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02화
휴가 중에(1)
“흐아아아앙! 가기 싫어!”
서예린이 아침부터 우리 집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는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봤고, 어머니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다독여줬다.
“너무 속상해하지 말렴.”
“왜 하필 지금…… 아이들이랑 놀려고 몇 주 전부터 계획한 휴가인데…….”
“길드에 가장 높으신 분이 직접 연락했다면서. 아쉬워도 일단 급한 일부터 도와야 하지 않겠니?”
“그건 그렇지만…….”
그녀가 아침부터 이렇게 울상을 짓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가디언즈 길드, 그것도 길드장이 직접 휴가 복귀를 요청해 왔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균열에 투입할 인원이 부족해져서 휴가 중인 서예린이 꼭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만 징징대고 얼른 출근 준비해. 이번에 취소한 휴가는 나중에 충분히 보상해 주겠지.”
“나중에 휴가를 나오는 건 의미가 없다고. 그때는 은율이가 없잖아…….”
서예린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엉금엉금 은율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은율이를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은율아. 은율이도 언니가 출근 안 했으면 좋겠지? 나랑 계속 놀았으면 좋겠지?”
은율이는 애절한 눈빛의 서예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응. 나도 언니랑 계속 놀았으면 좋겠어.”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 건 은율이 밖에…….”
“하지만 착한 어른은 하기 싫은 일도 열심히 할 줄 알아야 한댔어. 아빠도 매일 나랑 놀고 싶지만, 착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농장일을 한다고 그랬거든.”
“…….”
은율이의 착한 어른 이야기에 서예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됐다. 어머니는 은율이를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나는 싱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율이 말 들었지? 이제 투정은 그만 부리고 일어나. 길드장님한테는 이미 복귀하겠다고 말했다며.”
“히잉…….”
결국.
서예린은 여전히 울상인 표정으로 어기적어기적 일어섰다. 주섬주섬 겉옷을 껴입고 출근을 준비했다.
나도 강제로 휴가를 취소당한 속상함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길드의 전력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가, 길드장이 직접 부탁할 정도로 급한 일이라면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었다.
서예린이 휴가를 고집하며 나서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무리하게 일을 떠맡을 확률이 높았다. 그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길드장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거다.
나와 은율이, 어머니까지 나서 출근하는 서예린을 배웅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오늘 날씨 추우니까 옷 잘 껴입고, 항상 몸조심하고.”
“언니, 잘 갔다 와.”
밖이 추우니 어머니와 은율이는 현관문 앞까지만 나오게 하고, 대신 내가 서예린과 함께 건물 1층까지 내려왔다.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어두운 낯빛인 그녀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그렇게 속상해하지 마. 다음에 또 휴가받아서 재밌게 놀면 되지.”
“……너는 오늘 뭐 할 거야?”
“나? 으음…… 점심때는 가디언즈 길드 사람들이랑 점심 약속이 있고. 저녁에는 엄마랑 은율이 데리고 외식하고 올 거야. 아는 분이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 줬거든.”
나의 오늘 일정을 들은 서예린의 얼굴이 더욱 어두지더니, 원망과 질투가 섞인 눈빛을 보내며 천천히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를 출발시키기 직전 운전석의 창문을 내리고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급한 일이 생겨서 콱! 바빠져라.”
“어허! 예린 씨. 마음을 곱게 쓰셔야죠. 그리고 저는 휴가 준비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럴 일이 전혀 없답니다.”
“베에∼!”
서예린은 심술 맞은 표정으로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나는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그녀를 배웅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