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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42화 (342/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42화

요정계로 향하여(4)

“으음…….”

나는 복잡한 얼굴로 침음을 흘렸다. 그러자 규리가 내 옆쪽으로 날아오르며 물었다.

「왜 그러는 거냐, 뾰?」

“아무래도 이 아이들 이상해. 어디 다치거나,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계속 기운을 잃어버리고 있어.”

새끼 마수들의 생명의 기운이 점점 희미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녀석들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셈.

“도대체 왜?”

내 의문에 대한 대답은 예상외로 거대한 마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숲의 저주 때문에 그렇다.

“저주?”

-이 거대한 숲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생명의 기운을 뺏는다. 그렇게 계속 기운을 뺏기면 결국에 죽게 되는 거지.

“그, 그럼 나도 위험한 건가?”

-겨우 며칠 숲에서 지내는 건 상관없다. 어차피 적은 양이고, 잃은 만큼 회복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갓 태어난 새끼들은 다르다. 적은 양이라도 뺏기면 치명적이니까.

“흐음……. 그럼 요정 여왕의 축복이 있으면 그 저주를 벗어날 수 있는 거야?”

거대한 마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물론이고. 저기 어둠에 숨어있는 놈들도 요정 여왕의 축복 때문에 이 숲에서 살아남은 거다. 여왕의 축복이 없으면 그 누구도 여기서 살 수 없다.

그림자 일족이 요정계 일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 무시무시한 마수가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것도.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끼이잉…… 끼잉…….

구덩이 쪽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울음소리. 그 짧은 사이에 새끼 마수들은 힘이 더 빠진 것 같았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는 게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새끼들의 위급한 상태에 거대한 마수는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나를 노려봤다. 눈빛에서 당장 뭐라도 해보라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숲의 저주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남은 방법은 시간을 버는 것밖에 없었다.

“잠깐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서서 외쳤다.

“안드라스 씨∼!”

“시현 님! 혹시 제가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혹시 포션 챙겨오신 게 있을까요? 꿍유가 들어간 거로요.”

“포션 말씀입니까?”

“네, 있는 대로 다 꺼내주세요.”

안드라스는 곧바로 품 안을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묵직해 보이는 자루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자루는 테르잔을 통해 나에게로 전달됐다.

“이거 맞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자루 안에 든 포션을 대충 눈으로 확인한 뒤, 재빨리 새끼 마수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제발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자루 안에 포션을 하나 꺼내 뚜껑을 열었다. 순간 달콤한 냄새가 주변으로 확 퍼져나갔다.

-끼이잉…… 끼잉…….

낑낑대는 녀석 중에 가장 힘들어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섰다. 손으로 조심스럽게 턱을 받치고, 나머지 손으로 뚜껑을 연 포션을 가져갔다.

-크릉…… 킁!

불안한 거대 마수가 계속 거칠게 콧바람을 내뿜었지만, 최대한 포션을 먹이는 데 신경을 집중했다.

-끼이잉…….

“자. 조금만 참고 먹어보자. 금방 기운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다행히 새끼 마수는 포션을 어미의 젖이라고 생각했는지, 내가 넘겨주는 대로 아주 꿀꺽꿀꺽 잘 받아마셨다.

혹시 너무 힘이 빠져서 제대로 받아먹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포션 한 병을 깨끗이 비워냈다.

이어서 구덩이에 있던 나머지 네 마리에게도 한 병씩 포션을 마시게 해줬다. 모두 생존 본능을 따라 허겁지겁 포션을 받아마셨다.

총 다섯 병의 포션을 비워낸 뒤.

한 마리, 한 마리 돌아가며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해줬다. 포션에 담긴 좋은 기운을 최대한 빨리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헉…… 헉…….”

아직 작은 몸집을 가진 녀석들이었지만. 다섯 마리를 돌아가며 쉴 새 없이 마사지 해주다 보니 금방 이마에 땀이 맺혔다.

「시현! 힘내라, 뾰!」

-…….

규리의 응원과 거대 마수의 강렬한 시선을 받으며 계속 마사지를 이어나갔다.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집중하길 몇십 분.

새끼 마수들의 낑낑대는 울음이 점차 사라지고, 규칙적인 숨소리만 구덩이 안에 울려 퍼졌다. 표정도 한결 편안해져 골골대는 소리를 냈다.

위기를 넘겼다는 생각이 들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거친 숨을 내쉬며 이마에 땀을 닦아냈다. 얼마나 필사적으로 마사지했는지, 손가락 마디와 팔근육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래도 애를 쓴 덕분에 새끼 마수들은 위험을 넘긴 것 같았다. 저주 때문에 위태롭던 생명의 기운도 안정적으로 변했다.

새끼 마수들이 평온해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실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다 끝난 거냐?

