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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4)화 (29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4화

이상한 하루(4)

“그럼 우리부터 시작할게!”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드는 릴리아.

그녀의 뒤로 안드라스도 따라나섰다. 그는 꽤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흠흠, 저와 릴리아는 선물을 같이 준비했습니다.”

안드라스는 릴리아와 함께 거실 한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정체불명의 커다란 물건이 두꺼운 천으로 뒤덮여 있었다.

“시현 님에게 어떤 게 필요할까?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데, 바쁘게 일하시느라 생겼을 피곤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만들어봤습니다.”

“나랑 오라버니의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만든 거라고!”

두 사람은 정말로 열심히 선물을 준비했는지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럼…… 두구두구두구두구…….”

릴리아는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모두의 시선을 모으더니, 안드라스와 함께 두꺼운 천을 확 벗겨냈다.

“짜잔!”

“어……?”

두꺼운 천 아래에 있던 건 나에게 꽤 익숙한 모양새의 물건이었다. 흔히 안마의자라 불리는 제품과 아주 흡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혹시 안마의자야?”

“딩동댕! 지구에 있을 때 도움을 받았던 아저씨, 아주머니 집에 안마의자가 있었는데. 그때 직접 사용해 보고 굉장히 유용한 선물이라 생각했었거든.”

“릴리아가 말해준 안마의자의 기능을 제가 가진 마법적 지식으로 재해석해서. 농장과 영주 일로 피곤해하는 시현 님을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안마의자를 직접 만들다니…….

얼마나 완성도 높은 선물인가는 상관없이, 나를 위해 안마의자를 만들어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두 사람은 이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아마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 테니까.

“만드느라 많이 고생하셨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저는 나름대로 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시현 님께서 선물이 마음에 드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시현 오라버니, 빨리 앉아봐.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줄게.”

신난 표정의 릴리아가 내 팔을 잡아끌며 안마의자 쪽으로 향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커다란 안마의자에 몸을 기댔다.

“어때?”

“으음, 생각보다 편안한데? 의자 가죽도 아주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최고급 가죽을 사용했습니다. 잘 찢어지지도 않는 재질이니 마음껏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의자가 나한테는 조금 큰 것 같은데?”

의자의 몸을 감싸는 부분이 헐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여유 공간이 많았다.

“잠시만…….”

릴리아가 안마의자 손 걸이 부분에 스위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안마의자가 꿀렁꿀렁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으으윽!

“오오오?!”

안마의자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나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헐렁이던 느낌은 금방 편안함과 안정감으로 바뀌었다.

“이제 괜찮지?”

“응, 딱 좋은 것 같아.”

“이 안마의자는 체형에 맞게 편안한 자세를 알아서 조정해 주거든. 그래서 시현 오라버니 말고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지.”

신기한 안마의자의 성능에 다른 농장 식구들도 관심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관심에 릴리아는 즐거운 표정으로 스위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안마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감싸고 있던 부분이 꿀렁거리며 온몸을 자극했다.

-꿀렁.

-꾸우우욱.

“오오…….”

온몸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압력에 내 입에서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직접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뛰어난 성능이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기분 좋은 안마를 즐겼다. 조용히 지켜보던 엘프리드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불쑥 입을 열었다.

“시현 선배, 어떤 기분이에요?”

“진짜로 누가 몸을 눌러주는 기분이야. 몸을 많이 써서 피로한 날에는 이 안마의자가 생각날 것 같아.”

나의 극찬에 안드라스와 릴리아는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안마를 받던 나는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으음…… 조금 더 강도가 세도 괜찮을 것 같은데.”

“강도가 셌으면 좋겠다고? 잠깐만 기다려.”

릴리아가 다시 한번 더 스위치를 조작했다.

-철컥!

으응? 철컥?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나는 어느새 안마의자에 벗어날 수 없도록 결박된 상태였다.

“리, 릴리아? 이거 조금 이상한데?”

“괜찮아, 괜찮아. 제대로 된 부분에 안마를 받을 수 있도록 고정한 것뿐이야.”

“아니…… 흡!”

내가 다음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날카로운 압박감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기분 좋음과는 거리가 먼, 통증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표정이 찡그려지자 걱정스러운 반응이 쏟아졌다.

“시현 님, 괜찮으세요?”

“아빠, 괜찮아?”

“끄응, 괜찮아.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나는 괜찮다며 리아네와 은율이를 안심시켰다.

처음에는 확실히 통증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원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찡그렸던 얼굴도 점점 편안하게 펴졌다.

10분 정도의 안마가 끝나고 나는 의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는데 확실히 온몸에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좋은 선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안드라스 씨. 릴리아도 고마워.”

“하하, 고생한 보람이 있었군요.”

“헤헤, 시현 오라버니가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야.”

나의 감사 인사에 두 사람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시현 님, 저도 안마의자 한 번 사용해봐도 될까요?”

“앗! 리아네 선배, 제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아빠, 나도 안마의자, 안마의자!”

그 뒤로 농장 식구들은 차례로 안마의자에 앉아 시원하게 안마를 받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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