들은 원래 농장에 있던 마차 하나에 전부 실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발 시간에 맞춰 짐을 잔뜩 실은 마차 한 대가 차원 도약으로 농장에 도착했다.

갑자기 나타난 마차에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발레리안이 앞으로 나서며 설명했다.

-제가 따로 준비한 것들입니다. 마차도 따로 준비해뒀으니 크게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안에 뭐가 실려 있냐고요? 하하! 그건 나중에 야유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마차 안을 궁금해하는 식구들을 진정시키며, 끝까지 그 내용을 비밀로 남겨두었다. 지금 마부석에 타고 있는 나와 은율이도 마차 안쪽은 살펴보지 못했다.

밀린 업무를 전부 끝내느라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언제 이런 걸 준비한 걸까?

나 역시 몽글몽글 솟아나는 호기심에 마차 안쪽을 힐끔거렸다. 중간에 눈이 마주친 발레리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툭. 툭.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은율이가 발레리안의 팔을 잡아당겼다. 은율이의 관심이 기쁜 발레리안은 활짝 웃어 보였다.

“은율아, 왜 그러니?”

“저기…… 나도 해보면 안 돼?”

은율이는 머뭇머뭇 손가락을 들어 발레리안이 쥐고 있는 고삐를 가리켰다.

“고삐를 잡아보고 싶어?”

-끄덕끄덕.

은율이는 여우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걸 잡아볼래? 너무 갑자기 잡아당기면 말이 놀라니까 조심스럽게 잡아야 해.”

발레리안은 아무렇지 않게 은율이에게 고삐를 넘겨주려 했다. 나는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자, 잠깐만요. 그렇게 고삐를 막 넘겨줘도 되는 거예요?”

“괜찮습니다. 오늘 가야 하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세심하게 고삐를 다룰 필요가 없거든요. 거기다 말이 똑똑해서 알아서 앞의 마차를 잘 따라갈 겁니다.”

“으음…… 그런가요?”

“이번 기회에 시현 씨도 한번 배워보시죠?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어어…… 어?!”

나는 얼떨결에 발레리안에게서 고삐를 넘겨받았다. 은율이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함께 고삐를 붙잡았다.

“고삐가 늘어지지 않게 적당한 길이로 잡아주세요. 그리고 방향을 지시하고 싶으면 이렇게 살짝씩 고삐를 당기면 됩니다. 쉽죠?”

나와 은율이는 발레리안에게 마차 모는 법을 배우며 천천히 목적지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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