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80화
두 번째 야유회(9)
이상형 월드컵의 마지막 결승전!
결승에 진출한 두 사람은 카네프와 리아네.
4강에서 승리한 두 사람은 이미 제비뽑기에 두 장을 추가하는 게 확정됐지만, 여기서부터는 제비뽑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은율이의 ‘최애’를 가리는 자존심 싸움.
다른 농장 식구들도 부러움과 기대감을 담아 마지막 대결을 기다렸다.
“리아네 양이 결승 진출을 한 건 어느 정도 예상이 됐지만, 설마 카네프 님이 마지막까지 남게 될 줄이야…….”
안드라스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도 마지막까지 카네프가 남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리아네는 굉장히 떨리는지 조금씩 몸을 떨면서 눈치를 살폈다.
카네프는 팔짱을 끼고 별로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손가락을 계속 까딱거리는 것으로 보아 내심 초조한 모양이었다.
“이제 이상형 월드컵의 결승전입니다. 여기서 이기시는 분이 은율이의 ‘누가 제일 좋아?’ 이상형 월드컵의 우승자가 되십니다.”
“…….”
“…….”
“그럼 시간 끌 것 없이 은율이에게 바로 물어볼까요?”
발레리안의 진행에 따라 나는 은율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은율아, 사장님이랑 리아네 씨랑. 둘 중에서 누가 더 좋아?”
“으음…….”
질문을 받은 은율이는 인상을 쓰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카네프와 리아네 쪽을 힐끔거리기도 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민이 길게 이어졌다. 은율이의 대답이 늦어질수록, 리아네와 카네프의 얼굴에 초조함이 점점 더해졌다.
모두가 숨소리를 죽이며 기다리던 그때.
은율이는 뭔가를 결정한 듯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손으로 손짓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낮추자, 은율이는 내 귀에 손을 대고 작게 속삭였다.
-소근소근.
“……?!”
“헤헷.”
속삭임을 끝낸 은율이가 방긋 웃어 보였다. 이제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얼른 이야기해 보라는 재촉의 눈빛에 나는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어…… 그게…….”
“……?”
“……?”
“사장님이 더 좋다는데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사장님이 우승을 할 줄이야…….
모두 놀라는 가운데 카네프만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승리를 만끽했다. 나는 주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은율이에게 물었다.
“은율아, 사장님이 왜 더 좋아?”
나는 진짜 궁금함을 담아 질문했다. 은율이는 약간 머뭇거리더니, 역시나 작은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사장님 방에 찾아가면 항상 맛있는 간식도 챙겨주고, 또 심심하지 않게 옛날이야기도 해주고, 소꿉놀이도 같이해 줘.”
“리아네 씨도 같이 잘 놀아주잖아?”
“그런데 리아네 언니는 바빠서 많이 못 놀아줘. 근데 사장님은 별로 안 바빠서 항상 놀아줘.”
“하하하…….”
카네프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은율이를 챙겨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루 종일 빈둥대는 게 우승의 비결이라는 것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항상 잘 놀아줘서 조카들에게 인기 있는 백수 삼촌이랄까?
아무튼, 은율이의 ‘누가 제일 좋아?’ 이상형 월드컵은 카네프가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치열했던 게임들이 끝나고.
이제 가장 중요한 제비뽑기 시간이 됐다.
제비뽑기의 진행은 간단했다. 마왕님의 선물을 차례로 가져와 제비를 한 장씩 뽑고, 거기서 이름이 나온 사람이 선물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제비뽑기에 많은 이름을 추가한 덕분에 당첨될 확률이 꽤 높았다.
그렇다고 딱히 원하는 선물이 있는 건 아니었다.
굳이 하나를 뽑자면…….
마왕성 재단사들의 초대장 정도?
곧 겨울이 다가오니까 그 초대장으로 어머니나 은율이 새 옷을 맞춰주면 좋을 것 같았다.
나처럼 뭐든지 상관없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눈을 시퍼렇게 뜨고 특정한 선물을 노리는 사람도 있었다.
“제발 마지막 숨결…… 제발 마지막 숨결!”
카네프는 아직 ‘마지막 숨결’의 차례가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간절하게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너무나도 간절해 보여서 약간 안쓰럽게 보일 정도였다.
“자! 그럼 제비뽑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선물은…….”
제비뽑기에 이름이 하나도 없는 발레리안이 대표로 제비뽑기를 진행했다. 마왕님이 준비한 선물들이 하나씩 주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재단사의 초대장을 가져가실 분은…… 시현 씨! 축하드립니다.”
나는 운 좋게 재단사의 초대장을 포함해 쓸 만한 선물 몇 개를 획득하게 됐다.
신기하게 다른 사람들도 원하는 선물을 하나씩 획득하며 자연스럽게 훈훈한 분위기가 됐다.
아…….
물론 딱 한사람만 빼고.
수북이 쌓여 있던 선물들이 조금씩 사라지더니, 어느새 마지막 선물이 제비뽑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선물은 딱 하나만 남게 됐군요. 남은 선물은 바로 ‘마지막 숨결’입니다. 이 선물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바로 제비를 뽑아보겠습니다.”
발레리안의 손이 제비뽑기 통 안으로 향했다. 그의 손이 제비뽑기 통 안을 휘휘 내저을 때마다 카네프의 눈도 따라서 흔들렸다.
마지막 선물이니만큼 발레리안은 아주 신중하게 제비를 선택했다. 그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에 한 장의 제비를 뽑아 들었다.
-스륵.
발레리안의 손에 의해서 접혀있던 제비가 천천히 펼쳐졌다. 그는 느리게 심호흡을 하고 제비에 적혀 있던 이름을 외쳤다.
곧이어 그곳에는.
꽃밭에 피어 있던 모든 꽃이 흔들릴 정도로 큰 환호성이 주변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