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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44화 (34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44화

위기의 요정계(2)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장수풍뎅이 호위병은 날개를 꺼내 부웅! 하고 날아올랐다.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자, 잠깐만요. 혹시 날아서 가는 건가요?”

「그렇습니다만?」

그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너무 대답이 자연스러워서 혹시 나도 날 수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였다.

“저는 평범한 인간이라 날개가 없거든요. 날아서 가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헉?! 죄송합니다.」

장수풍뎅이 호위병은 뒤늦게 자신의 착각을 깨닫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날개를 접고 내 앞에 내려앉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과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도 가볍게 웃어넘겼다.

-스으윽.

「타십시오.」

“예?”

「날지 못한다고 하시니 직접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타십시오.」

“…….”

장수풍뎅이 호위병은 나에게 등을 보이며 올라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살짝 당황해서 머뭇거리는데 주변에서 구경하던 요정들이 부러움을 드러냈다.

「와아…… 호위병이 직접 태워준 데, 뾰!」

「부럽다, 뾰!」

이, 이게 그렇게 부러워할 만한 일인가?

「가능하면 내가 직접 데려가려고 했는데. 여기서는 호위병에게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뾰!」

규리는 자기가 직접 데려가지 못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덩치가 비슷해졌다고 해도 확실히 나를 데리고 날아오르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쩝…….

어쩔 수 없나.

호위병의 재촉과 주변 반응에 떠밀려 몸을 움직였다. 엉금엉금 장수풍뎅이의 등위로 올라서는데 굉장히 기분이 묘했다.

「출발하겠습니다. 꽉 잡으십시오.」

“아…… 네.”

꽉 잡으라는 말에 순간 어딜 잡아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흔들리던 두 눈동자에 뿔 뒤쪽 뾰족한 부분이 보였다. 일단 그곳을 양손으로 잡았다.

-부우우웅!

호위병의 날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배려한 것인지 아까보다 천천히 날아올랐다. 규리와 다른 호위병들도 편대를 이루듯 뒤를 따랐다.

「도와줘서 고맙다, 뾰!」

「잘 다녀와라, 뾰!」

「나중에 꼭 딸기밭으로 돌아갈게, 뾰!」

마을 요정들의 인사는 금방 바람에 휘날려 흩어졌다. 뻣뻣해진 몸을 억지로 움직여 요정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를 태운 장수풍뎅이는 금방 하늘 높은 곳까지 도달했다. 발아래의 요정들이 움직이는 점처럼 보였다.

처음 날아올랐을 때는 굉장히 불안했는데, 일정 고도에 도달한 다음에는 아주 안정적인 비행이 이어졌다.

어…… 으음…….

생각보다 괜찮은데?

기분 좋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흔들림 없이 일정한 날갯짓 소리.

덕분에 요정계의 먼 곳까지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커다란 꽃과 버섯,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넋 놓고 구경할 만큼 매력 넘쳤다.

하지만 좋은 것만 눈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아래에 있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이상 현상. 요정계 하늘 곳곳에서 미세한 균열들의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커지거나, 불길한 기운을 내뿜지는 않았지만, 작은 균열들이 곳곳에 발견되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요정계의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불편하시지는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오히려…… 음, 아닙니다”

농장으로 데려가서 은율이도 태워주고 싶다는 뒷말은 재빨리 생략했다. 다행히 호위병은 뒷말을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조금 있으면 여왕님이 계시는 곳에 도착합니다.」

그의 안내가 끝나자마자.

우리들의 눈앞에 커다란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나무 기둥 중심에 아름다운 성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단단한 식물 줄기들이 감싸고 있었다.

마치 성과 나무가 한 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호위병들이 능숙하게 고도를 낮춰 성문 앞에 착지했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장수풍뎅이 등에서 내려섰다.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얼른 들어가시죠. 여왕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나와 규리는 호위병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성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우리는 식물 줄기가 잔뜩 엉켜있는 성문 앞에 섰다.

초인종이라도 눌러야 하나?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드르르륵.

성문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알아서 열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성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섰다.

* * *

-뾰로롱!

-뾰로롱!

어디선가 작은 요정들이 나타나 우리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뾰!」

「여왕님이 초대하신 분들 맞나요, 뾰?」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포동포동한 볼살. 짧은 팔다리와 앙증맞은 날개까지.

