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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28화 (32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28화

사라진 요정들(1)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딸기밭에 있던 요정들이 전부 다 자취를 감췄어요. ‘규리’도 마찬가지고요.”

엘프리드의 말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우르키 쪽을 바라봤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엘프리드의 말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일단 가보자. 내가 가서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나는 비행 훈련 중이던 그리핀들을 집으로 데려다준 뒤, 급하게 딸기밭으로 뛰어갔다. 엘프리드와 우르키도 나의 뒤를 따랐다.

금방 도착한 딸기밭 근처에는 엘든 마을 주민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자마자 우르르 몰려와 인사를 건넸다.

“영주님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요정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어요.”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수인들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불안해하는 수인들을 지나 직접 딸기밭 온실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의 추운 날씨와는 다르게 따뜻한 온도.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싱그러운 냄새. 그리고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가는 딸기들까지.

겉으로 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모습.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얼굴이 굳어져 갔다.

“규리야 나 왔어.”

-…….

“혹시 장난치는 거야? 이미 충분히 놀랐으니까 빨리 나와.”

-…….

“얘들아?”

그 누구도 내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딸기밭의 적막이 커질수록 내 불안감도 점점 켜졌다.

마지막으로 딸기밭 전체에 교감 능력까지 사용하며 그들의 기척을 찾으려 노력해 봤지만, 아주 작은 벌레들의 움직임만 느껴질 뿐. 요정들의 것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정말 사라졌어…….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온실을 빠져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인들이 우르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영주님!”

“저희가 제대로 딸기밭을 관리하지 못해서…….”

“지금 요정들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내가 요정들이 없어진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생각했는지, 수인들 전부가 무릎을 꿇으며 잘못을 빌었다.

요정들이 사라진 건 정말 큰 문제가 맞지만, 그렇다고 이 일이 수인들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허탈한 표정을 최대한 숨기며 벌벌 떠는 수인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일어나세요. 무슨 이유로 요정들이 사라졌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여러분들의 잘못을 따지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니에요. 일단 사라진 요정들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수인들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혹시 사라진 요정들에 대해서 뭔가 알고 계신 분 없나요? 최근에 이상했던 점이라든가, 마지막으로 요정들을 보셨던 분?”

“으음…….”

“흠…….”

수인들뿐만 아니라 엘프리드와 우르키도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딸기밭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포코 영감이었다.

“제가 마지막으로 요정들의 기척을 느낀 건 2일 전쯤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요정이 제 수염으로 장난을 치고 도망가는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포코 영감님 말씀은 요정들이 사라진 게 어제였다는 건가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영주님과는 달리 저희는 요정이 직접 나타나지 않으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으음…….”

“요 며칠 새에 딸기밭에 출입했던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어제는 요정들을 본 주민들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포코 영감의 증언에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원래 요정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숨어 있어서 그 존재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요정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요정을 보는 일이 꽤 흔했다. 딱히 축복을 받은 내가 아니더라도, 요정들은 엘든 마을 주민들이나 마족 앞에서 곧잘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장난을 치거나, 말을 거는 것도 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포코 영감님이 딸기밭 일을 가르칠 때, 요정들이 갑자기 나타나 장난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알려줄 정도였다.

딸기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요정을 못 봤다면, 그건 정말로 뭔가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 보였다.

-스윽.

누군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딸기밭에서 꽤 오래 일한 수인 중 하나였다. 나는 그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뭔가 생각나는 게 있어요?”

“제가 귀가 좀 밝아서 요정들의 속삭임을 자주 듣는 편인데. 한 일주일 전부터 ‘여왕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여왕님?”

“네. 정확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장난기 많은 요정답지 않게 꽤 진지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요정들의 여왕.

그러고 보니 규리가 온실을 만들 때 ‘요정 여왕’에 대해서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원래는 추운 겨울이 되면 여왕에게로 가서 봄이 될 때까지 머무르는데. 온실이 만들어진 덕분에 여기서 계속 지낼 수 있다며 기뻐했었다.

그 여왕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규리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여왕이라는 존재를 나쁘게 말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금방 결론을 내리기에는 단서가 너무 한정적이었다.

