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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6)화 (296/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6화

연말 휴가(1)

농장 식구들이 건물 밖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해 줬다.

“휴가 잘 다녀오세요, 시현 님!”

“재미있게 놀다 와. 은율아!”

“어머님께 음식 맛있었다고 전해주십시오.”

“올 때 선물! 선물 잊지 마!”

“…….”

그들의 작별 인사에 은율이와 아꿍이는 계속 뒤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울음소리를 냈다.

“안녕! 다녀올게!”

-무우우! 무우우!

이제 농장 식구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일 때쯤.

나는 한껏 신이 난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자, 이제 둘 다 인사는 그만하고 제대로 걸어야지.”

“응.”

-무우우.

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옆에 쪼르르 달라붙었다.

“그런데 아빠. 규리는 같이 안 가는 거야?”

“응. 다른 요정 친구들이랑 준비할 게 많아서 바쁘데.”

휴가 때마다 항상 함께했던 규리가 이번에는 빠지게 되었다.

「히잉! 지금은 일이 너무 바빠서 못 따라간다, 뾰!」

규리는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아쉬워했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 있는지 결국에는 따라오지 않기로 했다.

“규리도 할머니 보고 싶을 텐데…….”

-무우우…….

은율이와 아꿍이는 침울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는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달랬다.

“다음에는 다 같이 갈 수 있을 거야. 할머니 기다리겠다. 얼른 가자.”

“응, 알았어.”

-무우우.

다시 힘을 낸 아이들이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차원문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화르르륵!

우리 앞에 갑자기 새빨간 불꽃이 타올랐다.

화들짝 놀란 아이들은 곧바로 내 다리 뒤에 숨어들었다. 나 역시 순간 움찔하긴 했으나 금방 불꽃의 정체를 깨닫고 긴장을 풀었다.

-화르르…….

불꽃이 사그라든 자리에는 익숙하면서 커다란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방 그 정체를 알아챈 은율이가 반갑게 소리쳤다.

“치즈!”

「냐아앙!」

다리 뒤에 숨어 있던 은율이가 후다닥 뛰어가 치즈를 껴안았다. 은율이의 포옹이 익숙해진 치즈는 살짝 머리를 내려 손길을 받아주었다.

나는 은율이 보다 한발 늦게 치즈 쪽으로 다가가 자세를 낮추며 물었다.

“치즈, 여기는 어쩐 일이야? 다른 사람들이 배웅할 때도 안 보이길래 늦잠이라도 자는 줄 알았는데. 설마 배웅해 주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치즈는 은율이를 매단 채로 나를 응시했다.

「네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거냥?」

“맞아. 휴가라서 당분간은 농장에 안 돌아올 거야.”

내 대답에 치즈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껌뻑이더니, 불쑥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나도 따라가겠다냥!」

“으음? 너도 따라오겠다고?”

「저 어린 야쿰도 따라가니까. 나도 따라갈 수 있는 거 아니냥?」

-무우?

치즈는 아꿍이를 가리키며 주장했다.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 치즈를 껴안고 있던 은율이가 두 눈을 반짝였다.

“아빠, 치즈도 우리랑 같이 가는 거야?”

“그게…….”

은율이가 기대감 넘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도저히 안 된다는 말이 입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치즈를 바라봤다.

“치즈야. 갑자기 왜 따라오겠다는 거야?”

「농장에 있는 것보다 너를 따라가는 게 훨씬 재밌어 보인다냥.」

“그게 끝?”

「별다른 이유가 더 필요하냥?」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흥미를 느껴 따라오려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용마족 마을을 떠나 농장으로 올 때도 비슷한 이유였으니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치즈를 데려가도 되려나?

아꿍이와 규리와는 다르게 치즈는 꽤 특별한 존재였다. 겉보기에는 조금 커다란 고양이지만, 그 실체는 용마족이 수호신이라 부르며 떠받드는 ‘카르시’였다.

“따라오려면은 무조건 내 말대로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거기서 잘못 사고 치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지거든.”

「그 정도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다냥. 네 말을 무시하거나 아무렇게나 날뛰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냥.」

치즈는 ‘이 정도면 됐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봤다. 나는 양쪽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체념한 듯 대답했다.

“그래. 너도 같이 가자.”

“와아아! 치즈도 같이 간다!”

-무우우! 무우우!

신이 난 은율이와 아꿍이는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주변을 맴돌았다. 치즈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번 휴가에는 작은 요정이 빠지는 대신.

커다란 치즈냥이 한 마리가 함께하게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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