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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7)화 (297/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97화

연말 휴가(2)

집에서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하러 가기로 정하고 각자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편한 츄리닝 바지에 후드티와 패딩을 걸쳐 입었고. 은율이는 이번 겨울에 새로 장만한 털모자와 핑크색 코드를 입혔다.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은율이지만 새 옷을 차려입으니 더욱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아아, 은율이 너무 귀엽지 않아요?”

“그러게. 우리 은율이 꼭 잡지에 나오는 모델같이 옷이 잘 어울리네.”

어머니와 서예린도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감탄을 터뜨렸다. 은율이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았다.

쉴 새 없이 은율이 사진을 찍어대는 서예린을 잡아끌며 우리는 집을 나섰다.

건물을 나서자 포근한 햇볕이 온몸을 기분 좋게 감쌌다.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서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는 딱 알맞은 날씨인 것 같았다.

어머니와 서예린이 은율이의 손을 양쪽으로 잡고 앞서 나갔고. 나와 아꿍이, 치즈가 그 뒤를 따랐다.

이쪽 세계에 꽤 익숙한 아꿍이와는 달리, 치즈는 모든 게 새롭다는 표정으로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재밌게 지켜보던 나는 치즈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치즈야 어때? 지구에 와본 소감이?”

「흐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이상한 곳인 것 같다냥. 사람은 엄청 많은데 다른 동물들은 거의 안 보인다냥.」

“여기는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도시라 그래. 야생동물 같은 건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그리고 공기도 좀 답답한 것 같다냥. 계속 코가 간질거린다냥!」

-푸헹!

치즈는 가볍게 재채기를 하며 코를 움찔거렸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원래 도시의 공기가 좋은 편은 아니거든. 농장의 상쾌한 공기와 비교하기도 힘들지.”

들이쉬는 공기의 차이는 마계와 지구를 오갈 때마다 나도 심하게 체감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감각이 더욱 예민한 치즈는 그 차이를 더 심하게 느꼈을 거다.

“너무 답답하면 집에 다시 데려다줄까?”

「괜찮다냥.」

“공원에 도착하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

계속 코를 찡긋거리는 치즈를 다독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겨울인데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꽤 보였다.

은율이는 공원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서예린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공원 내에 설치된 놀이터였다.

“언니, 언니! 같이 그네 타러 가자!”

“그럴까?”

은율이는 쪼르르 달려가 비어있는 그네에 착!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서예린이 뒤에 서서 그네를 밀어주었다.

힘을 받은 그네가 붕붕 떠오르기 시작하자, 은율이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무우우. 무우우.

“응? 아꿍이도 그네 타고 싶어?”

-무우!

“좋아. 우리도 그네 타러 가자.”

나는 아꿍이를 안아 들고 비어 있는 그네에 몸을 실었다. 그네가 조금 꽉 끼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아꿍이와 함께 탈만 했다.

“예린아! 우리도 좀 밀어줘.”

“잠깐만…… 끄으응!”

서예린은 끙끙대며 내 등을 밀어주었다. 그네가 천천히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얼굴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하하! 아꿍아, 재밌지?”

-무우! 무우!

품에 안긴 아꿍이도 몸을 들썩거리며 바람의 시원함을 즐겼다. 한참 동안 나와 은율이의 그네를 밀어주던 서예린이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야, 이제 나랑 교대해.”

“에이. 더 밀어주지.”

“두 명 동시에 밀어주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빨랑 나와.”

“쩝…….”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그네에서 일어났다.

비어 있는 그네에 서예린이 아꿍이를 안고 냉큼 자리 잡았다. 그네의 뒤편에 선 나는 두 사람의 등을 차례로 밀어주기 시작했다.

“꺄하하! 아빠, 좀 더 세게!”

“하하! 이거 은근히 신나는데?”

-무우우! 무우!

그네에서는 다시 한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중간중간 잔뜩 신난 서예린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신나게 그네를 즐기고 있는 사이.

어머니는 가까운 벤치에 앉아 우리를 흐뭇하게 지켜봤고, 그 옆에는 치즈가 딱 달라붙어 함께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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