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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63화 (363/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63화

봄이 찾아오면(2)

-꾸욱. 꾸욱.

“배가 말랑말랑해. 말랑말랑!”

어느새 안드라스 옆으로 이동한 은율이가 그의 배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즐거운 얼굴이었다.

“으, 은율아?”

안드라스는 당황스러워 하며 얼굴을 붉혔다. 계속 장난치는 은율이를 차마 밀어내지는 못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배를 내줘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리아네와 릴리아는 남일 같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자신의 배를 양팔로 감싸 안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은율이가 찌를 때 마다 뱃살이 푹푹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확실히 안드라스의 복부 부분이 예전에 비해 두툼해진 것 같았다.

리아네와 릴리아는 겉으로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어 보였는데, 그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몸무게가 꽤 늘어난 모양이었다.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나?

‘결자해지.’

자기가 벌인 일은 스스로 해결한다.

내가 무분별하게 먹여서 세 사람을 살 찌웠으니, 그들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도와야 할 것 같았다.

-짝!

나는 두 손바닥을 강하게 부딪치며 큰 소리를 냈다.

요주의 인물 세 사람. 그리고 나몰라라 간식을 집어먹던 카네프, 계속 장난을 치던 은율이, 천족들까지 내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아무래도 제가 너무 농장 식구들의 몸 상태에 대해 무신경했던 것 같아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모두의 건강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아요.”

나는 결연한 눈빛으로 모두를 둘러봤다.

“당분간 우리 농장은 다이어트 체제에 돌입하겠습니다.”

* * *

다이어트(diet).

본래의 의미는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계획된, 아주 잘 짜인 식단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다이어트는 ‘체중감량’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해가 되면 모두가 정하는 신년 목표.

금연, 저축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목표 증 하나가 바로 ‘다이어트’다.

그렇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신년 목표로 정함에도, 그 만큼 많은 실패를 경험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사실 ‘다이어트’.

쉽게 말해 체중감량은 누구나 그 방법을 알 정도로 쉽고 단순한 일이다.

적절한 식단과 적당한 운동.

전문적인 레벨이 아니라면, 이 정도만 준수해도 체중감량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너무 쉽다고 생각한 나머지 만만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굉장히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농장 식구들의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아주 독하게 마음먹기로 결심했다.

* * *

쌀쌀한 느낌이 가득한 이른 아침.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도 전에 농장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평소 농장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른 때였다.

다이어트 계획에 참여하게 된 세 사람.

그리고 나와 엘프리드가 움직이기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으으…… 시현 오라버니, 아직 많이 쌀쌀한데.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야 해?”

“당연하지. 다이어트에는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야. 앞으로는 일 핑계대면서 늦잠 자는 거 없어.”

“히잉…….”

평소에 자주 늦잠을 자던 릴리아가 작게 앙탈을 부렸다.

꼭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릴리아는 좀 규칙적인 생활을 할 필요가 있었다. 매번 밤늦게까지 연구를 하고 늦잠을 자느라 생활 패턴이 매우 불규칙했으니까.

그래도 릴리아는 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안드라스는 반쯤 정신을 내놓은 것처럼 멍한 표정이었고, 유달리 아침에 약한 릴리아는 아직도 잠에 취해 휘청휘청거렸다.

나는 리아네에게 다가가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리아네 씨? 레아네 씨?!”

“으으음…… 시현 님…….”

“으앗! 리아네 씨, 정신차리세요. 그러다 쓰러져요!”

수차례 이름을 부르고 몸을 흔든 다음에야 리아네의 눈이 조금 떠졌다.

“자∼! 그럼 오늘은 첫날이니까. 아주 가볍게 달려 볼까요? 농장 울타리를 따라서 뛰다가…….”

엘프리드가 밝은 목소리로 오늘의 달리기 코스를 설명했다.

평소에 혼자 아침 수련을 하던 엘프리드가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신나는 모양이었다.

간단한 몸 풀기 움동으로 굳어 있던 몸을 풀어준 뒤, 엘프리드를 선두로 모두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아……!”

아직 몸 곳곳에 남아 있던 무거운 느낌도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금방 풀려 나갔다.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힘차게 두 다리를 움직였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아직 이른 봄이라 너무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몸에 조금 열이 차오르면서 아침 공기가 시원하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부우우우!

-부우우우!

아침 일찍 풀을 뜯던 야쿰들이 울타리 너머 나에게 인사를 해왔다. 나도 크게 손을 흔들며 녀석들의 인사에 답했다.

“너희들도 안녕∼! 좋은 아침이야!”

내가 야쿰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따라오던 세 사람의 표정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겨났다.

초반에 휘청휘청하면서 불안했던 리아네는 조금씩 잠기운에서 벗어나더니, 금방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안정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숨소리와 가벼운 몸놀림. 그녀는 앞서 나가는 엘프리드 뒤에 바짝 따라붙을 정도로 꽤 여유가 있어 보였다.

반면 안드라스는 초반엔 잘 따라오는 듯했지만, 점점 뒤로 갈수록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페이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늘어난 체중 때문에 조금은 버거워 보이긴 해도 아직 기본 체력은 남아 있는지, 앞서 나가는 엘프리드와 리아네의 뒤를 곧잘 따라갔다.

