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77)화 (277/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77화

두 번째 야유회(6)

“첫 번째 게임은 평소 주변 사람에게 얼마나 관심이 많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

발레리안은 예능 프로의 MC처럼 진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야유회를 위해 생각보다 훨씬 공들여 준비한 것 같아 내심 감탄했다.

“우리 농장 식구들에 대한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가지고 문제를 낼 텐데요. 문제의 정답을 아시는 분은 빠르게 정답이라고 외치고 답을 말씀해 주세요. 점수를 가장 많이 얻은 팀은 제비뽑기에 더 많은 이름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농장 식구들에 대한 문제라…….

아무래도 이런 문제는 우리 팀이 유리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아.

물론 농장에서 시간을 보낸 것만 따지면 사장님이 압도적인 1등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워낙 관심이 없는 분이라…….

“그럼 첫 번째 문제 드리겠습니다. 매우 간단한 문제니까 빠르게 대답해 주세요.”

게임에 참여한 여섯 명은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발레리안을 쳐다봤다.

“지구의 인간들은 마족과는 다르게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고 부르면서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는데요. 생일에는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과 축하를 받고, 모여서 조촐한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 그럼 농장에서 유일한 지구 출신, 시현 씨의 생일은 몇월 며칠일까요?”

응……?

내 생일?

“문제가 왜 이래? 저 녀석 태어난 날을 내가 무슨 수로 알아?!”

카네프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그의 거센 항의에도 발레리안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분명히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처음 시현 씨가 농장으로 왔을 때, 모두 함께 이력서를 확인했었죠? 거기에 시현 씨의 생일도 적혀 있었어요.”

“…….”

우리 팀을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옆에서 리아네가 내 팔을 툭툭 건드리며 속삭였다.

“시현 님…….”

리아네는 재촉의 의미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마왕님의 선물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그녀도 욕심이 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손을 올렸다.

“으음…… 정답.”

“네! 시현 씨. 정답은요?”

“12월 14일.”

“정답입니다! 시현, 리아네 팀에 1점 드리겠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점수를 얻게 됐지만, 나는 대놓고 기뻐하는 대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역시나 카네프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너 문제 공평하게 낸 것 맞아? 조금 전 문제는 완전 시현만 맞출 수 있는 문제잖아?”

“하하, 평소에 시현 씨에게 관심을 더 가지셨어야죠. 그리고 지금 준비한 문제들은 마왕님께 확인을 받은 것들입니다. 불필요한 항의는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이 문제들을 마왕님께 확인까지 받았다니.

발레리안과 마왕님은 사실은 엄청 한가한 게 아닐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안드라스와 엘프리드가 말린 덕분에 카네프는 일단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편 리아네는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계속 되뇌었다.

“그럼 두 번째 문제 드리겠습니다. 지금 여기에는 저를 포함한 총 일곱 명이 게임에 참여 중인데요. 이 일곱 명의 이름을 키가 큰 순서대로 쭉 말씀해 주세요.”

키가 큰 순서?

문제를 들은 6명의 눈동자가 빠르게 서로를 훑었다. 먼저 눈에 띈 건 안드라스였다. 농장 식구 중에서는 그가 가장 큰 덩치를 자랑했다.

두 번째로 큰 사람은…… 사장님인가?

반대로 키가 작은 건 릴리아, 리아네 씨. 가장 크고 작은 4명은 금방 구분이 가능했다.

문제는 남은 3명.

나, 발레리안 그리고 엘프리드.

엘린이 나보다 작았었나?

리안 씨는 나보다 좀 더 컸던 것 같기도하고…….

나는 애매한 세 사람 때문에 금방 정답을 외치지 못했다. 그 사이 엘프리드가 먼저 손을 들어 올렸다.

“저요, 정답!”

“네, 정답은요?”

“안드라스 선배, 카네프 님, 발레리안 님, 시현 선배, 엘프리드, 리아네 선배, 릴리아. 이렇게요.”

“으음…… 땡! 틀렸습니다.”

“으윽?!”

저게 정답이 아니라면…….

나는 나머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정답을 외쳤다.

“정답!”

“……정답!”

“아아. 아쉽네요 시현 씨. 안드라스 쪽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정답의 기회는 안드라스에게 넘어갔다.

“안드라스, 카네프 님, 시현 님, 발레리안, 엘린 군, 리아네 양, 릴리아.”

“정답입니다!”

“꺄아아! 잘했어, 오라버니!”

릴리아는 안드라스의 팔을 껴안으며 기뻐했고, 정답을 맞힌 안드라스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아쉽게 정답을 놓친 엘프리드와 나는 아쉬움에 살며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뒤로도 발레리안은 계속 문제를 내고, 우리는 정답을 맞히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계속했다.

점점 달아오르는 분위기 속에.

어느덧 마지막 문제만이 남게 됐다.

“마지막 문제를 내기 앞서서 지금까지 점수를 정리하겠습니다. 1등은 시현, 리아네 팀 4점. 2등은 안드라스, 릴리아 팀 2점. 3등은 카네프, 엘프리드 팀 1점.”

“시현 님! 우리가 지금 1등이에요!”

