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48화 (34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48화

위기의 요정계(6)

요정들이 어떻게 시현계에 있는 거지?

내가 요정들의 등장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어? 시현이다, 뾰!」

「아앗! 진짜다. 진짜 시현이 나타났다, 뾰!」

「와아아!」

나를 발견한 요정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내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요정으로 가득해졌다.

“어이쿠, 이런!”

벨리온은 몰려드는 요정들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어디론가 훌쩍 도망가 버렸다. 어찌나 빠른지 내가 붙잡을 새도 없었다.

딸기밭에서 지냈던 요정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 이제 온 거야, 뾰! 계속 기다리고 있었잖아, 뾰!」

“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당연하지, 뾰!」

요정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분위기를 살펴보니, 다른 요정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미안. 요정계 입구가 잠시 닫히는 바람에……. 근데 너희들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야?”

물음에 요정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꺄하하! 시현은 그것도 모르는 거야, 뾰?」

“응.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려줄래?”

「우리가 여기 있는 건 당연한 거다, 뾰! 왜냐면 여기가 새로운 요정계니까, 뾰!」

“여기가 새로운 요정계라고?”

내 깜짝 놀라는 반응이 재밌었는지, 이번에는 주변에 있던 요정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봤다.

농장 주변을 닮은 풍경과 특이한 분위기. 이곳은 분명 시현계가 틀림없었다.

요정들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설마 시현계가 통째로 요정계가 된 건가?”

「아무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뾰!」

내 중얼거림에 어깨에 앉아 있던 규리가 동의를 표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만 보면 틀림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뒤늦게 뭔가를 떠올리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요정 여왕님은? 요정 여왕님은 어디 계신 거야?”

요정 여왕을 찾는 질문에 딸기밭 요정이 아니라, 다른 요정 두 명이 내 앞으로 나섰다. 여왕의 성에 있었던 작은 아기 요정들이었다.

「여왕님은 지금 잠에 빠지셨어요, 뾰!」

「새로운 요정계를 만드시느라 힘을 많이 사용했거든요, 뾰!」

“그럼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거야?”

두 아기 요정은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안쓰러운 마음이 들려는 순간, 아기 요정들은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며 희망찬 목소리를 냈다.

「금방 돌아온다고 하셨으니까 괜찮아요, 뾰!」

「그리고 여왕님이 돌아올 때까지. 모두 다 시현 님의 말씀을 잘 들으라고 하셨어요, 뾰!」

“내 말을 잘 들으라고 했다고?”

「네!」

「잠들기 직전에 여왕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뾰!」

아기 요정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야기 몇 마디 나눈 사이인 여왕이 그렇게 큰 책임을 나에게 맡겼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기 요정들의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그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시현, 시현!」

“응?”

주변에 있던 요정 한 명이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계속 여기에 있기 심심하다, 뾰! 나가서 놀 수 있게 해줘라, 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는 여왕님의 허락이 없으면 요정계를 떠날 수 없다, 뾰! 여왕님 대신에 시현이 허락해 줘야 한다, 뾰!」

갑자기 떠날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요정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시현은 그냥 허락만 해주면 된다, 뾰! 여왕님이 있을 때도 그렇게 했다, 뾰!」

요정들은 너무나도 놀러 가고 싶은지, 모두 간절하게 내 쪽을 바라봤다.

아직 요정 여왕을 대신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도해 봤다.

“으음. 너무 위험한 장난치지 말고, 모두 재미있게 놀다 와…… 이러면 되나?”

-우우우웅!

-우우우웅!

내 확신 없는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 곳곳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간의 일그러짐은 각각의 차원문을 만들어냈다.

「와∼! 됐다, 뾰!」

「헤헷! 역시 시현이 최고야, 뾰!」

「재미있게 놀다 올게, 뾰!」

요정들은 차원문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내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주변을 꽉 메우던 요정들이 순식간에 각 차원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북적북적하던 시현계가 금방 조용해졌다.

“하하…… 이것 참.”

하나둘씩 사라지는 차원문을 보며 흐릿한 미소를 흘렸다. 아무래도 요정 여왕의 힘이 정말 내게로 전해진 듯했다.

신비한 능력과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떠맡은 것 같아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툭! 툭!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의 옷을 누군가 가볍게 잡아당겼다.

나의 관심을 끌어낸 존재는 바로 규리와 딸기밭 요정 무리였다.

「시현! 우리도 빨리 가자, 뾰!」

“규리야. 어딜 가자는 거야?”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집으로 가야지, 뾰!」

「나도 빨리 가고 싶다, 뾰!」

「얼른, 얼른, 뾰!」

요정들은 막무가내로 나를 차원문 쪽으로 떠밀었다.

“자, 잠깐만…….”

