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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07)화 (307/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07화

신수를 잡아라!(3)

-무우. 무우.

한 번 달리기 시작한 아꿍이는 거침이 없었다.

가끔 나오는 갈림길에서 잠깐 멈칫거릴 뿐, 아꿍이는 쉬지 않고 신수의 흔적을 쫓았다.

“정말 아꿍이가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요?”

윤세희가 살짝 불안한 반응을 보이자 발레리안이 나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꿍이는 이미 여러 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었거든요.”

그의 말대로 아꿍이는 수차례 자신의 능력을 우리에게 보여줬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빠르게 신수를 찾기 위해서는 아꿍이의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한 끝에.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어느 가게 근처에 도착했다. 일단 이쪽으로 시선이 쏠리지 않게 멀리 떨어져 상황을 살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로 봐서는 가게의 인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저, 저기!”

정태호가 흥분을 억누른 듯한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수! 사람들 사이에 신수가 있어!”

“정말이네요. 분명 신수가 맞는 것 같아요.”

“이번엔 와플 맛집…… 저 녀석 정말 제대로 즐길 생각인가 본데?”

신수의 존재가 확인되자마자 아꿍이를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변했다. 아꿍이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즐겼다.

나는 의기양양해진 아기 야쿰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등 쪽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잘했어. 아꿍아.”

-무우! 무우우!

“알았어. 아까 약속한 대로 나중에 아이스크림 잔뜩 사줄게.”

-무우우.

나에게서 다시 확답을 받아낸 아꿍이는 흡족한 울음소리를 냈다.

일단 신수를 찾는 데는 성공했는데.

저 녀석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만약에 가능하다면 나의 ‘정신 제어’ 능력으로 신수를 붙잡아 놓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인데. 앞뒤 꽉꽉 막힌 천족들이 그걸 허락해 줄 것 같지 않았다.

일단 나의 능력을 사용해서 신수를 붙잡는 건 최후의 방법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남진혁이 내 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형, 지금 신수를 잡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거지?”

“응. 섣불리 다가갔다가 또 도망가면 골치 아파지니까.”

“그럼 이런 방법은 어떨까?”

그는 생각해 낸 작전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지금 신수의 행동을 보니까. 낯선 사람, 특히 음식을 받아먹을 때 별로 경계를 안 하는 것 같더라고. 그 점을 이용하는 거야.”

“흠,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냥 행인인 것처럼 접근한 다음에 음식으로 유혹해서 자연스럽게 잡는 거지.”

“근데 그게 가능할까? 아까 저 둘과 같이 있는 모습을 봐서 금방 들통날 텐데.”

“그때 형은 있었지만 우리는 없었잖아.”

“……아아! 맞다.”

핫도그 가게 앞에서 신수를 놓쳤을 때.

그때는 나와 두 명의 천족만 있었고, 가디언즈 길드 세 사람과 발레리안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 말인즉슨.

신수는 그 자리에 없던 네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당연히 경계할 이유가 없었다. 평범한 행인으로 위장해 충분히 접근할만 해보였다.

나는 남진혁의 방법에 동의했다. 이를 들은 두 명의 천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들키지 않았던 사람 중에서 발레리안을 제외한 세 사람만 신수에게 보내기로 했다. 마족인 그의 정체를 신수가 알고 경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부탁할게, 얘들아.”

“우리만 믿으라고!”

“다녀올게요, 아저씨.”

“형, 잘되면 한턱내는 거야.”

세 사람은 평범한 행인인 척 와플 가게로 향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신수가 눈치채기 힘든 곳에 몸을 숨기고 상황을 살폈다.

“그건 그렇고. 저 신수 작은 몸집에 엄청나게 잘 먹네요.”

와플을 끊임없이 받아먹는 신수를 보며 발레리안이 감탄을 터뜨렸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게요. 우르키 씨, 원래 저렇게 잘 먹나요?”

“아…… 그게…….”

“……?”

“천계에 있을 때는 저렇게 많이 안 먹었던 것 같은데…… 저도 저렇게 많이 먹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

이 사람…….

아니, 이 천족…… 진짜 신수를 돌보는 담당 맞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네.

내가 우르키의 발언에 황당해하는 사이.

신수 쪽으로 향한 세 사람은 와플을 구입한 뒤, 신수가 있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뀨우우?

이미 잔뜩 받아먹었음에도 신수는 새로운 와플 냄새에 바로 반응을 보였다.

세 사람 중 윤세희가 자세를 낮춰 따끈따끈한 와플을 내밀었다.

“이거 먹을래?”

-뀨우우!

잔뜩 신이 난 신수는 와플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 사이 남진혁과 정태호는 신수를 포위하기 위해 슬금슬금 자리를 잡았다.

손쉽게 작전이 성공이라 생각하던 그때.

-움찔!

-뀨우우…….

갑자기 신수가 발걸음을 멈췄다. 몸을 낮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니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았다.

초조해진 윤세희가 조금 더 다가서며 와플을 내밀었다. 하지만 불안해진 신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점점 멀어졌다.

“에잇!”