리아네는 설레는 표정으로 나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마지막 문제를 맞히지 못하더라도, 점수 차이 때문에 우리 팀의 1등이 확정적이었다.

“혹시 점수 차인가 난다고 안심하시거나, 벌써 포기하신 건 아니죠? 마지막 문제는 특별히 2점짜리 문제로 준비했습니다.”

“이런…….”

“오오! 그렇게 나와야 재밌지.”

“오라버니, 우리도 아직 1등 할 수 있어.”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두 팀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1등이었던 우리로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첫 번째 문제에서 쉽게 점수를 얻었던 걸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간단한 문제니까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발레리안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눈빛을 받으며 마지막 문제를 읽어나갔다.

“우리 농장의 마스코트이자 귀염둥이, 은율이에 관한 문제입니다.”

은율이에 관한 문제라면 절대 놓칠 수 없지!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문제에 집중했다.

“뭘 먹든지 사랑스러운 은율이는 간식을 참 좋아하는데요. 최근에 푹 빠진 간식이 있습니다. 냉장고에 넣어서 차갑게 먹는 떠먹는 젤리인데요. 여러 가지 맛을 가진 이 젤리 중에서 은율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의 젤리는…….”

“정다아압!!!”

카네프가 가장 빠르게 정답을 외쳤다.

예상외의 인물이 나서자 모두 설마? 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카네프 님. 정답은 뭐죠?”

“이 정도는 쉽지. 사과맛!”

“……정답입니다.”

발레리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정답을 인정했다. 정답을 맞힌 카네프와 엘프리드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싸!”

“오오! 카네프 님 대단해요!”

아깝다! 나도 알고 있었는데.

워낙 카네프가 빠르게 반응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안드라스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카네프 님은 은율이가 좋아하는 젤리를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후후. 너랑 다른 사람들이 바쁘면 가끔 은율이가 젤리를 들고 내방에 놀러 오거든. 그때마다 은율이는 항상 사과맛만 먹고 나머지만 내게 주더라고. 그래서 알았지.”

“끄응……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자! 마지막 문제는 카네프, 엘프리드 팀이 정답과 맞춰서 2점을 획득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게임의 승자는…… 시현, 리아네 팀입니다!”

발레리안은 우리를 호명하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우리가 1등이에요, 시현 님!”

리아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나도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 기쁨을 함께했다.

아쉽게 역전에 실패한 안드라스, 릴리아 팀은 굉장히 아쉬워했고, 아슬아슬하게 꼴찌를 면한 카네프, 엘프리드 팀은 소소한 기쁨을 누렸다.

“1등을 한 팀에게는 제비뽑기에 이름을 두 장씩, 아쉽게 공동 2등을 한 네 분은 한 장씩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발레리안은 곧바로 제비뽑기 통을 꺼내 게임의 결과에 따라 이름을 추가했다.

우리 팀은 다른 팀과 비교해 두 배 많은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 됐다.

“자∼! 이제 두 번째 게임입니다. 이번에는 팀전이 아니라 개인전으로 이뤄집니다. 제가 제시한 조건을 달성하면 각자 1장씩 이름을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발레리안은 게임을 설명하는 중간에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응? 저건 설마……?

다른 사람들은 발레리안이 꺼낸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나는 금방 그 물건의 정체를 알아챘다.

“리안 씨, 이거 예능 방송에 자주 나오는 그거 맞죠?”

“역시 시현 씨는 잘 알고 계시네요. 아마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예능 방송을 좋아하시나 봐요?”

“스트레스도 풀 겸 종종 챙겨보는 편이죠.”

평소에 내가 생각한 발레리안의 이미지는 TV를 보더라도 뉴스 채널이나 경제 채널을 볼 것 같았는데,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시현 님은 이게 무슨 물건인지 아세요?”

옆에 있던 리아네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으음…… 이건 거짓말 탐지기예요.”

“거짓말 탐지기요?”

거짓말 탐지기라는 말에 리아네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다른 농장 식구들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거나 호기심을 드러냈다. 특히 슈나르페 남매가 엄청난 관심을 드러냈다.

“시현 오라버니 쪽 세계에서 만든 거지? 나 인터넷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거짓말을 탐지하는 아티팩트라니…… 굉장히 흥미롭군요.”

나는 오해가 커지기 전에 빨리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아티팩트가 아니에요. 그리고 장난감 수준의 물건이라 진짜로 거짓말을 탐지해 주는 건 아니에요.”

말이 거짓말 탐지기지 진짜는 아니었다.

예능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흥미 위주로 사용하는 장난감에 가까웠다. 그런데 내가 설명하는 와중에 발레리안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끼어들었다.

“후후, 그렇지 않습니다.”

“네?”

“원래는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업그레이드된 버전입니다.”

“업그레이드?”

“특별히 마왕님의 허락을 받아 마왕성의 기술자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이 물건은 마력 흐름의 미세한 변화를 잡아내는 기능을 탑재해 높은 확률로 사용자의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

일단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발레리안이 이 야유회에 진심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일이 바쁘다고 했던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

할 말을 잃은 나에게 발레리안은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두 번째 게임, ‘진실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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