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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60화 (360/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60화

겨울의 끝, 새로운 시작(3)

「나…… 정말 살 찐거냥?」

치즈는 마지막 희망을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리아네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아주 조금 찐 것 같은데요?”

「…….」

그녀는 좋은 의도로 가장 적절한 대답을 골랐지만, 치즈에게는 그리 큰 위로가 되지 못했다.

“저는 예전 모습을 잘 몰라서 살이 찐 건지, 아닌지 확인이 불가능하군요.”

“옛날 모습 한번 보실래요?”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치즈의 예전 모습이 찍힌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사진을 확인한 아슈미르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이 훨씬 둔해보입니다. 완전히 야생의 날카로움을 잊어버린 것 같군요.”

「……?!」

“저기 아슈미르 씨. 조금만 표현을…….”

“제가 잘못말했습니까?”

“그건 아닌데…… 쩝.”

아슈미르의 자비없는 표현에 치즈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본인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저렇게 충격 받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안쓰러웠다.

“치즈는 뚱뚱해진 게 아냐. 엄청 귀여워진 거라고. 그렇지?”

은율이는 귀여움을 강조하더니. 치즈에게 쪼르르 달려가 목을 꼭 껴안아줬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는데. 정작 치즈 본인은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괜히 살쪘다고 말했나?

이렇게 충격을 받을 줄이야.

치즈를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일부러 다른 주제를 꺼냈다.

“치즈야. 아까 하던 이야기 말인데.”

「냐아아……?」

“은율이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 좋을 수도 있다고 그랬잖아?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 줄래?”

내 부탁에 치즈의 시무룩했던 얼굴이 약간 기운을 되찾았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은율이에게는 신비한 힘이 계속 쌓이고 있다냥. 물론 나도 그게 뭔지는 잘 모른다냥.」

“그냥 놔두면 안 되는 거야? 지금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냥. 은율이가 성장할수록 그 힘은 빠르게 강해질 거다냥. 힘을 쌓기만 하고 다루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분명 탈이 날 거다냥.」

치즈는 다시 얼굴을 시무룩하게 하며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치 내가 겨울 내내 간식만 받아먹고 힘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

그래도 자기 잘못을 알기는 아는구나?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치즈의 뒷목부분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다행히 내 손길은 마음에 들었는지 치즈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치즈의 설명을 들은 나는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은율이에게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은 나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수차례 일어났었으니까.

그런데도 굳이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무작정 확인하기에는 은율이의 안전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치즈는 오히려 은율이의 신비한 힘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소극적이었던 나이기에 이 문제에 대해 더 망설여졌다.

고민을 하고 있던 내 옆으로 아슈미르가 나섰다.

“아까 은율이를 시현계로 데려가는 게 더 좋을 거라고 그랬는데. 그럼 그 신비한 힘이 시현계와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내가 봤을 때는 그랬다냥. 분명 은율이의 힘이 그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냥.」

아슈미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현 님,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확인이요?”

“은율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만. 지금은 직접 확인을 해봐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치즈의 이야기도 신빙성이 있어 보이고요.”

“으음…….”

고민 끝에 나는 은율이에게 다가섰다. 몸을 낮춰 눈높이를 맞추고 진지하게 물었다.

“은율아, 꼭 요정들을 만나러 꼭 가고 싶어?”

“응, 응!”

“그럼 일단 아빠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느낌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야 해. 알았지?”

“응, 알았어.”

은율이는 벌써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나도 요정들 만나러 갈 수 있어?”

“그래. 아빠랑 같이 다녀오자.”

“와아아아!”

은율이는 기쁨의 환호를 터뜨리며 내게 안겨 들었다. 아직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남아 있었기에, 은율이의 사랑스런 애교에도 애매한 웃음만 지어졌다.

아꿍이와 새끼 그리핀.

그리고 신수 슈슈까지 은율이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며 함께 기뻐했다.

“시현 님, 혹시 저도 따라가도 괜찮겠습니까?”

“아슈미르 씨도 따라오시려고요?”

“아직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인 ‘시현계’의 비밀을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꼭 함께 확인하고 싶습니다.”

“저도 같이 갈래요. 빨래 너는 걸 마지막으로 집안일은 다 끝냈거든요.”

아슈미르에 이어서 리아네도 함께 가고 싶다고 나섰다.

두 사람이 합류하면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이 북적북적해지긴 하겠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모두 같이 가요.”

“헤헤! 고마워요, 시현 님.”

“감사합니다.”

결정은 내려졌으니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한 손을 앞으로 뻗어 요정 여왕에게 받은 능력을 사용했다.

-우우우우웅.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시현계로 향하는 차원문이 생겨났다.

나는 곧바로 은율이의 손을 꼭 붙잡았고. 리아네와 아슈미르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챙겼다.

“그럼 가볼까요?”

* * *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차원문을 넘어 시현계에 도착했다.

“와아…… 릴리아가 만들었던 차원문 장치보다 훨씬 덜 어지러운 것 같아요.”