너무나도 귀여운 아기 요정들이었다.

품에 꼭 안고 싶다는 충동을 자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장수풍뎅이 호위병들이 우리를 데려와 줬어.”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안내해 드릴게요, 뾰!」

「따라오세요, 뾰!」

나와 규리는 아기 요정들의 안내를 받아 여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요정 여왕의 성은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았다.

마왕성과 비교했을 때, 그 웅장함과 위압감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살아 숨 쉬는 듯한 싱그러움과 신비로운 매력만큼은 전혀 손색이 없었다.

나무 계단과 통로를 지나, 또 다른 호위병들이 지키고 있는 커다란 방 앞에 도착했다.

아기 요정들이 호위병에게 다가가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호위병들은 곧바로 손잡이를 양쪽으로 잡고,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안에서 여왕님이 기다리고 있어요, 뾰!」

우리는 아기 요정들을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향기로운 꽃내음이 가장 먼저 코를 간질였다.

방 가장 안쪽.

뻥 뚫린 천장을 통해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 신비로운 여인이 나와 규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우리를 발견한 여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주 희미한 미소였지만, 주변에 꽃이 만개하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요정 여왕님이신가요?”

「네. 제가 요정들을 이끄는 여왕이랍니다.」

여왕은 차분한 연두색 눈동자로 나와 규리를 살폈다. 그녀에게서 자애로움과 위엄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자연스럽게 규리도 평소답지 않은 아주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저는 임시현이라고 합니다. 농장에서 일하다 우연히 요정들과 인연을…….”

「굳이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요정들에게 충분히 들었거든요.」

“아, 그런가요?”

「이곳에 찾아온 것도 딸기밭에서 요정들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죠?」

나는 살짝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딸기밭의 요정들을 잘 보살펴주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뭘…… 오히려 제가 요정들에게 도움을 받았죠.”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에 침묵의 숲에서 위급한 새끼 마수들도 도와주셨죠?」

“아. 그것도 알고 계셨어요?”

「원래는 제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작은 생명이 무기력하게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있었어요.」

요정 여왕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당신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딸기밭에 요정들을 다시 데려가기 위함인가요?」

“확실히 처음에는 요정들을 데려올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했는데…… 직접 요정계에 와보니, 이곳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네요.”

그녀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딸기밭의 요정들을 급하게 요정계로 데려온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위급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했거든요.」

“그 위급한 상황이라는 게 균열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역시.

아까 요정 마을에서 보았던 균열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

“갑자기 왜 요정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예전부터 조금씩 균열 현상이 일어났었는데. 그럴 때마다 제힘으로 무마시켰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으음…….”

「모든 요정이 나서서 균열이 커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요정 여왕은 말끝을 흐리며 참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야기를 듣던 규리와 아기 요정들도 얼굴이 어두워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균열의 위험이 심각한 것 같았다.

아까 요정들이 모두 탈진했던 장면만 보아도,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여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문득 아크 심판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균열이 나타나게 된 것도 이유가 있다네.

-바로 차원의 균형이 어긋났기 때문이지.

아크 심판관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균열 현상을 차원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했다.

균형을 다시 맞추지 못하면 균열 현상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지금 요정계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비슷한 원인일 확률이 높았다.

문제는 지구와 다르게 상황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

이거 진짜 큰일인데…….

내가 생각하는 게 모두 맞는다면.

지금 당장 요정계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차원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천족도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크 심판관은 내가 희망이라고 했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을 찾아낸 건 아니었다.

차원 불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요정계에서 일어나는 균열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지금도 겨우 막아내는 수준인데. 점점 더 심해진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불 보듯 뻔했다.

“여왕님, 따로 생각해둔 대책은 있으세요?”

「…….」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본 질문에 요정 여왕은 말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그럼 이렇게 계속 버틸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대피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소용없어요. 요정계가 사라지면, 저를 포함한 모든 요정이 힘을 잃고 사라지게 될 거에요.」

요정계를 지켜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버틸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

딸기밭의 요정들을 생각해서라도 뭐든지 도움을 주고 싶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다.

나는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에휴, 그렇다고 요정계를 새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으응?!!! 바로 그거다, 뾰!」

“……?”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규리가 불쑥 소리쳤다.

「요정계를 새로 만들면 된다, 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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