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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40화 (340/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40화

요정계로 향하여(2)

‘강력한 마수가 입구를 막고 있다’라…….

그림자 일족을 설득하는 일만 잘 해결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변수가 남아 있는 듯했다.

“흠…… 아까 보니까 정찰대 실력이 만만치 않아 보이던데. 웬만한 마수는 쉽게 상대할 수 있지 않나?”

로커스는 약간 심드렁한 말투로 물었다. 다른 일행들도 그 부분을 궁금해하며 바르단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을 정찰대원들의 실력이 출중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만나는 마수들은 하나같이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절대 만만히 볼 수 없습니다.”

“사실이야. 내가 어른들에게 배울 때, 숲속 깊은 곳에 마수들은 절대 무리해서 상대하지 말라고 했었어.”

바르단에 이어, 테르잔도 마수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 심각한 분위기에 심드렁하게 반응했던 로커스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묵묵하게 설명을 듣고 있던 안드라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바르단 님께서는 어떻게 시현 님을 입구로 안내하실 생각입니까? 혹시 생각해둔 계획이 따로 있으신지?”

“가장 좋은 건 직접적인 충돌을 자제하고 마수가 알아서 비켜주길 기다리는 것인데…… 최근까지도 그 마수가 입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다 요정계에 어떤 위기가 찾아왔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습니다.”

“흐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무력으로라도 마수를 몰아내야겠죠. 최악의 경우에는 시현 님이 무사히 입구로 갈 수 있도록 시간이라도 끌 생각입니다.”

바르단의 비장한 대답에 방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나는 염려스러운 마음을 담아 물었다.

“괜찮은 건가요? 너무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겠죠. 그래도 마수를 물러나게 하는 정도는 큰 피해 없이 가능할 겁니다.”

침묵의 숲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이 정도로까지 험난한 상황이 기다릴 줄이야…….

무거운 분위기에 침묵이 계속되던 그때.

뜬금없이 리아네가 슬그머니 손을 올렸다. 자연스레 방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러니까 바르단 님은 요정계 입구를 지키는 마수가 문제라고 하신 거죠?”

“그렇습니다.”

“그럼 괜찮지 않을까요?”

“……예?”

“마수에 관해서라면 마계에서 그 어떤 사람보다 영향력 있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렇죠, 시현 님?”

어, 어어…….

리아네 씨, 이 분위기에 갑자기?

“확실히 시현 님이라면 뭔가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요. 마수에 관해서라면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을 해내신 분이니까요.”

으윽!

안드라스 씨까지?

“나는 잘 모르지만. 마왕님이 직접 농장을 맡기고, 그 깐깐한 단장이 인정할 정도면……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라 할 만하지.”

-끄덕끄덕.

두 사람에 이어 로커스와 크록도 내 능력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단은 내 쪽을 힐끔거리며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을 보였다.

“으음. 시현 님의 능력이 그 정도입니까?”

“물론이죠! 야쿰이라고 들어보셨죠? 재앙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야쿰! 그 무서운 마수들도 시현 님 손짓 한 번이면 꼼짝 못 한다니까요!”

“호오?”

“아니…… 리아네 씨. 그 정도는 아닌데…….”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리아네.

이에 질세라 안드라스도 흥분해서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것뿐이겠습니까? 바르바토스 가문의 상징으로 유명한 그리핀! 그 그리핀들을 직접 길러내신 분이 시현 님입니다. 바르바토스 가문이 시현 님을 은인으로 대접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진 이야기죠.”

“으으…… 안드라스 씨, 그만…….”

신나서 이야기하는 건 저 두 사람인데.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두 사람은 마치 영웅의 무용담을 풀어놓듯 내 행적을 설명했다. 바르단뿐만 아니라 테르잔도 관심을 드러내며 경청했다.

“허헛. 시현 님께서 이렇게 대단한 분이실 줄이야! 외진 숲에서만 지내다 보니 전혀 몰라봤습니다.”

“오오! 너 정말 엄청난 녀석이구나? 대단해, 대단해!”

덕분에 무거웠던 분위기는 단번에 풀렸다.

나는 바르단의 기대감 넘치는 눈빛을 받으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 * *

우리는 그림자 일족의 마을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안내받았다. 바르단은 우리를 융숭하게 대접하면서.

“침묵의 숲에서는 밤이 일찍 찾아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편하게 쉬시고. 내일 새벽에 요정계 입구로 향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곧바로 내일 요정계 입구로 향하겠다고 계획을 알렸다. 조금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으로써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에 일행 모두가 계획에 동의했다.

바르단의 말처럼 숲에는 어둠이 빠르게 찾아왔다.

저녁에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아까 보았던 마을 아이들과 함께 잠시 놀기도 했다. 모두 순진하고 귀여운 아이들이라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어슴푸레한 안개와 함께 새벽이 찾아왔다.

“준비는 다 끝나셨습니까?”

바르단이 직접 우리를 찾아와 상태를 물었다.

“네, 모두 준비 끝냈습니다.”

