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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20화 (320/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20화

그리핀의 날갯짓(3)

릴리아는 드론처럼 생긴 아티팩트에 육포를 매달아 하늘로 띄워 보냈다.

-부우우웅!

입이 비어 있던 새끼 그리핀들은 금방 육포 냄새를 맡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삐이익!

-삐이익!

두 녀석은 아티팩트에 매달린 육포를 확인하자마자 후다닥 달려들었다.

누가 보면 내가 굶긴 줄 알겠다 얘들아…….

-부우우웅!

-휘익! 휙!

-폴짝!

아까 나뭇가지에 육포가 매달려 있었을 때처럼, 그리와 피니는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부리를 내밀었다.

“헤헷! 그렇게 쉽게는 못 주지.”

릴리아의 아티팩트는 적절히 높이를 유지하며 그리와 피니를 계속 유혹했다.

조금 더 높이 점프하기 위해 날개를 약간 퍼덕이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육포를 열심히 쫓던 두 그리핀이 별안간 우뚝 멈춰 섰다. 녀석들을 지켜보던 농장 식구들 머리 위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응?

혹시 너무 열심히 움직여서 힘이 다 빠져 버렸나?

그런 걱정이 머릿속에 떠오르려 할 때쯤.

두 그리핀의 눈동자에 매서운 빛이 터져 나왔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 하지만 그 눈빛이 향한 곳은 육포가 아니라…….

-삐이이익!

-삐이이익!

아티팩트를 조종하던 릴리아였다.

두 그리핀은 릴리아에게 달려들며 날개를 크게 퍼덕였다. 날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상대에게 위협을 주기 위한 행동인 것 같았다.

“꺄아아아!”

갑작스러운 습격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보았지만, 사냥 본능에 눈뜬 그리핀들의 추격을 떨쳐내기 쉽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프리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행 연습이 아니라 사냥 연습이 돼버렸는데요?”

“위협을 할 때는 확실히 날개를 퍼덕이는군요. 시현 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날개 쪽에는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혹시 농장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 날개 쓰는 법을 잃어버렸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가 봐요.”

감탄하는 나와 안드라스를 보며 리아네가 뾰족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요! 릴리아가 비명 지르는 모습은 전혀 안 보이는 거예요?!”

“헛!”

“릴리아 괜찮아?”

우리가 뒤늦게 릴리아를 찾았을 때는 이미 그리핀의 위협이 끝난 뒤였다.

릴리아가 혼비백산 도망치면서 아티팩트는 땅에 떨어졌고, 그리와 피니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 육포를 얻어냈다.

“흐에에엥∼! 리아네 언니, 너무 무서웠어.”

“이제 괜찮아, 괜찮아.”

맹렬하게 쫓아오는 그리핀들이 꽤 무서웠는지 울음을 터뜨리는 릴리아. 그런 그녀를 리아네가 살짝 안아주며 토닥토닥 달래줬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봤던 나쁜 오라버니들을 무섭게 노려봤다.

“…….”

“쩝…….”

“크흠…….”

민망함에 리아네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육포를 맛있게 먹고 있는 그리핀들을 바라봤다.

영리한 녀석들.

그 짧은 사이에 릴리아가 아티팩트를 조종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거기다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않고 날개만 퍼덕이며 릴리아에게 혼란을 주는 선에서만 끝냈다.

앞으로는 이런 위협적인 행동도 분명 자제시켜야겠지만, 아주 영리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 뒤로도 새끼 그리핀들을 날게 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옆에서 붙잡고 직접 날개를 움직여주기도 하고, 다치지 않을 정도의 높이에서 훌쩍 던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전혀 날아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리와 피니가 이 모든 과정이 놀이라고 생각해 굉장히 즐거워한다는 것 정도.

더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지켜보고 있던 카네프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대충 절벽 같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안 되나? 그럼 살고 싶어서라도 알아서 날아오르겠지.”

그의 극단적인 제안에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사장님…….”

“카네프 님, 그건 좀…….”

“저렇게 귀여운 애들한테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심지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슈미르도 살짝 경멸의 빛을 드러냈다. 모두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카네프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원래 그런 거야. 날아야 할 때 날지 못하면 그만큼 약해지는 거라고. 야생이었으면 저 녀석들이 얼마나 보호받았을 것 같아? 아마 부모가 날아서 떠나는 모습을 땅에서 지켜봐야만 했을걸?”

부정적인 말투와는 별개로 카네프의 말은 사실이었다. 뛰어야 할 때 뛰지 못하고, 날아야 할 때 날지 못하면 치열한 야생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곳은 치열한 야생이 아니다.

어렵게 먹이를 구할 필요도 없고, 다른 위협적인 마수들을 걱정하며 도망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평온한 환경 때문에 새끼 그리핀들이 날지 못하는 거라면? 보살핌이라고 생각했던 내 행동이 녀석들의 성장을 막고 있는 거라면?