문제는 남아 있는 한 사람…….

“헤엑…… 헤엑…….”

릴리아는 어색하게 달리는 모습부터 불안불안 하더니, 목표한 반환점이 한참 남은 지점부터 뒤처지기 시작했다.

매일 작업실에 틀어박히는 게 일상인 릴리아.

그런 그녀의 체력이 좋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거기다 지난겨울 동안 체중도 불어났으니…….

“엘린, 두 사람 데리고 먼저 가. 나는 릴리아 챙겨서 천천히 따라갈게.”

“알겠어요, 시현 선배.”

“먼저 갈게요, 시현 님.”

“릴리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세 사람을 먼저 보내고, 릴리아의 페이스에 맞춰 달리기 속도를 낮췄다.

“흐엑…… 시현 오라버니…… 나 더 못 뛰겠어…….”

“천천히. 빨리 뛰라고 안 할 테니까 천천히 움직여봐.”

“헤엑…… 헤엑…….”

“그렇게 몸을 구부정하게 숙이지 말고. 가슴을 쭈욱 펴봐. 숨도 천천히 크게 크게 들이마셔.”

릴리아의 등을 살짝 살짝 밀어주며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줬다.

“으아아아! 더는 못 뛰어어엇!”

“그래. 저기 조금만 쉬었다 가자.”

흐물거리는 릴리아를 데리고 앉을 만한 바위로 향했다. 정신을 못 차리는 그녀에게 챙겨온 물병을 먼저 건네주었다.

“으으…… 고마워. 꿀꺽, 꿀꺽!”

“너무 많이 마시지마. 물배 채우면 나중에 돌아갈 때 더 힘드니까.”

“에에? 돌아갈 때도 내가 뛰어가야 해?”

“그럼 어떻게 돌아가려고?”

“시현 오라버니가 업어주는 줄 알았지, 헤헤.”

“헛소리!”

릴리아의 머리에 아프지 않게 꿀밤을 먹였다. 그녀는 괜히 아픈 척을 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우으으. 너무 힘들어…… 다이어트는 원래 이런 거야?”

“겨울 동안 너무 먹기만 하고 안 움직이니까 그렇지. 평소에 몸을 많이 움직였으면 이렇게까지 안 힘들었을 거야.”

“그치만. 시현 오라버니가 주는 간식이 너무 맛있는걸?”

“그래서 이제 간식 주는 것도 줄일 거야.”

“헉?!”

간식을 줄인다는 소리에 릴리아는 몸을 펄쩍 뛸 정도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눈에 점점 생기를 잃어 갔다.

“간식 못 먹으면…… 나 그냥 죽을래.”

“어허! 그런 소리하면 못 써! 운동이랑 식단 열심히 해서 다시 건강해지면, 그때 또 간식 많이 챙겨줄게.”

“우으으…….”

“엄살 그만부리고 이제 일어나. 아침 먹으려면 얼른 가야지.”

“……시현 오라버니, 악마!”

“하하하핫!”

마족에게 악마라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나는 유쾌하게 웃으며 릴리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흐느적흐느적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 *

“시현.”

“네, 사장님.”

“이게 뭐지?”

“아침 식사인데요?”

뭔가 이상한 대화의 흐름에 카네프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

“내가 아침 식사인 줄 몰라서 물어? 왜 평소랑 다르게 나왔냐고 묻는 거잖아?”

“최근까지 너무 무거운 메뉴 위주로 준비했었는데. 이제부터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도 조금 가볍게 준비하려고요.”

지금까지는 달달한 걸 좋아하는 마족의 취향에 맞춰 식사 메뉴를 준비했었다.

버터와 설탕이 듬뿍듬뿍 들어간 프렌치토스트라든가, 달콤한 시럽이 듬뿍 뿌려진 팬케이크, 갖가지 소스와 재료가 가득 들어간 샌드위치 등등.

뭐, 농장 식구들이 이런 메뉴를 좋아한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이 정도는 챙겨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고백으로 내가 준비한 식단이 너무 과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최대한 가벼운 느낌으로 준비해 봤다.

토마토 달걀 볶음에 소스를 거의 뿌리지 않은 닭가슴살 샐러드, 거기에 찐 고구마와 신선한 과일을 조금씩 준비했다.

카네프는 아침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살찐 건 저 녀석들인데. 왜 나도 이런 걸 먹어야 하는 거야?”

“이 기회에 사장님도 식사 습관을 바꿔 보세요. 매일 간식이랑 술만 챙겨 드시지 마시고요.”

“나는 내 마음대로 먹어도 건강하다니까?”

“잔말 말고 드세요.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식사 준비할 거니가요.”

“쳇…….”

내가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카네프는 대화를 그만두고 식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굉장히 아쉽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만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저 녀석들 놀려 주려고 그랬는데…….”

아아. 사장님…….

그 부분이 아쉬운 거였습니까?

맛있는 걸 못 먹는 것 보다, 남을 놀리지 못해 더 아쉽다는 카네프를 보며. 참, 여러 가지 의미로 한결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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