당황한 내가 미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몸의 절반이 차원문에 걸쳤다. 손 흔드는 아기 요정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완전히 차원문을 통과해 버렸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

살짝 멀미가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정신을 되찾았다.

“끄응…… 얘들아. 그렇게 막무가내로 밀면 어떡해?”

주저앉아 있던 나는 볼멘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비틀비틀 얼어서는 내 앞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헉!! 영주님?!”

“어? 라구스 씨?”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떠는 사슴 수인.

엘든 마을의 촌장이자, 나의 충실한 영지 행정관 라구스였다. 그는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이리저리 나를 살폈다.

“저, 정말 영주님입니까?”

“오랜만이네요, 라구스 씨. 그동안 영지에는 별일 없었나요?”

“네. 딸기밭 문제를 제외하면 별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함께 가셨던 분들은 어디에 계시고요?”

“하하. 그게 설명하자면 좀 긴데…….”

라구스에게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던 그때.

「와아! 오랜만에 딸기밭이다, 뾰!」

「역시 여기가 제일 좋아, 뾰!」

「우리가 없는 동안 딸기가 시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뾰!」

딸기밭에 도착한 요정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수인들은 요정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요정들이 돌아왔다!!”

“오오! 드디어…….”

“영주님도 계신다. 영주님이 요정들을 데리고 돌아오셨어!”

그동안 딸기밭 때문에 걱정이 많았었는지 수인들 모두 다시 나타난 요정들을 보며 진한 기쁨을 표했다. 나 역시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한동안 딸기밭에는 요정들의 웃음소리와 수인들의 환호성이 계속 이어졌다.

* * *

“여러 가지로 도와주셔서 고마웠어요, 바르단 씨. 덕분에 요정들을 다시 찾을 수 있었어요.”

내 인사에 바르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씀을…… 도움을 받은 건 오히려 저희입니다. 시현 님 덕분에 요정계의 위기를 막아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계속 요정 여왕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나에게 받은 도움을 강조했다. 뒤에 정렬하고 있는 그림자 일족의 정찰대원들도 하나같이 존경심을 가득 담아 나를 응시했다.

조금 민망해진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서로 도움이 됐다면 그걸로 된 거겠죠?”

“그림자 일족은 시현 님과의 인연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저희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네요. 나중에 시간이 될 때마다 가끔 찾아올게요. 요정 여왕을 대신해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에 바르단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그림자 일족과 작별인사를 마무리한 뒤.

몸을 돌려 거대 마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옆에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은 새끼들이 나를 알아보고 울음소리를 냈다.

-아앙! 앙!

-끼이잉. 끼잉.

꼬리를 흔들며 안겨드는 녀석들을 하나씩 쓰다듬어줬다.

“하하, 귀여운 녀석들! 너희들도 건강하게 지내야 한다. 가끔 놀러 올 테니까 나 잊어먹지 말고.”

-이제 떠나는 거냐?

거대 마수는 커다란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말투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에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너도 잘 지내. 가능하면 저기 있는 그림자 일족 사람들이랑 싸우지 말고.”

-크릉! 저쪽에서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내 쪽에서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거면 됐어.”

거대 마수, 귀여운 새끼들과도 짧은 작별인사를 끝냈다. 나는 곧장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인사는 다 끝내셨어요?”

“네, 리아네 씨. 저희도 이제 돌아가 볼까요?”

“좋아요!”

돌아가자는 말에 리아네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어휴, 드디어 이 우중충한 숲에서 벗어나겠네.”

“하하하, 그래도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지 않았습니까?”

“좋은 경험은 무슨…… 얼른 카디스 영지로 돌아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맘뿐이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로커스를 보며 안드라스와 크록이 미소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테르잔 님은요? 계속 안 보이시던데.”

“아무래도 먼저 떠나신 것 같습니다. 워낙 신출귀몰하시는 분이시거든요.”

“그런가요?”

떠난 것 같다는 안드라스의 말에 나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함께한 사이는 아니지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웠다.

그것도 잠시.

금방 아쉬움을 털어내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집으로 갑시다.”

앞장서서 향한 곳은 원래 요정계의 입구가 있던 곳이었다.

우리는 그 입구를 통해 시현계를 지나, 농장으로 되돌아갈 계획이었다. 이것도 요정 여왕에게 받은 능력으로 인해 가능했다.

금방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모든 일행은 싱글벙글했다.

딱 한사람, 안드라스만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 원리에 대해 고민했다.

-우우우웅!

-화아아악!

차원문을 지난 우리는 우중충한 숲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초원에서 눈을 떴다.

“아빠∼∼!!”

멀리서 들려오는 여우 소녀의 목소리.

나는 재빨리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얼굴에 더없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두 팔을 쫙 벌렸다.

“은율아!”

-와락!

두 팔 안에 가득 느껴지는 사랑스러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며, 품에 안긴 은율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빠 돌아왔어, 은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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