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89화
너튜브 진출?(5)
‘마계소녀’ 채널에 두 번째 영상이 완성됐다.
윤지운의 2집 ‘만남의 추억’을 새롭게 편곡해 은율이가 부르는 영상이었다.
‘만남의 추억’은 과거 윤지운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던 시기에 불렀던 노래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이 약간 어둡고 애절한 분위기인 데 반해, ‘만남의 추억’은 흥겹고 경쾌한 리듬을 가졌다.
자이나는 이 곡에 싱그러운 느낌을 더욱 추가해 아직 앳된 느낌의 은율이와 딱 어울리게 했다.
대충 촬영해 올렸던 첫 번째와는 달리, 이번에는 여러 번의 테스트와 실험 촬영을 거쳤다.
거기다 향상된 릴리아의 촬영 기술, 안드라스의 장비 지원 등등이 어우러져, 영상의 퀄리티는 이전의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올라갔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영상을 완성했음에도 릴리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시현 오라버니, 이상한 부분 없었어? 나는 이 부분이 조금 어색한 것 같은데 다시 찍을까?”
“그 정도는 괜찮아. 전혀 안 이상해.”
“으으…… 영상을 너무 늦게 올려서 사람들이 벌써 실망했으면 어쩌지?”
“채널을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영상이 늦을 거라고 벌써 말해뒀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분명 이해해 주실 거야.”
어떻게든 불안함을 달래주려 했지만 릴리아는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대충 찍었던 첫 번째 영상과는 달리, 열심히 준비한 만큼 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와락!
불안해하던 릴리아의 다리 쪽에 은율이가 안겨들었다. 살짝 당황한 릴리아를 은율이가 방긋방긋 웃으며 올려다봤다.
“은율아?”
“나는 릴리아 언니가 찍어준 영상이 너무 좋아.”
“저, 정말?”
“응! 앞으로도 릴리아 언니가 계속 찍어줬으면 좋겠어. 헤헤!”
계속 찍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릴리아는 큰 감동을 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는 울컥 올라오는 감정 그대로 은율이를 꼬옥 껴안았다.
“으아앙! 은율아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서 정말 예쁘게 찍어줄게.”
“꺄하하! 릴리아 언니 간지러워!”
릴리아는 어느새 불안함을 털어내고 은율이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농장 식구들은 그런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자! 그럼 영상 업로드 할게.”
은율이와 릴리아의 노력이 담긴 두 번째 영상이 ‘마계소녀’ 채널에 업로드됐다.
두 번째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많은 사람이 영상을 시청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내가 예상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진짜 오랜만에 귀가 정화되는 느낌!!
-언제 새로운 영상 올라오나 계속 기다렸는데, 정말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두 번째 영상도 최고입니다.
-예전에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네요. 원곡도 좋지만, 영상의 노래도 정말 새롭고 마음에 들어요.
-소리도 훨씬 깔끔해지고, 영상 촬영도 매끄러워졌네요. 앞으로 계속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영상의 댓글에는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영상 퀄리티에 대해서도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자이나가 새롭게 편곡한 노래에 대해서도 많은 칭찬 댓글이 이어졌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칭찬과 관심을 받은 건, 영상 속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은율이였다.
-목소리는 엄청 어린데 노래 실력이 ㅎㄷㄷ…….
-너무 잘 부르니까 보고 또 봐도 신기함.
-당장 가수 데뷔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음.
은율이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더불어, 귀엽고 독특한 외모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노래 부르는 여자애 너무 귀엽지 않음?
-저 동물 귀랑 꼬리는 진짜임? 컨셉 만들려고 CG로 넣은 건가?
대부분 사람은 여우 귀와 꼬리를 CG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중 몇몇은 CG가 아님을 눈치채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CG 아닌 것 같은데…… 저렇게 자연스러운 움직임 표현하는 거 쉽지 않은 일임.
-저게 CG가 아니라고? 그럼 진짜 마계에서 찍기라도 했다는 말?
-CG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 귀엽기만 하면 그만이지.
-ㅇㅈ 귀여운 게 최고다!
하지만 그 의문도 ‘귀여운 게 최고다!’라는 의견에 휩쓸려 금방 잠잠해졌다.
영상을 시청한 대부분이 이미 여우 소녀에 홀린 것 같았다.
두 번째 영상에 쏟아지는 관심에 힘입어 채널의 구독자 숫자도 꾸준히 올랐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영상도 두 개밖에 없는 채널임에도 구독자 숫자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관심과 응원은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에 비례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압박을 받을 정도인데, 혹시 아이들도 똑같이 어려움을 느낄까 봐 걱정이 들었다.
이 ‘마계소녀’라는 채널을 키워서 돈을 벌거나, 인기를 끌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아이들이 영상 만드는 일을 순수하게 즐기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보람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기는 했지만.
이런 압박감에 아이들의 즐거움이 깨지지 않도록 조금 더 힘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