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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89화 (38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89화

큰일 났다(2)

“헉?!”

“생일이요?”

“그게 정말입니까?”

당황스러움과 놀란 감정이 뒤섞여 우르르 반응이 튀어나왔다.

나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재차 나미레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은율이의 생일이 얼마 안 남았나요? 아니, 그것보다 나미라 아주머니는 어떻게 은율이 생일을 알고 계셨죠?”

나미라는 우리들의 격렬한 반응이 당황스러웠는지, 굉장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에…… 당연히 기억하죠. 작은 아가씨가 태어날 때 저도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너무나 조그마한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에요.”

“아…….”

나는 뒤늦게 멍청한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은율이가 어렸을 때 나미라가 함께 지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은율이의 생일을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순간 모두가 패닉에 빠져 있는 사이.

항상 그랬듯, 안드라스가 가장 먼저 냉정함을 되찾고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정확히 은율이의 생일이 언제입니까?”

“5일 뒤예요.”

“혹시 은율이에게 생일에 대해서 말씀하신 적 있습니까?”

“아뇨. 생일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고.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나, 간식에 대해서는 몇 번 물어봤어요. 오늘처럼 미리 준비할 생각으로요.”

“흐음…… 생일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건 나미라 아주머니뿐이었으니, 은율이도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겠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 안드라스의 말에 동의했다.

은율이가 억지로 생일에 대해서 숨긴 게 아니라면, 그의 말대로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나미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끼리 순식간에 시선이 오갔다. 우리는 눈빛만으로 빠르게 의견을 일치시키고,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농장 전체에 비상소집이 걸렸다.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던 식구들이 금방 한자리에 모였다.

카네프도 내 손에 억지로 끌려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시현 오라버니, 무슨 일인데 이렇게 다 불러낸 거야?”

“농장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릴리아는 약간 귀찮음을, 아슈미르는 진지함을 담아 물었다. 의자 깊숙이 몸을 맡기고 하품을 하던 카네프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긴 뭐겠어? 저 녀석이 또 뭔가 사고를 쳤거나, 오지랖 부려서 문제를 가져왔겠지.”

“제가 뭘…….”

카네프는 내가 모든 사고의 원흉인 것처럼 묘사했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다른 식구들이 약간 말없이 동의하는 분위기라서 중간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진짜 무슨 일인데?”

“말씀드리기 전에. 시현 님, 지금 은율이는……?”

안드라스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은율이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까 아기 마수들이랑 놀고 있는 거 확인했어요. 우르키가 지켜봐 주기로 했으니 괜찮을 거예요.”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전해오는 누군가의 사념을 통해서도 은율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중이었다.

-끄아아악! 이 작고 하찮은 녀석들! 이 몸에서 당장 떨어져라!

농장에 새롭게 등장한 아기 여우는 지금 한창 형, 누나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중이었다. 이따금 은율이의 웃음소리도 사념에 섞여서 들려왔다.

여우신.

다 네 업보라고 생각하고. 지금 네 역할에 충실히 하렴. 착하고 좋은 녀석들이니까 금방 익숙해질 거야.

속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여우신과 연결된 사념을 잠시 막아뒀다.

안드라스는 은율이가 갑자기 뛰어 들어올 일은 없다는 걸 확인한 다음, 아까 부엌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은 은율이의 생일이 언급되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헉?! 은율이 생일이 5일밖에 안 남았다고?”

“쉬잇! 너무 목소리가 커.”

“으응. 미안.”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던 릴리아는 황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죄송해요. 제가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나미라 아주머니 잘못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머니가 없었으면 생일인지도 모르고 아무 준비도 못 했을 거예요.”

나는 미안해하는 나미라를 위로했다.

미리 알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은율이의 생일을 모르고 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이었다.

표정이 진지해진 카네프가 슬쩍 안드라스에게 눈짓을 보냈다. 좀 더 설명해 보라는 신호였다.

“일단 생일 축하 파티를 열 생각입니다. 당연히 은율이에게는 비밀이고요. 파티에 필요한 음식과 다른 준비들은 나미라 아주머니와 리아네 양이 맡기로 했습니다. 지금 가장 급한 건…….”

안드라스는 잠시 말을 끌면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봤다.

“각자 은율이의 선물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으음…….”

“5일…… 5일…… 으으, 너무 짧잖아.”

모두의 얼굴에서 난감함이 느껴졌다.

평범한 생일 선물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줄 생일 선물을 구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5일이라는 기간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카네프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더니, 나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렇게 중요한 건 네가 빠딱빠딱 미리 알아놨어야지.”

“끄응…….”

할 말이 없었다.

누구보다 은율이를 아낀다고 자신하는 나였는데. 하나밖에 없는 딸의 생일을 몰랐다니!

“저희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시현 님을 탓하겠어요. 저는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리아네가 대신 나서서 나를 변호해 줬다. 그리고 나에게만 보이도록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위로 덕분에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근데 진짜 선물로 뭘 준비해야 하지?”

“은율이가 뭘 좋아하더라…….”

