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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86)화 (286/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86화

너튜브 진출?(2)

영상의 도입부는 평범한 방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

배경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어딘가 어설픈 화면 전환이 이루어지더니, 누군가 화면에 불쑥 튀어나왔다.

어지러울 정도로 흔들리는 화면, 인물과 배경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인 초점.

보통 이런 실수 같은 부분은 편집해서 잘라낼 텐데. 초보가 찍은 영상인가?

우당탕하는 느낌이 지나간 후.

빛 조절을 잘못해 뿌연 화면은 그대로였지만, 화면이 안정되면서 초점이 제대로 잡혔다.

그리고 화면은 누군가를 비추기 시작했다.

“어…… 어엇?”

아이의 그림자, 흐릿한 실루엣만 보고도 금방 알아챈 경험, 아마 아이를 가진 부모님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거다.

화면에 등장한 흐릿한 형태만으로도 나는 금방 그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은율이?!”

나도 모르게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내자 고구마를 먹고 있던 세 사람이 깜짝 놀라 바라봤다.

“켁, 켁?! 갑자기 왜 그래요?”

“시현 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뭘 보고 그렇게 놀라세요?”

세 사람은 차례로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도 재생되는 영상을 확인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처럼 영상 속 주인공을 금방 눈치챈 듯했다.

우리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영상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툴게 촬영한 화면과 제대로 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 잡음이 잔뜩 들어가 있었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만큼은 또렷하게 전달됐다.

우리는 금방 빠져들어 조용히 노래를 감상했다. 당황했던 표정은 금방 편안하게 변해갔다.

노래는 짧게 마무리됐다.

감상에 젖어 있던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영상의 뒷부분을 확인했다.

-이렇게 하면 돼?

-응, 정말 잘했어.

-헤헤.

두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귀엽게 미소 짓는 여우 소녀의 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가며 영상은 종료됐다.

“시현 선배, 이거 은율이 맞죠?”

“허허, 그사이에 노래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은율이 노래는 정말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음음.

우리 딸 노래 실력이 기가 막히긴 하지. 웬만한 가수 뺨치는…… 잠깐만! 이게 아니잖아?!

-♩♬∼♪♬

영상이 끝나는 타이밍에 딱 맞게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인터넷 링크를 보내줬던 발레리안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리안 씨?”

-네, 접니다. 방금 제가 보내드린 너튜브 영상 확인하셨습니까?

“방금 다 봤어요. 이거 우리 은율이 맞죠? 화면에는 안 나왔지만 릴리아 목소리도 들린 것 같던데.”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영상에 대해서 알고 계셨습니까?

“아뇨? 저도 처음 봤죠. 리안 씨는 이걸 어떻게 아신 거예요?”

전화 너머로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저만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너튜브를 이용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영상을 알고 있을 겁니다.

“예?”

-그 영상, 조회수 확인해 보셨습니까?

나는 얼굴에서 스마트폰을 잠시 내리고, 아까 봤던 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해 봤다.

일…… 십…… 십만…… 백만…… 백만?

영상의 조회수는 백만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백만이 넘었는데…… 이 정도면 조회수가 많이 높은 거 아닌가요?”

-영상이 올라온 시기까지 생각하면 정말 엄청나게 높은 겁니다. 제가 괜히 한국 사람 대부분이 알 거라고 한 게 아닙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음을 직감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이것 때문에 문제가 생겼나요?”

-다행히 아직 문제가 생긴 건 아닙니다. 영상 자체가 짧기도 하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건 다행이네요.”

-하지만 이 짧은 영상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너튜브라는 플랫폼이 큰 파급력을 갖고 있어서 조금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저도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일단 확실히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발레리안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짧게 설명해 줬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설명을 귀담아들은 뒤 통화를 종료했다.

“아빠! 여기 있었어?”

“앗! 우리 빼고 맛있는 거 먹었지?”

참 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손을 잡은 은율이와 릴리아가 이곳으로 달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밝은 미소로 맞아줬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밝게 맞아 줄 수만은 없었다.

상황을 눈치챈 다른 사람들도 두 소녀를 애매한 미소로 바라봤다.

“응? 아빠, 무슨 일 있어?”

“시현 오라버니, 표정이 왜 그래?”

둘은 이상한 내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이 소녀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감출 수 없는 난감함에 애꿎은 머리만 계속 긁적거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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