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79화
두 번째 야유회(8)
우여곡절이 많았던 진실게임이 마무리되고.
“아빠…….”
잠에서 깨어난 은율이가 비틀비틀 걸으며 나를 찾았다.
나는 은율이가 넘어지기 전에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작은 여우 소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우리 딸 일어났어?”
“우웅.”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조금씩 정리해 주며 물었다.
“아직 졸려? 아빠랑 같이 조금 더 자러 갈까?”
아직 잠에 취한 모습이라 조금 더 재우려고 했는데, 은율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억지로 잠을 깨려는 듯 두 눈을 끔뻑거렸다.
“으으응. 싫어. 나도 같이 놀래.”
“은율이도 같이 놀고 싶어?”
“응.”
아무래도 은율이는 이곳에 떠들썩한 분위기에 이끌려 잠에서 깬 것 같았다. 멀리서 봤을 때는 아주 재미있게 노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그럼 은율이도 같이 놀자.”
은율이를 다시 재우기는 힘들 것 같아서 나는 일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런데 어쩌지?
마왕님의 선물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대뜸 은율이를 게임에 참가시키기가 그랬다. 은율이를 상대로는 모두 어떻게든 양보해 주려고 할 테니까.
나는 은율이를 데리고 게임에서 빠져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나에게 발레리안이 슬쩍 다가왔다.
“은율이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죠?”
“네. 은율이랑 놀아줘야 할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저는 게임에서 빠지는 게…….”
“그것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은율이가 와준 덕분에 다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됐거든요.”
“예?”
발레리안은 나와 은율이를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다른 농장 식구들 쪽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게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 하게 될 게임은 은율이의 ‘누가 제일 좋아?’ 이상형 월드컵입니다!”
이상형 월드컵?
최근에 방송이나 너튜브에 자주 보이는 그걸 말하는 건가?
이상형 월드컵은 하나의 주제를 골라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간단한 게임이다.
굉장히 다양하고 주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 직접 하는 사람도, 또 지켜보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레리안은 이상형 월드컵의 방식에 대해 농장 식구들에게 짧게 설명했다. 게임은 워낙 간단한 방식이라 금방 설명이 끝났지만, 문제는 이상형 월드컵의 주제였다.
“잠깐! 이상형 월드컵이 뭔지는 알겠는데. 아까 그 주제가 뭐라고?”
“주제는 은율이의 ‘누가 제일 좋아?’입니다. 카네프 님.”
“설마…….”
“맞습니다. 이상형 월드컵으로 은율이가 농장 식구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게임입니다.”
이상형 월드컵의 주제가 정확히 밝혀지자 주변에는 사뭇 비장한 분위기가 흘렀다. 아까 진실게임을 할 때보다 더욱 눈빛들이 진지해졌다.
이래서 은율이가 있어야 다음 게임이 진행된다고 했구나. 나는 은율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오늘따라 리안 씨 굉장히 잔인하네. 이거 바로 탈락하는 사람은 굉장히 충격받을 텐데…….
은율이가 은근히 단호박 성격이라 거침없이 결정을 내릴 때가 많았다. 이러다 오늘 우는 사람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상형 월드컵은 8강전으로 이뤄지고. 4강에 진출한 두 사람은 1장, 결승에 진출한 두 사람은 2장을 드리겠습니다. 8강에서 탈락하는 4명은 아쉽지만 이름을 추가할 수 없습니다.”
“자, 잠깐만요. 그럼 시현 선배가 무조건 1등이잖아요?”
엘프리드가 게임의 불공평함을 꼬집었다. 다른 농장 식구들도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시현 씨는 이상형 월드컵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름 두 장을 바로 추가시켜 드립니다.”
나는 일종의 부전승인 건가?
아까부터 조금씩 날로 먹는 것 같아 민망하면서도, 이 꿀잼 상황을 구경꾼으로 즐긴다는 사실에 내심 즐거웠다.
“리안 오라버니. 근데 8강으로 진행하려면 사람이 부족한 거 아냐? 시현 오라버니가 빠지면 5명밖에 없는데?”
“아! 이번에는 시현 씨를 대신해서 저도 참여합니다. 그리고 남은 두 자리는 이렇게 채울 겁니다.”
발레리안은 준비한 진행카드를 앞으로 내보였다. 농장 식구들은 우르르 그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짧게 튀어나왔다.
“치즈? 그리&피니?”
8강의 남은 두 자리는 치즈와 그리, 피니로 채우는 것 같았다. 농장 식구들의 표정이 굳으며 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의 표정은 딱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절대 8강에서는 떨어지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