모두가 선물을 고민하는 와중에 안드라스가 입을 열었다.

“혹시나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은율이에게 직접 뭐가 갖고 싶냐고 묻는 행동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움찔!

-움찔!

“생일 파티 전까지는 비밀입니다.”

“다, 당연하지. 그 정도 눈치는 있다고?”

“크흠, 큼.”

몇 명이 눈에 띌 정도로 몸을 크게 떨었지만, 일단은 서로 모른척하며 넘어갔다.

은율이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건, 여기 있는 모두가 다 똑같은 마음이리라.

모두 선물을 고민하며 끙끙대는 가운데 엘프리드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엘린, 너는 벌써 선물 생각했어?”

“저요? 으음, 저랑 안드라스 선배가 마침 생각해둔 게 있었거든요. 준비도 어느 정도 해뒀어요.”

“정말? 뭘 준비했는데?”

“그게…… 윽!”

“……?”

엘프리드가 뭔가를 대답하려는 그때, 옆에 있던 안드라스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의미심장한 눈빛이 오갔다.

“앗! 뭐야? 둘이 뭔가 준비한 거야?”

“흠흠. 선물은 나중에 확인해 보는 재미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죠.”

“오라버니, 치사해! 우리도 알려줘!”

“하하하.”

릴리아가 안드라스의 팔을 흔들며 떼를 썼지만, 그의 입술은 무거운 바위가 된 듯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엘프리드도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흐렸다.

“씨이!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리아네 언니!”

“응?”

“잠깐 귀 좀…….”

씩씩대던 릴리아는 쪼르르 리아네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녀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다.

“어때?”

“괜찮은 것 같은데?”

“그치? 그럼 나랑 같이 준비해 볼래?”

“음…… 알았어. 같이 준비해 보자.”

“예에!”

릴리아와 리아네도 함께 뭔가를 결정하고, 서로의 손뼉을 짝! 하고 맞췄다. 순식간에 네 사람이 선물 준비를 앞서나가자 괜히 마음이 초조해졌다.

남은 사람은 셋.

그중 평온한 표정의 아슈미르에게 슬쩍 말을 걸어봤다.

“아슈미르 씨도 선물 생각 중이신가요?”

“적당한 선물은 몇 개 생각해뒀습니다. 모두 천계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조만간 우르키 견습 감시관과 다녀올 생각입니다.”

“아…… 그렇군요.”

아슈미르는 이미 상세한 계획까지 세운 모양이었다. 모두 선물 준비가 척척 진행되는 듯 보였다.

“…….”

“…….”

이제 남은 사람은 두 명.

저녁 식사 시간이 되고, 은율이가 돌아올 때까지. 나와 카네프는 끝까지 남아 끙끙대며 고민을 이어나갔다.

* * *

농장에는 평범한 일상이 계속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특별할 게 없어 보였지만, 그 뒷면에는 모두 은율이의 생일 파티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미라는 생일 파티 때 준비할 음식들을 위해 신선한 재료들을 하나씩 준비했고, 리아네도 파티에 필요한 물품들을 깔끔하게 정리해뒀다.

각자 선물 준비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하나같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에 반해 나와 카네프는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고민 중이었다.

“사장님. 아직도 고민 중이세요?”

“너는?”

“저도…….”

“…….”

적당한 선물이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은율이의 취향이나, 평소에 관심 가지는 것 정도는 줄줄이 꿰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뭐랄까?

팍! 꽂히는 게 없달까?

뭔가 내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렇다고 적당한 정도에서 타협하자니, 나 스스로 용납이 되질 않았다.

은율이의, 그것도 첫 생일 선물을 적당히 준비하고 싶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래저래 고민만 계속 길어졌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던 그때.

-벌떡!

갑자기 카네프가 뭔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그는 내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방문을 열고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

사장님도 선물을 결정했나 보네.

나 혼자 남았다고 생각하며 씁쓸해하고 있는데, 방문을 나섰던 카네프가 금방 돌아왔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뭔가를 슥 건넸다.

“받아.”

“에? 이게 뭐죠?”

그가 나에게 건넨 건 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

치킨 배달시키면 주는 쿠폰보다 조금 큰 크기의 종이. 그 위에는 익숙한 글씨체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적혀 있었다.

“으음…… 어어?!”

그 언젠가.

농장 식구들끼리 엄청난 보상을 걸고 대결을 펼쳤었고, 단 한 사람이 그 보상을 가져갔었다.

꽤 오래전 일이라 완전히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있었는데. 지금 그때의 보상이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나는 종이 위에 또박또박 적힌 은율이의 글씨를 소리 내 읽었다.

“휴가…… 동행…… 권…….”

“여기서는 떠오르는 선물이 없지만, 그쪽 세계에는 뭔가 있겠지 않겠어?”

“그, 근데 이건 휴가 동행권인데…… 저는 휴가를 나갈 생각이…….”

카네프는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부드럽게 물었다.

“그냥 휴가로 나갈래, 아니면 병가로 나갈래?”

“…….”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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