더 단서를 얻기 위해 수인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딱히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더 나오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직접 요정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딸기밭을 돌보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두고 모두가 딸기밭 주변 수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엘든 마을 주민들과 나, 엘프리드, 우르키까지 열심히 딸기밭 주변을 수색했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요정들과 관련된 그 어떤 흔적도 찾아낼 수 없었다.

* * *

딸기밭에서 농장으로 돌아가는 길.

“에휴…….”

내 입에서 땅이 꺼질 듯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시현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정들은 분명 어딘가에 잘 숨어 있을 거예요.”

“엘린 선배 말이 맞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엘프리드와 우르키가 양쪽에서 나를 위로했다. 신경 써주는 두 사람의 마음을 망치고 싶지 않아 애써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겠지? 어디서든 잘 숨는 요정들이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여전히 불안한 건 변함없었다.

수인들도 이미 어두워진 상황에서 요정들을 계속 찾겠다고 할 정도로 걱정이 많아 보였다.

딸기밭을 유지하는 데 요정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수인들도 알고 있었다. 딸기밭이 엘든 마을의 생명줄이나 다름없었기에 요정들의 실종은 그들에게도 굉장한 충격이었을 거다.

우울한 분위기로 농장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거실 쪽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다다닷!

-포옥!

“아빠!”

은율이가 날다시피 하며 내 품에 안겼다.

“어이쿠! 은율아!”

“아빠 왜 이제 왔어! 오늘 놀아준다고 했으면서!”

“아…… 그랬었지. 미안해, 은율아. 아빠가 깜빡했어.”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자 은율이는 크게 실망한 듯 여우 귀를 축 늘어뜨렸다. 다급해진 나는 재빨리 변명을 늘어놓았다.

“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랬어.”

“무슨 일?”

“으음…… 그러니까…….”

“……?”

끄응.

요정들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규리와 요정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은율이에게 최대한 숨기고 싶었다. 굳이 은율이까지 걱정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슬쩍 엘프리드와 시선을 맞추며 거짓으로 변명을 지어내려는데…….

“은율 아가씨! 시현 선배님은 정말로 바빴습니다. 사라진 요정들을 찾느라 방금까지도 계속 딸기밭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눈치 없는 우르키가 은율이에게 있는 그대로를 다 말해 버렸다.

“아앗……!”

“우르키!”

나와 엘프리드가 기겁하며 우르키를 쳐다봤다. 그는 ‘뭐가 잘못됐나요?’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요정들이 사라졌어?”

“으응…… 은율아. 그게 말이야…….”

나는 어쩔 수 없이 딸기밭의 요정들이 사라진 사실을 말했다.

그래도 은율이가 너무 걱정하지 않게끔, 밝은 목소리로 금방 돌아올 거라는 희망적인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은율이는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사라진 요정들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뭔가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율아, 왜 그래?”

“으음…… 나 규리가 어딨는지 알고 있는데.”

“규리가 어딨는지 안다고?”

“응.”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더 은율이에게 물었다.

“정밀이야? 정말 규리가 어딨는지 알아?”

“무서운 할아버지가 있는 곳에 있어.”

무서운 할아버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었다.

“은율아. 아빠가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겠는데.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안 될까?”

내 부탁을 들은 은율이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귀엽게 고민하던 여우 소녀는 뭔가를 생각해내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사람들이 거기를 ‘아빠게’라고 했어.”

“아빠게??”

“응! 아빠게!”

이게 무슨…….

은율이의 종잡을 수 없는 설명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그때. 엘프리드가 알아냈다는 표정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시현 선배! 은율이는 ‘시현계’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아!”

무서운 할아버지는 벨리온 스승님.

‘아빠게’는 ‘시현계’를 은율이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은율아, ‘시현계’를 말하려고 했던거야?”

“그러고 보니 릴리아 언니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 헤헤!”

시현계에 규리가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규리가 그곳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우웅. 그냥 그런 느낌이야.”

은율이는 맑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렇게 대답했다.

조금은 황당한 대답이었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은율이는 정말로 규리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시현 선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으음…….”

시현계에서 은율이가 갑자기 쓰러졌던 일이 있고 난 뒤에는 한 번도 그곳에 방문한 적이 없었다. 혹시나 은율이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규리가 왜 딸기밭을 떠났고, 왜 시현계에서 머무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시현계를 방문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릴리아에게 가보자.”

시현계로 향하는 차원문 장치를 만든 릴리아.

나는 곧바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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