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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59화 (35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59화

겨울의 끝, 새로운 시작(2)

“나도 갈래!”

갑작스러운 발언과 행동에 나는 깜짝 놀라며 아래를 바라봤다.

“뭐? 아빠를 따라 오겠다고? 지금 아빠가 어디 가는지 알고 하는 소리야?”

“응. 나도 알아. 지금 시현계에 요정들을 만나러 가는 거잖아.”

은율이는 ‘시현계’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정확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요정들을 만나러 가는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율이를 시현계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안 돼.”

“왜애?”

“은율아, 저번에 아빠랑 시현계에 갔다가 쓰러진 거 기억 안 나? 또 그런 위험한 일이 일어나면 어쩌려고.”

예전에 모든 농장 식구들이 시현계로 향했을 때. 멀쩡했던 은율이가 시현계에서 갑자기 쓰러졌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어후!

아직도 심장이 크게 두근두근하는 느낌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농장 식구들도 크게 충격을 받았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 이후에는 절대 은율이를 시현계로 데려가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나에게는 은율이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은율이에게 또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안 돼. 예쁘고 소중한 딸을 위험한 곳에 데려갈 아빠는 세상에 절대 없단다.”

나는 평소보다 엄한 표정을 지으며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은율이는 눈동자를 좌우로 데구르르 굴리더니, 뭔가를 생각해내고 대뜸 말을 꺼냈다.

“그, 그때는…… 맞아! 갑자기 배가 고파서 쓰러진 거야. 오늘은 밥을 많이 먹어서 괜찮아.”

이 앙큼한 여우 소녀는 그럴듯한 변명을 둘러대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은율이는 잘 모르는 한 가지.

쓰러졌던 그날, 농장 식구들은 은율이가 쓰러진 원인을 찾기 위해 상상 이상으로 노력했다.

어떤 옷과 신발을 신었는지, 아침에 잠은 언제 일어났는지, 혹시 무리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는지 등등.

은율이의 안전을 위해 작고 사소한 모든 일을 확인했다.

당연히 그날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이미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어허! 아빠한테 거짓말 하는 거야? 그날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은 것도 모자라, 케이크 간식도 배불리 먹었으면서.”

“으읏!”

급하게 생각해낸 변명이 나에게 통하지 않자. 은율이는 여우 귀를 축 늘어뜨리며 표정을 어둡게 했다.

“히잉…….”

“아빠가 일 금방 끝내고 돌아오면, 그때 같이 놀아줄게.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리…….”

“얘들아, 도와줘!”

응?

누구한테 도와달라는…….

-다다다닷!

-다다다닷!

은율이가 도움을 요청하자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들은 곧장 나에게 달려들었다.

-무우우! 무우우우!

-삐익! 삐익!

-삐이익!

“으아앗! 너, 너희들!”

아꿍이와 그리, 피니.

나는 순식간에 세 마리의 마수에게 덮쳐져 자리에 쓰러졌다.

“너희들도 요정들이랑 같이 놀고 싶지?”

-무우우!

-삐이익!

-삐이익!

녀석들은 은율이의 말에 대답하듯 울음소리를 냈다.

「나도 요청 친구들에게 은율이 소개해 주고 싶다, 뾰!」

어느새 나타난 규리도 내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다니며, 은율이가 시현계에 갈 수 있도록 말을 보탰다.

“끄응…… 안 된다니까 그러네.”

-무우우! 무우우!

-삐이익!

-삐이익!

나에게서 쉽게 허락이 떨어지지 않자 녀석들은 무작정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꿍이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덩치로 밀어붙이며 얼굴을 핥거나 부비적거렸고.

그리와 피니는 날카로운 부리로 내 옷 이곳저곳을 잡아당겼다. 얼마나 부리 힘이 강한지 옷이 통째로 벗겨질 것만 같았다.

한 마리씩 떼어놓으려고 해도. 나머지 두 마리가 다시 달려들어 나에게 장난을 쳤다.

처음 만났을 때는 모두 품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작았었는데, 언제 이렇게 무럭무럭 성장한 건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도 잠시.

이제는 정말 버틸 힘이 모자란 것을 느끼며 다급히 외쳤다.

“으읍, 읍! 그만!”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현 님?”

“뭐 하시는 중이십니까?”

“어? 리아네 씨, 아슈미르 씨!”

리아네와 아슈미르.

두 사람은 방금 막 빨래를 널고 왔는지, 각자의 손에 빈 빨래 바구니를 가지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계신 거예요?”

“정말 격렬하게 놀아주시는군요.”

“으윽! 지금 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리아네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놀아주고 계신 게 아니었어요?”

“저도 재미있게 놀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만?”

“거기서 보고 있지만 마시고. 일단 이 녀석들 좀 말려 주세요.”

내 요청에 따라 리아네와 아슈미르는 한 마리씩 맡아 아이들을 나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

두 사람 덕분에 나는 몸을 일으키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리아네는 내가 일어날 수 있도록 부축해 주며 물었다.

“시현 님, 이게 갑자기 무슨일이에요?”

“으음. 요정들의 문제로 잠시 시현계에 가려고 했었는데. 은율이랑 이 녀석들이 따라가고 싶다고 억지를 부려서요.”

