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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62화 (362/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62화

봄이 찾아오면(1)

-화아아아악!!

“크읏?!”

아이들을 중심으로 눈부신 번쩍임과 함께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강렬한 무지갯빛 기운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 기세가 마치 폭풍과도 같아서.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던 요정들은 휘청휘청 거리며 중심을 잡기 위해 열심히 날개를 움직였다.

주변을 가득 메우던 기운이 사그라들고.

얼굴을 보호하던 손을 내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한 곳은 당연히 은율이가 있는 곳이었다.

다행히 은율이는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은 모습에 안도한 뒤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나는 깜짝 놀라며 입을 크게 벌렸다.

“이게…… 도대체…….”

은율이가 보고 있던 공터뿐만 아니라, 시선이 다 닿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전부 꽃밭으로 변해 있었다.

아슈미르와 치즈도 나와 비슷하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놀라운 변화를 지켜봤다.

「이게 다 꽃밭이 된 거야, 뾰?」

「전부 엄청난 기운이다, 뾰!」

요정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꽃밭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새롭게 생긴 꽃밭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모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시무룩해 있던 요정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밝아진 모습으로 은율이에게 모여들었다.

「와아아! 은율이 대단하다, 뾰!」

「이거 전부 은율이가 만들어낸 거야, 뾰?」

은율이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냐. 나 혼자 한게 아니라. 여기있는 친구들이 도와준 거야.”

-무우우! 무우우!

-삐이익!

-삐이익!

「헤헷! 방금 봤지, 뾰? 우리들이 이렇게 해낸 거야, 뾰!」

아꿍이와 새끼 그리핀, 그리고 규리는 우쭐한 표정으로 요정들에게 뽐냈다. 요정들은 깜짝 놀라며 눈을 반짝였다.

「너희들이?」

「대단해, 뾰! 정말 대단하다, 뾰!」

「정말 고맙다, 뾰! 덕분에 보금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뾰!」

“그럼 이제는 안 싸울거지?”

「물론이지, 뾰!」

요정들은 아이들 주변으로 모여들어 연달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요정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인기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우리는 화기애애해진 저들의 분위기를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은율이 혼자서 보여준 능력도 대단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모였을 때 저런 엄청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나도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냥.」

“그래도 다행이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잘 풀린 것 같아서.”

중간에 조금 놀라운 일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요정들의 문제도 잘 풀린 거겠지?

안심하면서 마음을 놓으려던 그때.

-싸아아악.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름끼치는 기운이 내 주변을 휘감았다.

“으읏?!”

누군가 몰래 지켜보는 듯한 오싹한 느낌에 닭살이 온몸에 돋아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교감 능력을 사용해 정체불명의 기운을 파악하려 했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불길한 기운의 존재감은 순식간에 흐릿해졌다.

나는 다급하게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사라지려는 그것의 꼬리를 잡기위해 노력했다.

겨우 알아낼 수 있었던 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의 한 마디였다.

-드디어…… 드디어 때가 됐구나!

때가…… 됐다고?

전혀 처음 듣는 목소리와 의미를 알 수 없는 한마디.

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당연하게도 의심스러운 존재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시현 님?”

「갑자기 왜 그러냥?」

아슈미르와 치즈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혹시 방금 소름 끼치는 느낌 안 들었어요? 아니면 이상한 목소리라든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헛소리냥?」

“아, 아냐. 신경 쓰지마.”

나는 두 손을 내저으며 대충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러자 둘은 김빠진 반응을 보이며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으음…….

아무래도 이 불길한 느낌을 받은 건 나 혼자인 것 같았다.

도대체 뭐였던 거지?

한동안 조용히 혼자 고민을 해봤지만, 전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내가 잘못 느낀 거라고 생각하며 불안감을 털어냈지만, 그 소름끼치는 감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 * *

다음 날.

점심 식사가 끝난 나른한 오후.

창문으로 포근한 봄기운이 스며들어 오는 거실에서 오랜만에 농장식구들 모두가 모여 느긋한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내가 예쁜 꽃밭을 만들어주니까 요정들이 엄청 좋아했어. 꽃밭 때문에 싸우던 요정들도 전부 화해했어.”

상기된 표정의 은율이가 어제 시현계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했다.

“정말?”

“응! 그래서 거기 있는 요정들이랑 전부 친구가 됐어. 오늘도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갈 거야.”

“와아! 시현 오라버니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일을 뚝딱 해결해 버린 거잖아? 은율이 정말 대단하네.”

“헤헤헷.”

릴리아가 적당히 은율이의 말을 받아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은율이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워하면서 행복해 했다.

그런 은율이를 지켜보는 다른 농장 식구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자∼! 간식 드시면서 계속 이야기하세요.”

리아네는 따뜻한 차와 간식을 가지고 거실에 입장했다.

