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85화
너튜브 진출?(1)
“시현 님, 이쪽은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그럼 시험 삼아 한번 가동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나는 안드라스와 신호를 주고받은 뒤, 축사 한쪽에 새로 설치된 조작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달칵!
-두우우웅!
축사 곳곳에서 작은 진동음이 울렸다가 다시 조용해졌다. 나와 안드라스는 진동음이 울렸던 곳 중 한 곳에 다가갔다.
“오오? 이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 맞죠?”
“그런 것 같습니다. 온도도 딱 적당하고요.”
사방으로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는 마법 난로.
축사 안이 금방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며, 최근에 축사를 계속 들락거리며 일했던 보람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겨울 동안 야쿰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죠?”
“오히려 여기가 제 방보다 더 아늑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안드라스가 자신의 방을 빗대어 축사의 아늑함을 칭찬했다. 과장된 칭찬인 건 알면서도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늘어난 야쿰 무리만큼 축사도 증축했고, 겨우내 먹일 말린 풀과 간식들도 저장고에 잔뜩 준비했다.
축사에는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난로와 바닥도 푹신하게 깔아주었다.
영지 주민들이나, 딸기밭, 다른 곳에 겨울 준비도 여러모로 신경 써서 진행했지만,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야쿰들에게 조금은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준비하는 데 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어도, 신경을 쓴 만큼 준비가 잘 된 것 같아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무우우우?
가을 동안 폭풍 성장한 아롱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난로 근처로 다가왔다. 처음 보는 마법 난로가 신기한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롱이 왔구나?”
-무우우. 무우우.
“여기 가까이 와봐. 엄청 따뜻해.”
나는 난로 앞에 앉으며 손으로 옆을 두드렸다. 똑똑한 아롱이는 금방 내 말을 알아듣고 쪼르르 다가왔다.
내 옆에 도착한 아롱이는 따뜻한 기운을 느끼며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무우우…….
“따뜻해서 기분 좋지?”
-무우…… 무우우…….
아롱이는 내 오른쪽 무릎 위에 슬쩍 몸을 올렸다. 어느덧 묵직해진 어리광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른함에 흐물흐물해진 아롱이를 쓰다듬고 있는데 뒤쪽에서 또 다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우우! 무우우!
동생 다롱이가 급하게 달려와 내 왼쪽 무릎을 차지했다. 녀석은 축사 밖에 있다가 왔는지 몸이 살짝 차가웠다. 하지만 난로의 온기에 몸을 녹이며 금방 흐물흐물해졌다.
-무우우우.
-무우우우.
이번에는 얌꿍이와 아꿍이가 내 양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아기 야쿰들에게 둘러싸인 나를 보며 안드라스가 웃음을 흘렸다.
“후후, 여전히 아기 야쿰들에게 인기가 좋으시군요.”
“모두 덩치는 커졌는데 어리광은 그대로인 것 같아서 뭔가 부끄럽네요.”
말은 부끄럽다고 했지만, 내 손은 바쁘게 아기 야쿰들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렇게 나를 따르는 귀여운 녀석들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그건 그렇고, 얘들아?
이제 좀 덥지 않니? 너무 달라붙는 것 같은데?
마법 난로와 주변을 둘러싼 야쿰 난로 덕분에 땀이 삐질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 야쿰들은 더 내 품을 파고들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아기 야쿰들을 밀어내며 슬슬 빠져나오려는데…….
-무우우우우!
“허업?!”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등 뒤쪽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나는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충격을 이겨냈다.
다른 아기 야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게감과 충격, 그리고 특유의 이 우렁찬 울음소리!
나는 금방 등 뒤를 덮친 범인을 눈치챘다.
“야! 작은뿔! 너 또 이럴래?”
-무우우?
등 뒤에 있어서 볼 수 없는데도 작은뿔의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분명히 순진한 눈빛으로 ‘내가 뭘?’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을 거다.
나름의 애정표현인 건 알겠는데, 그 애정표현을 내가 몸으로 받아내기에는 녀석이 너무 성장해 버렸다.
머리에 난 뿔도 ‘작은뿔’이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나날이 늠름해지는 중이었다.
“너 계속 이러면 간식 안 챙겨줄 거야.”
-움찔!
작은뿔은 ‘간식’이라는 말을 재빨리 알아듣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머리를 살살 비비면서 순화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우, 이 영악한 녀석!
매번 똑같이 당하면서도, 덩치에 안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애교를 보면 금방 화낼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이게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인가 싶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나가지?
작은뿔이 뒤쪽을 틀어막으면서 아기 야쿰들에게 완벽히 포위된 형세가 돼버렸다.
“얘들아, 진짜 비켜주지 않을래? 나 이제 다리가 엄청나게 저리거든?”
간절한 부탁에도 녀석들은 나에게 떨어지기 싫은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무릎을 차지한 아롱이, 다롱이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끙끙대며 몸을 비틀었다. 마지막에는 안드라스의 도움을 받고 겨우 야쿰들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