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06화
신수를 잡아라!(2)
“아저씨!”
“아저씨!”
정태호와 윤세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방향으로 신수를 찾으러 갔던 네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맥이 풀린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신수처럼 생긴 동물이 이쪽에서 봤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그런데 시현 씨가 먼저 도착해계셨군요.”
“아저씨, 신수는 어떻게 됐어? 찾은 거야?”
“으음. 그게…….”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네 사람에게 설명했다. 신수가 차원문을 넘어 도망쳤다는 이야기에 모두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다.
“차원문을 넘어 도망갔다고요?”
“그런 능력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그럼 어떻게 잡으란 거야! 잡으려고 하면 계속 차원문으로 도망칠 텐데!”
살짝 짜증이 섞인 정태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단순히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일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두 명의 천족과 시선을 맞췄다.
“신수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왜 미리 말씀 안 해주셨어요? 미리 알았으면 다른 대책이라도 세웠을 거 아니에요?”
따지는 듯한 나의 물음에 우르키는 움찔 몸을 떨며 안절부절못했다. 반면 아슈미르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신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규칙 위반입니다. 당연히 신수가 가진 능력을 설명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아니?! 그게 도와주는 사람한테…… 에휴, 됐습니다.”
순간 울컥해서 감정이 격해질 뻔했다. 겨우겨우 감정을 꾹 눌러 담았다. 내 모습을 본 발레리안이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려줬다.
-천족과 이야기하느니, 차라리 벽이랑 이야기하는 게 속 편하겠다!
누군가 천족에 대해서 설명했던 이 문장이 다시금 마음속 깊이 각인됐다.
천족의 답답한 행동과 생각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었으니 넘어가고. 지금 중요한 건 달아나 버린 신수를 빨리 붙잡는 일이었다.
붙잡을 방법에 대해 먼저 생각하기 전에, 나는 조금 전에 보았던 이상한 상황을 되짚었다.
“아슈미르 씨, 우르키 씨. 아까 우리가 신수를 찾아내고 다가갔을 때 기억나세요?”
“네.”
“물론 기억납니다.”
“그때 신수는 낯선 사람에게도 핫도그를 받아먹을 만큼 경계심이 낮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신수는 우리, 아니, 정확히는 두 분을 발견하자마자 도망쳐 버렸어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두 천족이 말한 대로라면 신수가 그렇게 허겁지겁 도망칠 리가 없었다. 나는 천족이 뭔가 더 숨기는 게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우르키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했다.
“저, 저도 신수가 왜 도망쳤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최대한 지침서에 나와 있는 대로 신수를 돌봤을 뿐이에요. 위해를 가하거나, 무서워할 만한 행동은 절대 한 적 없어요.”
“우르키 견습 감시관의 말은 사실입니다. 그가 어수룩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신수를 돌보는 일 만큼은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으음…….”
두 사람의 말에 일단 의심을 거둬들였다.
천족의 앞뒤 꽉꽉 막힌 사고방식이 답답하긴 해도. 대놓고 거짓말을 할 존재들은 아니었다. 직접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충분히 신뢰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왜 신수가 도망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미 길 잃은 반려동물과 주인이 재회하는 감동적인 그림은 물 건너갔고, 이제는 억지로 잡아들이는 방식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신수를 잡아야 하지?
잡으려고 하면 또 차원문을 타고 도망쳐 버릴 텐데…….
막막한 상황에 고민하던 나에게 발레리안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
“물론 그때는 신수를 찾는 게 아니라, 집 나간 말괄량이를 찾는 일이었지만 말이죠.”
“아!”
뒤늦게 발레리안의 말을 알아듣고 탄성을 터뜨렸다. 정말 그의 말대로 나는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바로 릴리아가 지구로 가출했던 사건!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정말로 흡사했다.
으음.
그때 어떻게 릴리아를 찾았더라?
처음에는 안드라스가 흔적을 찾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그다음에는…….
그래! 아꿍이!
아꿍이가 릴리아를 찾아줬었지.
신수를 뒤쫓을 방법을 찾아낸 나는 곧바로 발레리안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