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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39화 (33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39화

요정계로 향하여(1)

“어…… 내가 요정?”

“응!”

여자아이는 내가 요정임을 확신하는 듯, 올려다보는 두 눈동자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웬만하면 귀여운 아이의 기대감을 저버리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나는 사실대로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아저씨는 요정이 아니야.”

“거짓말!”

“지, 진짠데…….”

“아저씨한테서 요정의 향기가 난단 말이에요.”

여자아이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다른 아이들도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 진짜 요정의 향기가 나.”

“저 아저씨?”

“나도, 나도!”

아이들은 순식간에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낯도 가리지 않는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엇?!”

어떻게 저항할 틈도 없이. 그림자 일족의 아이들은 나의 팔, 등, 어깨, 다리 구석구석 매달렸다.

혹시 다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가만히 있었더니, 금방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을 하게 됐다.

일행은 내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지켜봤고, 아이들을 데려온 마을 여성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부스럭. 부스럭.

「으엑?! 답답하다, 뾰!」

주머니에 숨어 있던 규리가 아이들의 압박을 참지 못하고 불쑥 튀어나왔다.

“와아! 진짜 요정이다.”

“요정! 요정!”

아이들의 시선이 동시에 규리 쪽으로 향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규리는 금방 불안함을 느끼고 휙 날아올랐다.

「꺄아! 가까이 오지 마라, 뾰!」

“날아간다.”

“요정아. 도망가지 마.”

방 안에는 금방 규리와 아이들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그림자 일족이라 그런지 어린아이들의 몸놀림이 아주 날렵했다.

규리 덕분에 나는 아이들의 포위를 벗어나 자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첫 번째로 나에게 다가왔던 여자아이는 아직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으음. 너는 요정 안 쫓아가니?”

내가 규리를 가리키며 묻자. 여자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저씨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아.”

아이고! 예뻐라!

농장에 있는 은율이가 생각날 정도로 사랑스러운 애교였다.

나는 반쯤 녹아내리는 얼굴로 여자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재빨리 가방을 뒤져 간식으로 챙겨온 사탕을 하나 꺼냈다.

“이거 먹어 볼래?”

“응?”

“달콤하고 맛있는 사탕이야.”

빨간색 사탕의 투명한 포장지를 손수 벗겨낸 다음, 아이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 여자아이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사탕을 넙죽 받아먹었다.

-오물오물.

여자아이는 젖살이 가득한 볼을 움직이며 사탕을 맛봤다.

“어때? 맛있지?”

“……와!”

사탕의 달콤함을 맛본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마치 온몸으로 맛을 표현하는 것 같아 너무 귀여웠다.

-툭. 툭.

“응?”

누군가 팔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규리를 쫓아갔던 아이 중 하나가 이쪽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행복한 표정의 여자아이를 바라봤다.

“너도 사탕 줄까?”

-끄덕끄덕!

나는 다시 가방을 뒤져 사탕을 꺼냈다. 여자아이와 마찬가지로 포장지를 벗겨 아이의 입에 사탕을 넣어주었다. 역시나 달콤한 맛에 취해 굉장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아이들도 사탕의 존재를 눈치채고 후다닥 내 앞으로 모여들었다.

덕분에 쫓기던 규리는 날아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끄응, 남은 사탕이 넉넉해야 할 텐데…….

혹시나 사탕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든 아이에게 하나씩 나눠줄 양은 충분했다.

내가 이 마을에 손님인지, 아니면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인지 혼동이 오려고 할 때쯤. 방문이 열리면서 바르단과 테르잔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을 데려왔던 여성은 정중하게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위해 얼른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나눠준 사탕의 효과가 컸는지. 몇몇 아이들은 나와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품 안에 안겨있던 여자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상을 지었다.

나는 ‘나중에 또 놀아줄게.’라고 달래주며 아이들을 여자 쪽으로 보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여 나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뒤, 아이들과 방을 빠져나갔다.

바르단과 테르잔은 그런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손님께서는 아이들을 대하는 게 많이 익숙하신 모양입니다.”

“하하, 딸을 하나 두기도 했고. 원래 아이들을 좋아해서요.”

“그랬군요. 이 마을에 외부인이 찾아오는 일이 워낙 드물다 보니 아이들이 호기심을 많이 가진 모양입니다. 귀찮으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제가 다 아쉬울 정도였는데요, 뭘.”

바르단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생겨났다. 아이들과 잘 지내는 모습이 괜찮게 보인 모양이었다.

반면에 테르잔은 살짝 뚱한 표정으로 불만스럽게 말했다.