오늘 준비한 간식은 내가 유명 제과점에서 사온 여러 종류의 쿠키와 조각 케이크였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농장 식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식 메뉴 중 하나였다.

리아네는 능숙하고 신속한 손놀림으로 각자의 자리에 차와 간식을 세팅했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향기로운 차향과 쿠키의 달콤한 냄새가 가득해졌다.

조금 전까지 무용담을 말하기 바빴던 은율이도 먹음직스러운 쿠키에 시선을 뺏긴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잘 먹을게.”

“잘 먹겠습니다, 시현 님.”

“네. 많이 사 왔으니까 마음껏 드세요. 리아네 씨도 얼른 앉아서 같이 드세요.”

카네프를 시작으로 모두가 각자 마음에 드는 쿠키와 케이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은율이가 좋아하는 쿠키를 가져와 먼저 챙겨주었다.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이렇게 모두 모여 느긋한 시간을 가지는 건 무척 오랜만인 것 같았다.

서로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간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며 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행복한 간식 시간을 즐기던 와중.

카네프가 쿠키를 집어 먹으며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너 마수들 안 챙기냐? 이렇게 간식 먹을 때면 항상 걔네들도 함께 챙겼잖아.”

“아∼ 그랬었죠. 그런데 애들한테 간식 주는 걸 좀 자제하려고요.”

“갑자기 왜?”

나는 한쪽 볼을 긁적거리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겨울 내내 너무 간식을 많이 챙겨줬나 봐요. 최근에 살펴보니까 치즈도 그렇고, 그리랑 피니도 너무 살이 찐 것 같아서요.”

-움찔!

-움찔!

-움찔!

으음?

방금 누가 크게 몸을 떤 것 같았는데…….

카네프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긴 그 녀석들 겨울 내내 많이 포동포동해진 것 같더라.”

“나는 포동포동한 게 귀여워서 좋은데…….”

아쉬운 표정을 짓는 은율이에게 카네프가 딱 잘라서 말했다.

“은율아. 원래 적당한 게 좋은 거야. 마수든 마족이든 맛있는 것만 좋아하고 게을러져 버리면, 살만 뒤룩뒤룩 쪄서 아예 못쓰게 되버리는 거야.”

-움찔!!

-움찔!!

-움찔!!

카네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쪽에서 몸을 크게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워낙 소리가 선명해서 나와 카네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갔다.

“뭐야? 갑자기 왜그래?”

“…….”

“…….”

“…….”

우리의 눈빛을 받은 몇몇이 필사적으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모습.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조금 전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금방 뭔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설마 이분들…….

“저기…… 혹시 여러분들도…… 찌셨나요?”

“…….”

“…….”

“…….”

거실을 맴도는 어색한 침묵.

내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그 침묵은 금방 깨어졌다.

“아, 아냐. 시현 오라버니! 이건 살찐 게 아니라…… 그…… 그…… 그래! 잘 먹어서 건강해진거야!”

“커흠! 시현 님. 원래 마수들도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고 몸집을 키웁니다. 절대 이건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그렇게 많이 안 쪘어요! 조금만 덜 먹고 움직이면…… 아으으, 창피해…….”

릴리아는 뻔뻔하게 건강해진 거라 주장했고, 안드라스는 자신의 지식을 총 동원해 나를 설득하려 했다. 리아네는 얼굴부터 목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창피해 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세 사람을 보며 나는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매일 같이 얼굴을 보다 보니 전혀 눈치 못 챘네요.”

세 사람 말고 다른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장 먼저 시선을 받은 엘프리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저번에 무리하게 대결을 준비하느라 체중이 조금 줄었는데, 최근에 다시 복구했거든요.”

확실히 꾸준히 수련하는 엘프리드는 겨울 동안에도 큰 변화가 없는 모양이었다.

엘프리드에 이어서 아슈미르와 우르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저도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건 감시관으로서 당연한 의무입니다.”

특히 아슈미르는 감시관의 의무를 운운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쯧쯧…….”

카네프가 세 사람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자 세 사람은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겨울 내내 맛있는 걸 많이 챙겨먹고, 가장 게으르게 행동한 걸 따져 보면 카네프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카네프는 얄미울 정도로 날렵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도 딱히 체중이 불어나지는 않았다.

겨울 동안에도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었고, 원래 쉽게 살이 찌는 체질도 아니었다.

쩝…….

충격을 받은 세 사람을 보며 괜히 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농장에서 먹는 것과 관련된 일은 대부분 나와 연관이 있었다.

겨울 동안 고생하는 농장 식구들을 위해 식사는 물론이고, 틈이 나는 대로 맛있는 간식들을 아주 많이 챙겨줬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대표 간식들을 최소 한 번씩은 챙겨준 것 같았다.

먹을 때는 모두가 행복하고 마음이 푸근해졌는데.

몸까지 이렇게 푸근해졌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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