“시현계에요? 하지만 은율이는…….”

리아네는 은율이 쪽을 바라보며 뒷말을 흐렸다. 아마도 나와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한편.

아슈미르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은율이가 시현계에 가면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아! 아슈미르 씨는 그때 없어서 잘 모르시겠군요.”

나는 시현계에서 은율이가 쓰러졌던 일을 짤막하게 설명해 줬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는 은율이를 시현계로 데려간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시현계에 있는 요정들을 보고 싶다고 떼를 써서…….”

“흐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슈미르는 나와 은율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녀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른 일이 더 바빠서 대충 넘어갔다.

“은율아. 시현 님은 은율이한테 또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떼를 쓰면 안 돼.”

“으응…….”

“너희들도 이렇게 심하게 장난을 치면 어떻게 해. 시현 님 옷 더러워진 것 좀 봐봐. 어머! 여기에는 구멍도 났잖아.”

-무우우…….

「미, 미안하다, 뾰!」

리아네는 은율이와 아이들을 차례로 타일렀다.

그녀는 농장에서 나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 주는 사람이었기에 모두 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다.

-삐이익?

-삐이. 삐이익.

아직 눈치가 없는 새끼 그리핀들만 들떠서 울음소리를 냈다.

리아네가 나를 대신해 아이들을 타이르며 분위기가 수습되던 그 순간.

-화르르륵!

화려하게 일렁이는 불꽃과 함께 커다란 고양이, 치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뀨우우!

신수 슈슈도 치즈의 등 뒤에 올라타 함께 등장했다.

“치즈, 슈슈? 너희들은 또 왜…….”

갑자기 나타난 둘을 보며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두 녀석이 이렇게 함께 밖으로 나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뀨우. 뀨우.

「시현계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냥.」

“그건 또 어떻게 들었어?”

「훗! 나를 뭘로 보는 거냥? 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내 손바닥 안이다냥.」

치즈는 잠시 우쭐한 모습을 보이다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은율이는 놓고 갈 생각이냥?」

“아까 내가 하는 이야기 너도 들었지? 요정들과 놀고 싶다는 이유로 가볍게 허락할 문제가 아냐.”

「내 생각에는 은율이를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냥.」

“뭐?”

믿기 힘든 이야기에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리아네와 아슈미르도 치즈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거다냥. 그러니 은율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라냥.」

“그게 무슨…….”

나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치즈를 바라봤다. 녀석은 평소에 나른한 눈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고 깊은 눈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확신하는 거야? 치즈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예전에 내가 설산을 떠나 이곳으로 올 때 기억나냥?」

“기억나지.”

리아네의 고향마을을 돕기 위해서 갔을 때.

치즈는 눈 덮인 산에서 나를 처음 만나고, 인연을 맺어 농장까지 따라오게 됐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라 그때의 일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났다.

「야쿰들을 농장으로 데려가기 위해 시현계로 통하는 문을 열었고. 그때 나도 함께 시현계에 갔었다냥.」

아! 맞다.

야쿰 무리를 한꺼번에 농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시현계를 이용했었지.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나가던 도중.

시현계에서 치즈와 은율이가 이상한 행동을 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혹시 그때 이상한 모습을 보여줬던 게 뭔가를 알아내서 그런 거였어?”

「나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다냥. 그저 시현계라는 곳과 은율이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 정도만 눈치챘을 뿐이다냥.」

“근데 왜 은율이를 그곳으로 데려가야 하는 건데?”

「너는 잘 모르겠지만, 저 아이의 안에서 신비한 힘이 커지고 있다냥. 그때 쓰러진 것도 미숙하게 힘을 다루다가 쓰러진 거다냥.」

“신비한 힘?”

「그렇다냥. 가만히 그 힘을 놔두면 오히려 은율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냥.」

치즈의 이야기는 분명 믿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뭔가 짚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또 치즈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머리가 살짝 복잡해지는 걸 느끼며 슬쩍 은율이를 바라봤다.

귀여운 여우 소녀는 여전히 요정들과 놀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할 뿐, 치즈의 복잡한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쪽이 더 안심이 됐다.

나는 다시 치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멍하니 치즈를 바라보다가 홀린 듯 입을 열었다.

“치즈야.”

「시현, 내 말을 믿어야 한다냥.」

“아니, 그게 아니라.”

「냥?」

“너…… 혹시 살쪘어?”

「갑자기 그, 그게 무슨 소리냥?!」

진지한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 그럴 리가 없다냥. 나는 그대로다냥!」

“뭐가 그대로야? 겨울방학 때 할머니 집에 맡겨 놓은 손자처럼 살이 포동포동 올랐는데.”

「…….」

나는 손을 뻗어 치즈의 뒷목과 등 부분을 확인해 봤다. 살짝 힘을 줬을 뿐인데도 살집이 두툼하게 딸려 올라왔다.

농장에 처음 왔을 때는 분명 날렵한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몽실몽실해져 날렵함이 완전 사라져 버렸다.

뭐…….

지금 모습이 더 귀엽긴 하지만…….

“겨울 내내 방 안에서 뒹굴거리며 간식만 받아먹더니.”

「냐아아…….」

치즈는 좌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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