“왜 너만 인기 있는 거지?”

“네?”

“나한테는 아이들이 잘 안 오거든. 나도 아이들이랑 놀고 싶은데…… 왜 나한테는 안 오는 걸까?”

“…….”

“…….”

“…….”

나를 포함한 일행들. 심지어 바르단까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누구도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단 한 사람.

로커스만 빼고.

“그걸 몰라서 물…… 읍읍!”

뭔가를 말하려는 로커스의 입을 크록이 재빨리 틀어막았다. 그의 재빠른 대처에 나머지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의 소란이 끝나고. 바르단과 테르잔이 우리 앞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입을 연 쪽은 바르단이었다.

“여러분이 침묵의 숲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들었습니다. 요정계로 향하는 입구에 가고 싶으시다고요?”

“네, 맞아요.”

「맞다, 뾰!」

바르단은 잠시 나와 규리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그림자 일족과 요정 여왕님의 관계에 대해서는 들으셨습니까?”

“아뇨.”

“그렇게 복잡한 내용은 아닙니다. 저희 일족의 선조께서는 모종의 이유로 침묵의 숲에 숨어들었고, 요정 여왕님께 도움을 받아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받았던 은혜를 갚기 위해. 저희는 요정계 입구를 자발적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림자 일족과 요정 여왕의 오래된 관계를 들으며 나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학다식한 안드라스도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흥미로운 표정으로 경청했다.

“사실 저희가 지키지 않더라도 요정계 입구에는 아무나 도달할 수 없습니다. 침묵의 숲 가장 깊고, 찾기 힘든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죠.”

“결국은 그림자 일족의 허락 없이는 절대 요정계 입구로 갈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살짝 굳어진 얼굴로 바르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원래라면 요정계 입구로 데려가 달라는 제안은 단칼에 거절했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대가를 내놓든지 상관없이 말입니다.”

“으음…….”

“하지만 지금은 고민 중입니다. 여러분들이 전한 이야기 중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르단은 아주 진지해진 얼굴로 물었다.

“요정계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정말 사실입니까?”

질문에 안드라스가 나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테르잔에게 설명했던 것처럼,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자기 생각을 밝혔다.

설명을 들은 바르단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사실 저희도 얼마 전부터 이상한 변화들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침묵의 숲에서 가끔 보이던 요정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 일입니다. 이상함을 느낀 정찰 대원들이 숲속 깊은 곳까지 확인해 봤지만, 요정들의 흔적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침묵의 숲에도 요정들이 모두 사라졌다?

딸기밭에서 요정들이 모두 사라졌던 일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는 중입니다. 저희가 침묵의 숲에 정착한 이후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그의 목소리에서 깊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저희는 요정계 입구로 향하는 길은 알아도, 그곳을 통과해 요정계로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해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저희가 마을을 찾아온 거군요?”

“맞습니다.”

바르단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시현 님. 당신에게서는 특별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요정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운이요. 혹시 시현 님은 요정계의 입구를 통과하실 수 있는 겁니까?”

“…….”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요정계 입구를 찾아온 건 맞지만, 내가 그곳을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 앞으로 규리가 불쑥 앞으로 나섰다.

「시현은 가능하다, 뾰!」

“어? 정말로 내가 입구를 통과할 수 있어?”

「우리들의 축복을 받았으니 자격은 충분하다, 뾰!」

규리의 확신에 찬 대답에 바르단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보통 분은 아니셨군요.”

“내가 괜히 여기까지 데려왔겠어?”

테르잔은 바르단에게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시현 님은 요정계로 갈 생각입니까?”

“네. 제가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려고요.”

“……좋습니다. 시현 님께서 요정계 입구로 갈 수 있게 저희가 돕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안전하게 그곳에 도착할 수 있게 마을의 실력 있는 자들을 모두 불러모으겠습니다.”

“도움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좋았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이 잘 풀리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른 일행들의 얼굴도 한결 편안해졌다.

-툭. 툭.

“나도 끝까지 도와줄게.”

테르잔이 나만 믿으라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테르잔 님도 고마워요.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그래, 그래.”

일이 잘 풀려 모두가 즐거워하던 그때.

바르단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크흠! 그런데……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다.”

그는 분위기와 상반된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시현 님을 요정계 입구로 안내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큰 문제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숲속에서는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요정계 입구로 안내하는 일과 관련 있습니다.”

“……?”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얼마 전부터 마수 한 마리가 요정계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바르단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노련한 정찰 대원들이 공포에 질릴 만큼 아주 강력한 마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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