“저희도 준비가 끝났으니 바로 출발하시죠.”

“바르단 님도 함께 가시는 건가요?”

“일족을 이끄는 대표로서 이런 중요한 일에 빠질 수 없죠.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담담한 그의 말에서 믿음직스러움이 묻어났다.

우리는 그림자 일족 정찰대와 합류해 마을 입구로 향했다.

말을 벗어나자마자 정찰대원 중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바르단은 그림자 일족 특유의 대화법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우리 옆에 남아 직접 길 안내를 해줬다.

숙련된 정찰대 덕분에 어지러운 숲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마을을 떠나 몇 시간 정도 지나고.

바르단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제 슬슬 숲의 가장 깊은 곳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언제든 전투가 일어날 수 있으니, 모두 대비해 주십시오.”

우리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숲을 나아갔다.

그의 경고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수들의 습격이 시작됐다.

어제 보았던 원숭이 마수들과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거센 공격이 이어졌다. 그래도 노련한 정찰대원들의 활약으로 전투는 싱겁게 종료됐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습격이 더 있었으나, 모두 빠르게 격퇴하며 일행은 걸음을 계속 이어나갔다.

침묵과 전투가 수차례 이어지던 그때.

공허한 어둠만 가득하던 풍경 사이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빛은……?”

“아무래도 목표에 근접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입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입구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에 모든 일행의 표정이 잠깐 밝아졌다. 하지만 그 밝은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요정계의 입구가 가까워졌다는 말은 가장 어려운 문제도 함께 가까워졌다는 뜻이었으니까.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희미한 빛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깊이 들어갈수록 희미했던 빛이 점점 뚜렷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숲의 일반적인 나무들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크기였다.

“저 나무가 요정계 입구?”

“정확히는 뿌리 쪽에 입구로 향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저는 한 번도 통과해 본 적이 없지만, 시현 님이라면 그 통로를 통해 요정계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던 로커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마수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지금 후딱 뛰어가면 되는 거 아냐?”

“설마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까요?”

“왜? 쉽게 풀릴 수도 있지. 크록, 네가 대신 한번 뛰어갔다 와봐.”

“…….”

크록은 와락 얼굴을 구기며 거칠게 수화를 표현했다. 아무래도 가벼운 로커스의 행동에 불만을 드러낸 것 같았다.

-찌이이잉!

“으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섬뜩한 감각.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것과 동시에 불안감이 차올랐다.

“시현 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그것보다…… 오는 것 같아요.”

주어가 빠진 내 문장에 잠시 물음표들이 생겨났지만, 둔중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의문은 빠르게 사라졌다.

-쿵……. 쿵……. 쿵…….

“저기!”

“으음…….”

“저게 그 마수!”

큰뿔이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커다란 덩치. 웬만한 공격에는 생채기도 내기 힘들 것 같은 검붉은 가죽.

머리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과 꼬리 끝에는 가시가 갈기처럼 돋아나 있었다.

얼굴은 늑대와 흑표를 연상시켰고,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머리에 솟아난 커다란 뿔은 여느 맹수의 것보다 위협적이었다.

-크르르릉…….

붉은 기운이 가득한 눈동자는 명백히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스스스슷!!

마수 주변으로 작은 바람 소리가 연달아 퍼져 나왔다. 어둠에 몸을 숨긴 그림자 일족들이 마수를 포위한 것 같았다.

-크와아아앙!!!

그 움직임을 눈치챈 마수는 숲의 이름이 뒤봐 낄 정도로 큰 포효를 내질렀다. 울음소리에 담긴 엄청난 기세에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마수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얼른 이 틈을 타 입구 쪽으로!”

“감사합니다, 바르단 님.”

“시현 님, 얼른 저쪽으로!”

안드라스와 리아네가 다급히 내 팔을 잡아당겼다. 바르단과 테르잔은 정찰대 쪽으로 합류할 생각인 듯 보였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그 순간.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마수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시현 님, 얼른 가야 해요.”

“자, 잠깐만요. 뭔가 이상해요.”

“네?”

“시현 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당황스러워하는 일행에게 대답하는 대신, 좀 더 거대한 마수 쪽으로 의식을 집중했다.

처음에는 흉포한 기세에 제대로 교감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수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느꼈던 무서운 기세는 단순한 적대감이 아니라, 낯선 존재의 접근을 방해하려는 경계심에 가까웠다.

또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처절함과 절박함도 함께 느껴졌다.

뭐, 뭐지?

아무 이유 없이 이곳에 자리 잡고 행패를 부리는 건 아닌 모양인데?

마수의 적대적인 행동에 이유를 찾기 위해, 조금 더 의식을 집중해 교감 능력을 마수 쪽으로 넓게 퍼뜨렸다.

“아아!”

그리고 곧 나는 뭔가를 발견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처음에 폭발하듯 퍼져나온 기세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흉포한 기세 뒤에는 또 다른 기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주 작고.

금방이라도 흩어 저버릴 것 같은 기운들.

거대한 마수는 분명 저 작은 존재들을 지키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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