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75)화 (27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75화

두 번째 야유회(4) 

꽃밭을 배경으로 카메라 배터리가 부족해질 정도로 많은 사진을 찍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최근에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던 터라 이렇게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점심때가 되었다.

나는 농장에서 준비해 온 음식 재료들을 꺼내며 점심 식사 준비를 했다. 저번 야유회 때보다 인원이 늘어나서 가져온 재료만 해도 한가득했다.

이렇게 좋은 곳에 놀러 나왔으면.

당연히 고기 정도는 구워줘야 제맛이지!

야유회를 출발하기 직전에 신선한 고기들을 공수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소세지, 새우, 버섯 그리고 은율이가 좋아하는 구워 먹는 치즈까지 잔뜩 준비했다.

거기다 비장의 무기.

어머니가 전날에 미리 준비해 주신 양념 LA 갈비까지……!

농장 식구들을 배불리 먹일 생각에 벌써부터 흐뭇해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고기 굽는 불판 앞에는 카네프가 자리 잡았다. 저번 야유회에서 그 실력을 충분히 입증해 보였기에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에게 고기를 넘겼다.

카네프를 도와 안드라스가 고기 굽는 준비를 하는 사이, 나는 다른 재료들을 꺼내며 요리를 준비했다.

첫 번째로 준비한 음식은 고추장찌개.

가장 먼저 감자와 고기를 듬뿍 넣어 볶아준 뒤 물과 고추장을 넣어 팔팔 끓인다. 그리고 미리 썰어 준비한 애호박, 파, 청양고추 등등을 넣어 좀 더 끓여주면 완성.

약간 매콤하고 얼큰한 국물이 고기와 함께 먹기에는 완전 딱 맞았다.

고추장찌개가 끓는 동안 두 번째로 요리를 준비했다. 다음으로 준비한 요리는 골뱅이 소면 무침. 이쪽은 훨씬 더 요리 과정이 간단했다.

소면만 삶아 찬물에 헹궈준 뒤, 준비한 재료들을 함께 넣어 양념장에 비벼주면 끝.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에 새콤달콤한 냄새가 벌써부터 식욕을 자극했다.

내가 요리를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 식기와 밑반찬, 쌈 채소 등을 준비했다.

맛있는 냄새에 신나게 뛰놀던 그리핀들도 재빨리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준비한 요리와 막 구워낸 고기가 하나둘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공들여 준비한 만큼 풍성한 식사 자리가 완성됐다.

모두 준비된 음식들을 보며 침을 꼴딱꼴딱 삼켰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아직도 고기를 굽고 있는 카네프에게 소리쳤다.

“사장님! 식사 준비 다 끝났는데. 와서 같이 드세요.”

그러자 그는 고기 굽는 집게를 흔들며 먼저 먹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맥주캔을 홀짝이며 묵묵히 고기를 굽는 모습이 그렇게 듬직하고 멋져 보일 수 없었다.

아쉽지만 나머지 사람들끼리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모두 배가 아주 고팠는지 빠르게 손을 움직여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농장 식구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어머니가 준비해 준 양념 LA 갈비였다.

“시현 오라버니! 이 고기 정말 맛있어.”

“매번 어머님의 요리 실력에 감탄하게 되는군요.”

“시현 님, 어머님께 정말 맛있었다고 꼭 전해주세요.”

은율이도 갈비를 우물거리며 물었다.

“이거 할머니가 만든 거야?”

“은율이랑 농장 사람들 맛있게 먹으라고 할머니가 준비해 주신 거야. 맛있어?”

“응, 맛있어.”

“질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 꼭꼭 씹어먹어.”

내가 준비한 요리도 농장 식구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릴리아는 아직 내 요리에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도 정말 맛있게 먹어줬다.

모두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있는 와중.

옆에 있던 은율이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냐 싶어 고개를 돌리니 은율이는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금방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싱긋 미소 지었다.

“사장님.”

“왜? 고기 벌써 부족해? 안드라스 그놈한테 적당히 먹으라고…….”

“아뇨, 그게 아니라. 은율이가 사장님한테 줄 게 있대요.”

“……?”

내 손에 들린 은율이가 카네프 앞으로 고기쌈을 내밀었다.

“사장님 이거. 아∼∼!”

“…….”

카네프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작은 손에 들린 고기쌈을 바라봤다. 고민하는 것도 잠시, 그는 고개를 숙여 고기쌈을 한입에 받아먹었다.

“맛있지?”

“그래. 고맙다, 은율아.”

“헤헤.”

카네프가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자 은율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이제 제가 고기 구울까요? 사장님 하나도 못 드셨잖아요.”

“됐어. 너는 은율이 챙겨야 하잖아.”

“사장님 하나 더 만들어줄까?”

“괜찮아. 나는 여기서 하나씩 주워 먹으면 돼.”

그는 은율이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은율이가 살짝 시선을 돌린 사이 나에게 슬쩍 속삭였다.

“너보다는 저 안드라스 녀석 좀 데리고 와. 감히 내가 고기를 굽고 있는데 가만히 처먹기만 해?”

“하하하…….”

카네프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언짢은 분위기를 팍팍 풍겼다.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움찔!

맛있게 음식을 먹던 안드라스가 몸을 떨더니,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으로 다가왔다.

“크흠…… 카네프 님. 그만 고기 구우시고 자리에 앉으시죠. 이제는 제가 맡겠습니다.”

오랫동안 갈굼을 당한 자의 본능일까? 다행히 안드라스는 금방 분위기를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나섰다. 카네프는 안드라스에게 집게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너 제대로 못 구우면…… 알지?”

-끄덕끄덕.

안드라스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네프는 그 반응에 만족했다는 듯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가자 시현. 나는 시원한 맥주나 한 캔 더 마셔야겠다.”

“제가 꺼내 드릴게요.”

“사장님, 사장님! 할머니 고기 엄청 맛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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