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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08)화 (30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08화

신수를 잡아라!(4)

우리는 자칭 맹수!

치즈의 조언에 따라 신수를 잡기 위한 작전을 설계했다.

작전은 아주 간단했다.

신수의 예상 이동 경로를 천천히 차단하면서 한쪽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겨진 경로로 신수가 도망쳤을 때, 미리 그곳에 기다리고 있다가 잡아들이는 것.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 또한 치즈가 도움을 주었다.

-화르르르륵!

정태호, 윤세희, 남진혁.

세 사람의 몸 주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우아앗!”

“꺅!”

“헉!”

갑작스러운 불길에 그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금방 그 불길이 뜨겁지 않다는 걸 깨닫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 사람은 이 불꽃의 주인을 눈치채고 커다란 고양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아저씨. 이 불꽃은 설마 저 고양이가…….”

윤세희의 질문에 내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치즈가 너희들에게 자신의 기운을 나눠준 거야.”

“갑자기 왜요?”

“이렇게 너희들에게 치즈의 기운을 나눠주면, 신수가 멀리서도 기운을 감지할 수 있을 거야. 아까 치즈한테 제대로 겁먹은 거 봤지? 아마 이 기척을 느끼면 치즈라고 생각해서 알아서 도망칠 거야.”

“아…….”

세 사람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치즈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물론 치즈는 그런 관심이 귀찮다는 듯 홱 고개를 돌렸지만…….

치즈의 기운을 넘겨받은 세 사람.

그리고 발레리안까지 총 4명이 신수를 몰아넣는 역할을 맡았다. 발레리안은 치즈의 기운을 받지는 않았지만, 마족의 기운이 있었기에 적절히 신수를 압박할 계획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더 신수를 붙잡기 위해 움직였다.

* * *

아슈미르에 의해서 갑자기 불려 나왔던 게 이른 점심때였는데. 지금은 벌써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조금씩 맴돌았다.

낮이 짧은 시기라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금방 어두워질 것 같았다.

견습 감시관 우르키는 굉장히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계속 둘러봤다.

“이 방법으로 신수를 붙잡을 수 있을까요? 조금 있으면 어두워져서 더 찾기 힘들 것 같은데…….”

“침착하세요.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신수를 붙잡으려면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아슈미르 씨 말이 맞아요.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침착하게 기다려보죠.”

불안해하는 우르키를 달래며 계속 신수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끄응…….

근데 가만히 기다리려니까 조금 춥네.

신수를 뒤쫓아 계속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가만히 있으니 몸이 차게 식으면서 체감 온도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무우우…….

“아꿍아, 추워?”

아꿍이도 상당히 추워졌는지 몸을 웅크리고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외투의 지퍼를 내리고 직접 품어주려는데.

-화아아악!

어디선가 갑자기 따뜻한 기운이 몰려오며 추위를 싹 밀어냈다.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아꿍이도 푸근한 온기에 번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따뜻한 기운이 몰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커다란 치즈 고양이가 무심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마워, 치즈야.”

「…….」

내 감사 인사에 녀석은 괜히 딴청을 부리며 시선을 피했다. 아꿍이도 쪼르르 치즈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무우. 무우우.

「킁…….」

치즈는 아꿍이의 애교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슬쩍 몸을 움직여 아꿍이를 품어주었다. 그 츤데레 같은 모습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에츄!”

재채기 소리에 고개를 반사적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코끝이 살짝 새빨개진 아슈미르가 보였다.

와…… 천족도 재채기를 하는구나.

뭔가 묘한 부분에서 신기함을 느끼면서, 두 명의 천족은 아직 추위에 노출된 상태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가 굉장히 귀찮은 일도 맡기고 답답한 행동으로 짜증도 나게 했지만,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안쓰러운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치즈를 바라보며 천족이 있는 쪽으로 눈짓했다.

치즈는 귀찮음을 넘어 짜증이 섞인 얼굴을 하면서도, 내 부탁이라 마지못해 따뜻한 온기를 천족에게 불어넣어 줬다.

새하얗게 질렸던 두 천족의 얼굴에 조금 생기가 돌아왔다. 아슈미르는 고마움을 담아 조용히 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

주머니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남진혁에게서 온 전화였다.

-형! 방금 신수가 내가 있는 쪽에서 차원문으로 도망쳤어.

“그래?”

-만약에 우리 계획의 계획대로라면 지금 신수는 형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을 거야.

“알았어. 수고했어, 진혁아!”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차례였다.

계획대로라면 신수는 분명히 이 근처로 도망쳤을 거다.

“아꿍아, 한 번만 더 부탁할게.”

-무우우!

나는 아꿍이에게 신수가 사용하던 담요를 내밀었다. 다시 냄새를 확인한 아꿍이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재빨리 그 뒤를 쫓았다.

아꿍이는 전에 보았던 빵집 앞을 지나 옆으로 이어진 좁은 골목 쪽으로 향했다.

건물 뒤편, 어두컴컴한 공간.

사람들의 시선이 닿기 힘든 그곳에 작은 생명체의 기척이 느껴졌다.