“이게 요정 여왕의 능력인가요? 정말 놀랍군요.”

“하하, 별거 아니에요.”

나는 쑥스럽게 대답하며 차원문을 닫았다.

다시 방문한 시현계.

주변을 둘러보니 농장 주변과 비슷한 풍경은 여전했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많이 변해 있었다.

예전에는 어딘가 삭막하고 어색한 세트장을 보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훨씬 자연스럽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무우우! 무우우!

-삐이익!

-뀨우! 뀨우!

아꿍이, 그리, 피니, 슈슈까지.

눈을 반짝이며 바로 뛰쳐나갔다. 그들이 향한 곳에는 커다란 대장 풍뎅이 호위병이 있었다.

「너희들은…… 아! 시현 님 오셨습니까?」

대장 풍뎅이는 황급히 나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 잘 지내고 있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기 요정들이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고 하던데.”

「시현 님의 도움…… 아! 아마도 꽃밭 문제 때문인 것 같습니다.」

“꽃밭?”

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는데.

-무우. 무우.

-삐이익.

-뀨, 뀨우.

옆에 있던 작은 녀석들이 계속 대장 풍뎅이에게 놀자고 안겨 들었다. 몇 번 재미있게 놀아준 덕분인지 아이들에게 인기가 확 급상승했다.

「으음…… 이것 참…….」

대장 풍뎅이는 내 눈치를 살피면서 난감해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대장 풍뎅이에게 말했다.

“괜찮으면 아이들을 좀 부탁해도 될까? 나는 아기 요정들을 도와주러 가 볼게.”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그럼 저도 여기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을게요. 시현 님은 해야 할 일부터 먼저 하세요.”

리아네도 남아서 아이들을 봐주겠다고 나섰다. 나는 리아네에게도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

은율이가 대장 풍뎅이와 아이들이 있는 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은율아, 너도 여기 남아서 놀고 싶어?”

“우웅…… 아니, 아빠랑 같이 갈래. 여기 있는 요정들이랑 만나고 싶어.”

“그래. 알았어.”

아이들을 리아네와 대장 풍뎅이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꽃밭은 저쪽입니다. 아마 그곳에서 아기 요정들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대장 풍뎅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커다란 꽃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시현 님 오셨군요, 뾰!」

「기다리고 있었어요, 뾰!」

두 명의 귀여운 아기 요정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응, 방금 왔어. 대장 풍뎅이 말로는 꽃밭에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그게…….」

아기 요정이 뭔가 말하기도 전에 꽃밭 쪽에서 다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먼저 찜했다, 뾰!」

「아니야! 내가 먼저 봐뒀다, 뾰!」

「제일 이 꽃밭을 발견한 사람은 나야, 뾰!」

꽤 많은 요정들이 꽃밭에 모여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보여주던 장난스러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꽤 심각해 보였다.

“뭐야? 싸움이라도 일어난 거야?”

「네…….」

「저 꽃밭에 서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어 해서요, 뾰!」

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꽃밭은 저기 말고도 많잖아? 근데 왜 이곳에 다 모여서 싸우는 거야?”

눈앞에 있는 꽃밭 말고도 주변에는 다른 꽃밭이 많았다. 내가 보기에는 저 꽃밭이 다른 것들에 비해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다.

「저 꽃밭이 훨씬 더 많은 기운을 품고 있어요, 뾰!」

「보금자리로 만들기 딱 알맞거든요, 뾰!」

“그럼 너희도 저기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은 거야?”

아기 요정들은 살짝 부끄러워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설마?”

「싸우고 있는 요정들을 좀 말려주세요, 뾰!」

「시현 님의 말씀이라면 분명 들어줄 거예요.」

쩝…….

나보고 저 요정들을 말려달라고?

아기 요정들의 부탁에 조금 난감해하던 그때.

싸우고 있던 요정들이 나를 발견하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 시현이다, 뾰!」

「시현, 시현! 내 말 좀 들어봐, 뾰! 쟤네들이 내가 보금자리로 찜한 꽃밭을 뺏으려고 해, 뾰!」

「내가 먼저 찜했다니까, 뾰!」

「아니야. 내가 먼저야, 뾰!」

요정들은 내 주변을 날아다니며 또 다시 말다툼을 시작했다. 요정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리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싸움을 말리는 유치원 선생님의 마음이 꼭 이럴까?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싸우고 있는 요정들과 꽃밭을 바라봤다.

으음?

그런데 저 꽃밭 많이 낯이 익은데?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옆에 있던 은율이가 손을 잡아당기며 나를 불렀다.

“아빠, 아빠.”

“어, 어? 은율아.”

“요정들이 저 꽃밭 때문에 싸우는 거야?”

“그러게. 요정들이 저 꽃밭이 정말 마음에 들었나봐.”

“그럼 내가 더 만들어 줄까?”

“……어?”

순간 눈앞에 꽃밭이 왜 익숙했는지 한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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