이런 생각까지 이어지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삐이?

-삐이이…… 삐이이…….

내 안 좋은 표정을 읽은 그리와 피니가 슬쩍 내 곁으로 다가왔다. 녀석들은 내 발치에서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아프지 않게 부리를 콕콕 찌르며 관심을 끌었다.

씁쓸하게 웃으며 녀석들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시현 선배님?”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지금까지 조용히 지켜보던 우르키가 나를 불렀다.

“우르키? 나 불렀어?”

“저도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이야기해 봐도 괜찮을까요?”

“응. 괜찮아. 편하게 이야기해.”

우르키는 몰려드는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천천히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저 그리핀과는 경우가 다르겠지만, 천족도 어렸을 때는 비행 연습을 하거든요.”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천족도 날개를 가지고 있었지.

뒤늦게 중요한 사실을 떠올린 자신의 멍청함을 탓하는 사이, 우르키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어린 천족에게 날아오르는 방법을 직접 알려주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그냥 날개를 사용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뿐이에요.”

나는 물론이고.

아슈미르를 제외한 다른 농장 식구들도 우르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스스로 날개를 움직이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날개를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요. 그러다 때가 되면 보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비행을 시도하는 거예요.”

“아기가 걷는 방법을 배우는 거랑 똑같네?”

“맞아요. 어떻게 보면 날아오르는 것도 걸음마를 떼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우르키의 설명은 이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해줬다.

지금까지는 해왔던 시도는 전혀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니었다.

“우르키의 말은 이 녀석들이 나는 것에 직접 관심 가지게 만들자는 거지?”

“예, 맞아요.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직접 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리핀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저도 돕겠습니다.”

아슈미르도 도움을 주겠다며 한발 앞으로 나섰다.

우르키의 제안에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설명이 설득력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방법은 새끼 그리핀들에게 전혀 무리를 주는 방법도 아니었으니까.

“그럼…….”

“…….”

-펄럭!

-펄럭!

두 천족의 등에서 순백의 날개가 펼쳐졌다. 주변에 작은 바람을 일으키며 날개를 몇 번 퍼덕이더니, 금방 하늘 위로 솟구쳐올랐다.

“오오…….”

“와아! 멋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모두가 감탄하며 바라봤다. 내 양옆에 있던 그리와 피니도 두 천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삐이이.

-삐이이.

그리고 두 천족이 하늘에서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녀석들은 자신의 날개를 움찔거렸다.

확실히 아까 보여줬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 * *

농장에 비상 소집이 있고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새끼 그리핀들에게 천족이 비행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다. 녀석들도 그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천족의 비행을 눈여겨 살폈다.

그리와 피니가 비행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분명해 보였지만, 아쉽게도 뭔가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천족의 비행을 꾸준히 지켜보는 일을 제외하면 새끼 그리핀들의 일상은 그대로였다.

바르바토스 가문의 행사가 신경 쓰이는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이미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 녀석들이 그러지 못한다는 게 가장 신경 쓰였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이대로 새끼 그리핀들이 영영 날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들이 점점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펄럭!

-휘이이익!

오늘도 새끼 그리핀 그리고 다른 농장 식구들도 함께 천족의 비행을 지켜보던 중. 아슈미르가 평소보다 빠르게 비행을 끝마치고 내 앞에 내려앉았다.

“오늘은 일찍 내려오셨네요? 혹시 몸이 안 좋으세요?”

“아뇨. 몸 상태는 완전히 정상입니다. 시현 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먼저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잠시 나와 그리핀들을 쳐다본 뒤, 다시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저와 우르키 견습 감시관이 날아다니는 건 이제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표정을 흐리며 되물었다.

“으음…… 이 방법도 실패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 방법의 효과는 확실해졌습니다. 저 작은 그리핀들이 비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사실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는 그리핀들이 직접 날아오르게 만들어야 했다.

“시현 님.”

“네?”

“시현 님은 처음 걸음마를 할 때, 누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조금 당황하면서도,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니라 침착하게 대답했다.

“걸음마요? 그야……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겠죠? 어머니는 지금도 제가 처음으로 걸을 때를 기억한다고 하셨으니까요.”

“바로 그겁니다.”

“……?”

“일반적으로 어린 개체는 보호자라고 생각한 존재에 영향을 받아 따라 하고 학습합니다. 이 그리핀들도 마찬가지겠죠.”

흠칫!

나는 여기서 이야기가 이상하게 흐를 것 같은 낌새를 느꼈다. 그것도 아주 위험한 쪽으로…….

하지만 내가 어떻게 대처할 겨를도 없이 아슈미르는 빠르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면. 지금 그리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시현 님이 분명합니다.”

설마…… 설마…….

나는 어색한 표정과 말투로 대답했다.

“그…… 렇죠.”

그리고 아슈미르의 이어지는 말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아주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시현 님께서 직접 날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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