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0화
너튜브 진출?(6)
메시지에 언급된 윤지운이라는 이름에 눈을 동그랗게 떠졌다.
내용도 다짜고짜 계약 이야기를 언급하는 다른 연예 기획사가 보낸 것들과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사기로 의심했다.
지금은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지만, 한때는 가요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했던 윤지운이다. 그런 가수가 은율이의 영상을 보고 갑자기 연락을 해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기뻐하기보다는 의심이 먼저 들 수밖에 없다.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현혹하는 건 흔한 사기 수법 중 하나니까.
하지만 이렇게 의심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윤지운은 은율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했지만, 나도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가수였으니까.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시지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기획사 홍보팀 박재영입니다.
“여보세요? 혹시 ‘마계소녀’ 채널에 연락처 남기신 분 맞나요?”
-헉!! 제가 남긴 게 맞습니다. 연락 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를 받은 남자는 ‘마계소녀’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짜고짜 연락 달라고 메시지를 남겨서 불쾌하지 않으셨나 모르겠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요즘에 기획사 쪽에서 워낙 이런 메시지를 많이 받아서 조금 무덤덤하거든요.”
-그러셨군요? 제가 계약 관련 업무를 맡은 건 아니지만, 계약은 최대한 이야기를 듣고 진행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쪽 업계가 많이 투명해졌다고는 해도, 아직 사기꾼들이 많은 편이거든요.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보다 지금 연락해 주신 분이 ‘마계소녀’ 채널을 운영하시는 분인가요?
“보호자인 제가 임시로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올린 건 아이들이 끼리 시작한 일이거든요.”
-혹시 영상에서 노래 부르던 여자 아이가……?
“제 딸입니다.”
-오오. 아버님이셨군요? 저도 영상을 봤었는데. 따님분이 너무 귀엽고 노래를 잘 불러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한동안 은율이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딸의 칭찬을 듣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었기에 내 입에는 흐뭇한 미소가 생겨났다.
-아무튼, 이렇게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지운 씨에게 뜬금없이 부탁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거든요.
“지금 말씀하시는 분이 정말로 가수 윤지운 씨 맞나요?”
-물론이지요. 따님분께서 부르셨던 ‘만남의 추억’을 불렀던 그 윤지운 씨 맞습니다.
“그렇게 유명하신 분이 갑자기 콘서트 티켓을 보내준다고 하니까…… 조금 얼떨떨하더라고요”
-원래 이런 부탁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직접 저한테 전화까지 하셔서 부탁하시더군요. 꼭 영상 속의 여자아이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면서요.
“…….”
내가 중간에 대답을 멈추자 남자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아! 부담스러우시면 거절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윤지운 씨도 절대 억지로 권유하지 말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냥 콘서트 티켓만 받아가셔도 됩니다.
으음…….
윤지운이 연락을 부탁했다는 것도 정말 의외였지만, 은율이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도 굉장히 놀라웠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윤지운 씨가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뭔가 특별한 목적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그냥 따님분의 영상을 정말 감명 깊게 본 걸 겁니다. 매니저 말로는 수십 번도 넘게 영상을 돌려봤다고 하더라고요.
“으음…… 그런가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시고, 내키실 때 언제든 다시 연락해 주세요. 콘서트 티켓은 온라인으로 받아보실 수 있게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와의 통화가 종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지운 콘서트 티켓 4장을 받게 됐다.
조금 복잡한 심경으로 선물 받은 티켓을 보고 있는데…….
-와락!
누군가 내 다리를 꽉 끌어안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은율이가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아빠 뭐 해?”
“으응. 잠시 통화하고 있었어.”
“누구랑?”
“…….”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대답 대신 은율이를 안아 들며 다른 주제를 꺼냈다.
“은율아. 은율이는 윤지운 콘서트 가고 싶어?”
“콘서트? 콘서트가 뭐야?”
콘서트라는 단어를 모르는 은율이에게 간단히 그 뜻을 설명해 줬다. 그러자 은율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기대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콘서트라는 곳에 가면 윤지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거야?”
“그래. 직접 노래 부르는 걸 볼 수 있어.”
“가고 싶어! 나도 콘서트 갈래!”
은율이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생각 이상으로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연말 휴가 일정에 윤지운 콘서트도 추가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