-뀨우웃?!

신수는 우리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지?’라며 놀라는 듯했다.

“저, 정말 찾았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시현 씨. 덕분에 무사히 신수를 데려갈 수 있게 됐습니다.”

우르키는 ‘이제 살았다!’는 표정으로 환호했고, 아슈미르는 평소처럼 담담한 태도로 내게 인사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너희들도 고생 많았어.”

-무우우우!

「냐아아앙!」

나 역시 뿌듯한 표정으로 고생한 아꿍이와 치즈를 한 번씩 쓰다듬어줬다.

-뀨우우우…… 뀨우우우…….

막다른 곳에 몰린 신수는 힘을 모으기 위해 끙끙거렸다. 아마도 차원문을 열려는 것 같은데, 우리가 예상한 대로 연속해서 차원문으로 여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시현 씨,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우르키 견습 감시관!”

앞으로 나선 아슈미르가 우르키에게 신호를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우르키가 천천히 신수 쪽으로 향했다. 그가 점점 다가갈수록 신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뀨우우…….

“자∼! 이제 돌아가야죠. 더는 다른 분들에게 폐 끼치면 안 돼요.”

우르키가 손을 뻗자 신수가 머리 쪽의 날개를 퍼덕이며 반항했다.

-뀨우우우! 뀨우우우!

“아아앗! 진정하세요.”

신수가 우르키를 공격한 건 아니었다. 그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거부의 뜻을 드러내고 있었다.

“으음…….”

신수의 울음소리에 담긴 슬픈 감정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와중에 아꿍이가 입으로 내 다리를 당겼다.

-툭. 툭.

-무우우…….

아꿍이도 신수를 불쌍하게 느꼈는지 슬픈 울음소리를 냈다. 잠시 아꿍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결심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저기, 우르키 씨.”

“우아앗?!”

“우르키 씨!”

“부르셨습니까?”

아직도 신수와 실랑이를 벌이던 우르키가 겨우 내 부름에 응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저 친구랑 대화를 좀 나눠봐도 될까요?”

“엑? 신수랑 대화를요?”

우르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 뜻을 확고히 전했다.

그는 뒤에 있던 아슈미르를 바라봤다. 아마도 그녀에게 결정을 넘기려는 모양이었다.

잠시 대답을 망설이던 아슈미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르키 견습 감시관. 물러나세요.”

“예에? 하지만 외부인과 신수의 접촉은 되도록 차단하는 게 원칙…….”

“시현 씨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거기다 이런 일에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합니다.”

나는 내심 놀라며 아슈미르를 바라봤다.

내가 먼저 제안하긴 했지만, 그녀가 흔쾌히 허락해 줄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기 때문이었다.

우르키는 명령에 따라 일단 물러났다. 물러나면서도 아슈미르의 결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우르키가 멀어지자 신수는 잠시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그 안정은 곧바로 내가 나서면서 금방 경계심으로 뒤바뀌었다.

-뀨우우우…… 뀨우우우…….

신수는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일단 녀석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을 거리를 유지한 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뀨우우?

내 행동이 의외였는지 녀석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고 경계심을 쉽게 내려놓지는 않았다. 나는 천천히 의식을 확장하며 교감 능력을 사용했다.

이 정도 능력을 사용하는 건 괜찮겠지?

혹시 천족이 반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두 천족은 내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능력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걸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눈앞에 신수에 의식을 집중했다. 마수가 아닌 신수임에도 녀석의 감정이 또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감정은 불안함. 신기하게도 나보다 뒤쪽에 두 천족에게 느끼는 불안함이 더 컸다.

불안함이라는 커다란 감정 덩어리를 지나, 좀 더 내면의 감정을 읽어내려 시도했다.

그런데 내면에서 느낀 또 다른 감정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억울함’과 ‘속상함’이었다.

천족이 신수를 못살게 구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신수의 감정은 ‘공포’, ‘증오’ 같은 무거운 감정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니까 좀 더 가벼운…….

간단히 말해 심하게 삐진 정도?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두 명의 천족을 바라봤다.

“저기 두 분. 혹시 신수에게 뭐 잘못한 일 있으세요?”

“딱히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저, 저도요. 저는 항상 지침서대로…….”

-뀨우우우! 뀨우우우!

지침서라는 말에 신수가 격렬히 반응했다.

아무래도 우르키가 말하는 지침서가 이 사건과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천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아꿍이가 불쑥 신수에게 다가섰다. 갑작스러운 접근에 신수는 잠시 몸을 움찔 떨었다.

-무우우?

-…….

-무우. 무우.

하지만 아꿍이의 살가운 행동에 신수는 천천히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무우우. 무우?

-뀨우우…….

-무우! 무우!

-꾸우우! 뀨우우웃!!

아기 야쿰과 신수는 조금씩 대화를 나누더니, 나중에는 금방 친해져서 쉴 새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교감 능력으로 둘의 대화를 엿들은 나는 신수의 속사정을 깨닫고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두 천족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어휴…… 저 답답한 천족…….

이건 내가 신수였어도 도망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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