신수가 눈치챘다고 생각한 정태호가 손을 뻗으며 몸을 날렸다.

-타닷!

-뀨웃!

신수는 고양이처럼 유연하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정태호의 손길을 피했다. 뒤이어 남진혁과 윤세희도 뛰어들었지만, 신수는 재빨리 몸을 피해 달아났다.

으으…… 아깝다.

거의 다 잡았는데!

두 명의 천족은 다시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도망치는 신수의 뒤를 쫓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때.

도망치던 신수 앞에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화르르르륵!

-뀨우웃?!

불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치즈가 매서운 눈빛으로 신수를 노려봤다. 신수는 잔뜩 겁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떨더니, 금방 차원문을 열고 도망쳐버렸다.

우리는 신수가 사라진 곳을 허탈하게 바라봤다.

* * *

날개를 꺼낸 천족.

그리고 불꽃을 휘감은 고양이.

아까 신수가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일단 자리를 옮겼다.

관심을 피해 조용한 곳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이 먼저 튀어나왔다.

“에휴…….”

거의 다 잡을 뻔했다는 아쉬움과 다시 또 쫓아야 한다는 막막함에 가슴이 답답했다.

능력을 쓰지 않고 저 신수를 잡는 일은 너무 어려워 보였다.

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던 내 귓가에 나른한 목소리가 울렸다.

「쯧쯧, 한심하다냥.」

“으응?”

「그렇게 생각 없이 쫓아다니기만 해서는 그 작은 녀석을 절대 못 잡을 거다냥.」

치즈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억울한 마음에 불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치즈, 너는 잡을 수 있다는 거야?”

「사냥하는 거였다면 아까도 순식간에 잡았을 거다냥. 저 날개 달린 녀석들이 귀찮게 할 것 같아서 적당히 멈춘 거다냥.」

“…….”

내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자, 치즈는 조금 더 또렷해진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냥 쫓기만 해서는 절대 그 녀석을 잡을 수 없다냥.」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뒤를 쫓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내야 해야 한다냥.」

“미리 알아내?”

「그렇다냥. 그 작은 녀석이 아무런 제약 없이 차원문을 넘나드는 것 같지만, 분명 필요한 조건이 있을 거다냥.」

-화르르륵!

치즈의 주변에 불꽃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내 옆쪽으로 이동했다. 녀석의 갑작스러운 이동에 주위 사람들의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에는 눈에 보이거나, 미리 표시를 해둔 곳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냥.」

“신수도 비슷한 제약이 있을 거라는 말이야?”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냥. 농장에 있는 덩치 큰 마족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냥.」

농장의 덩치 큰 마족.

아마도 안드라스를 말하는 것 같았다.

차원도약 마법을 자주 사용하는 안드라스도 그 어려움에 대해서 여러 번 설명한 적이 있었다. 제대로 된 준비가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었다.

나는 두 천족을 바라보며 물었다.

“신수가 차원문을 이용해 도망칠 때 제약이 있나요?”

“…….”

“…….”

역시나 아슈미르와 우르키는 대답을 하지 않고 꾹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으로 미뤄보아 제약이 있다는 추측은 정답인 것 같았다.

“태호야. 너 아까 신수가 갔던 가게들 다 알고 있다고 그랬지?”

“응, 다 맛집이라서 기억하고 있어.”

“내 스마트폰에 위치 좀 찍어줄래?”

나는 정태호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가게들을 표시했다. 그리고 남진혁과 윤세희가 SNS에서 발견한 사진 속 위치들도 추가했다.

신수가 발견된 위치를 전부 표시하자. 금방 놀라운 사실 하나를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표시된 위치가 서로서로 비슷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발레리안과 남진혁도 뒤이어 나와 같은 사실을 눈치챘다.

“발견된 곳이 모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건 우연으로 보기 힘들겠군요.”

“거기다 신수가 움직인 경로가 지도에 표시된 곳과 연속되게 이어지고 있어.”

나는 SNS에 올라오는 정보들을 추가시켜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좀 더 촘촘히 만들었다. 그러자 신수가 움직일 수 있는 경로가 거미줄처럼 지도 위에 표시됐다.

신수의 움직임을 파악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제 이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신수를 잡아야 할지가 문제였다.

말 그대로 거미줄처럼 경로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것만 가지고는 신수의 움직임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었다.

그때 다시 한번 치즈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아까 내가 한 말 까먹은거냥?」

“이것만 가지고는 완벽히 예상이 힘든데? 신수가 도망칠 수 있는 경로가 너무 많아.”

「도망칠 수 있는 경로가 너무 많으면 직접 막으면 되는 거다냥.」

“아……!”

「몇 번이고 잡으려다 실패했으니, 그 작은 녀석은 더욱 경계가 심해질 거다냥. 오히려 그 점을 노리면 되는 거다냥.」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작정 뒤를 쫓을 필요가 없었다. 이 지도에 표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수를 몰아넣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맹수는 사냥감을 허둥지둥 뒤쫓지 않는다냥.」

치즈가 매섭게 눈을 빛냈다.

「천천히 사냥감을 몰아넣고 딱 한 번의 기회를 노리는 거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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