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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2)화 (292/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2화

이상한 하루(2) 

“최근에 농장 식구들이 저를 피하는 것 같아서요. 뭔가 저 몰래 숨기는 것 같고, 이야기도 길게 하지 않으려는 것 같고…….”

“그런 일이 있었나요?”

아델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네.”

“제가 듣기로 영주님과 농장에 계신 분들은 가족같이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제 기억에는 그다지 특별한 행동을 한 것 같지 않거든요.”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는데. 마음에 걸리는 일은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

“최근에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때문에 부담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겨울 준비를 한다고 제가 이것저것 일을 많이 벌였잖아요.”

겨울 준비를 위해 많은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다 보니, 최근에 빡빡한 일정을 계속해야 했다.

아주 당연하게도 주변에서 도움을 주던 식구들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고민이 계속 이어지면서 내가 너무 마음대로 농장 식구들을 부려먹은 게 아닐까? 하는 후회와 함께 마음이 무거워졌다.

“영주라는 자리에 너무 몰입해서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지 못 했나봐요…… 아델라 씨?”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아델라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녀의 당황스러운 반응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 죄송해요, 영주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버렸네요.”

“저는 심각하게 생각해서 털어놓은 고민인데…….”

나는 고민을 비웃음당했다고 생각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델라는 푸근한 표정과 말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영주님의 고민을 비웃은 게 아니에요. 너무 영주님다운 고민이라 저도 모르게 웃었을 뿐이에요.”

“예?”

아델라는 시선을 내려 미루와 캐시에게 말을 걸었다.

“얘들아. 카디스 영지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니?”

그녀의 질문에 두 아이는 망설이지 않고 답을 내놓았다.

“아저씨!”

“영주님!”

“그래. 정답이야.”

정답이라는 말에 미루와 캐시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두 아이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준 아델라는 다시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영주님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다는 사실은 마을의 꼬마들도 다 아는 이야기예요.”

“으음…….”

갑작스러운 칭찬에 쑥스러워져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우리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농장에 계신 분들이 모를 리가 없잖아요. 그분들도 영주님이 가장 열심히 노력한다는 걸 알고 계실 거에요.”

“제가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식구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게 아닐까요?”

“글쎄요. 제가 그분들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모두 다 영주님을 신뢰하고 따르는 분위기였거든요.”

아델라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저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고민해야 할 만큼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너무 혼자서 끙끙 고민하지 말고, 그분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 보세요. 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아델라는 다시 한번 모성애 넘치는 푸근한 미소로 나를 위로했다. 고민을 털어놓는 게 정말로 효과가 있었는지, 답답했던 마음이 금방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아델라 씨.”

“별말씀을요. 이렇게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네요. 저뿐만 아니라 엘든 마을의 모두가 영주님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저도 응원할게요, 아저씨!”

“나도! 나도 응원해!”

무릎 위에 미루와 캐시가 손을 번쩍 들면서 나를 껴안았다. 두 아이의 응원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응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

-덜컥!

“다녀왔습니다, 영주님.”

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라구스.

그의 손에는 두툼해 보이는 서류 뭉치가 잔뜩 들려 있었다.

“이웃 마을에 추가로 필요한 식량과 물품들을 정리해서 가져왔습니다. 확인을…….”

라구스는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위를 확인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 책상 위에는 그가 확인을 부탁하고 간 서류가 아직 잔뜩 쌓여 있었다.

그는 살짝 원망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영주님. 설마 제가 옆 마을에 다녀오는 동안 이것밖에 확인 못 하신 건 아니겠죠?”

“아…… 그게. 고민할 문제가 있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까…….”

궁지에 몰린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눈동자로 아델라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비워진 상태였다.

“얘들아, 우리는 이제 나가서 놀까?”

“응.”

“나는 엄마 보러 갈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어느새 아델라의 손을 양쪽으로 잡고 방을 나섰다.

사이좋게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응원하고 있다면서요?

“영주님.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빨리 이것들을 확인해 주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여기서 밤늦게까지 있으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끄응…… 알았어요. 가져온 서류 주세요.”

나는 라구스의 감시 아닌 감시를 받으며 서류 확인 작업에 열을 올렸다.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어려운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주변에 그것을 털어놓고 응원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다른 일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는 것도 고민을 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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