거대한 마수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커다란 눈동자에는 경계심이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

“응.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아마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

「흥, 멍청한 마수! 내가 말했지, 뾰! 시현은 거짓말 안 한다고, 뾰!」

규리는 의기양양해진 얼굴로 거대한 마수를 쏘아붙였다. 저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저런 배짱이 나오는지…….

말없이 자신의 새끼들을 살펴보던 거대 마수는 돌연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숲의 나무가 흔들릴 정도로 커다란 울음소리를 냈다.

-우우우우!!!

그것은 경계나 위협이 아닌, 기쁨과 안도가 담겨 있는 울음소리였다.

* * *

-꼬물꼬물.

-쭈웁…… 쭈웁…….

인형처럼 귀여운 새끼 마수들이 꾸물꾸물 내 옆으로 모여들었다. 내 허벅지 위에 턱! 몸을 올리기도 하고, 손가락을 입에 물고 쪽쪽 빨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새끼 마수들의 애교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들…… 생명의 은인을 알아보는 건가?

귀엽다, 귀여워!

이렇게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 옆에 있는 무시무시한 마수로 자라난다니.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정말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조용히 나와 새끼들을 지켜보던 거대 마수가 말을 걸었다.

-새끼들의 목숨을 살려줘서 고맙다.

마수의 어조는 처음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부드러워져 있었다. 나는 슬며시 웃으며 감사 인사에 대답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야.”

꿍유가 섞인 포션의 영향으로 새끼 마수들이 잠시 건강해진 것 같지만, 지금도 조금씩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만약에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아까와 같이 또 시름시름 앓다가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거대한 마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려면 요정 여왕의 축복이 필요한 거지?”

-그렇다. 원래는 이곳에 오면 여왕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며칠 동안 여기서 기다렸는데도 축복을 받을 수 없었다.

“아마도 요정계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

-크릉…… 나는 요정계로 찾아갈 수 없다.

마수는 입구 쪽을 보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요정계에 쳐들어가 깽판을 칠 기세였다.

「괜찮다, 뾰! 나랑 시현이 요정계로 가면 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뾰!」

-정말이냐?

「물론이다, 뾰! 너는 네 작은 새끼들과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뾰!」

규리는 아직 요정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좋다! 그러면 너희들이 다녀올 때까지. 내가 이곳을 지키고 있겠다. 다른 마수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말이야.

마수는 늠름 자태로 자신이 입구를 지키겠다 선언했다. 적일 때는 골치 아픈 존재였으나, 이렇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니 든든하게 느껴졌다.

“고마워. 그러면 저기 있는 사람들이랑도 싸우면 안 된다?”

-어둠 속에 숨어서 귀찮게 하는 놈들 말이냐?

“그래. 내 일행들이야.”

-크릉…… 킁!

내 말에 마수는 거센 콧바람과 함께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림자 일족이 꽤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네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절대 저쪽에서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야. 굳이 친하게 지내라고는 말 안 할 테니까. 조용히 기다리고만 있어.”

-……알았다.

마수는 마지못해 대답하며 새끼들이 있는 구덩이 옆에 배를 깔고 자리 잡았다.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유순해진 모습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새끼 마수들을 쓰다듬어 준 뒤, 구덩이를 빠져나와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현 님!!”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 곳은…….”

“저는 괜찮아요. 마사지를 열심히 했더니 조금 힘이 빠졌을 뿐이에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며 걱정했을 일행들을 안심시켰다. 바르단과 테르잔은 무표정을 깨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정말 대단하군요. 저 거대한 마수를 순식간에 제압하실 줄이야. 직접 보고도 제 눈을 의심했을 정도입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하하. 조금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나는 민망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호들갑 떠는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과 마수와 대화했던 내용을 간략하게 전했다.

“저와 규리가 요정계를 다녀오는 동안, 저 마수가 이곳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러니까 그림자 일족분들도 너무 경계하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그, 그렇습니까?”

“네. 자식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수가 반응했다.

-크릉! 당연하지. 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어우! 귀가 엄청나게 밝네.

꽤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마수는 우리의 대화를 다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저는 규리랑 같이 요정계로 가볼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시현 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힘내.”

나와 규리는 일행의 응원을 뒤로하고. 커다란 나무의 뿌리 쪽으로 향했다. 뿌리가 이어지는 안쪽에 땅 아래로 향하는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이쪽, 이쪽인 것 같다, 뾰!」

요정계로 돌아갈 생각에 신난 규리가 먼저 동굴로 들어섰다. 나는 발밑을 조심하며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동굴 안쪽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줄 알았는데. 사방 벽면에서 신비로운 빛이 새어 나와 길을 밝게 비춰주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규리야. 여기로 가면 정말 요정계로 갈 수 있는 거야?”

「응! 느껴진다, 뾰! 요정계의 그리운 느낌이, 뾰!」

들어왔던 입구가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동굴 깊숙한 곳까지 발을 들이던 그때.

몽롱한 기분이 들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급히 규리를 불러보려 했지만, 아득해지는 의식과 함께 금방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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