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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393화 (393/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393화

큰일 났다(6)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줄까?

여우신?

갑자기 머릿속에서 여우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뜬금없는 호의에 내가 망설이는 사이, 여우신은 적극적인 태도로 자신의 능력을 설명했다.

-저 커다란 균열 때문에 곤란한 거지? 내가 나서면 금방 해결할 수 있어.

‘흐음…… 갑자기 왜 이렇게 친절해진 거지?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속고만 살았나! 진짜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저 날개 달린 녀석들에게 맡겨뒀다간 큰일 날걸?

여우신의 말대로 천족들은 균열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대로 천족이 실패해 버린다면 이 주변 지역에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여우신을 믿기에는 좀…….

내가 계속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여우신이 슬금슬금 본심을 드러냈다.

-흠흠. 대신에 도움의 대가로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돼.

‘역시! 뭔가 꿍꿍이가 있었어!’

-절대로 너에게 피해를 주는 부탁은 아니야. 맹세해!

‘그럼 먼저 말해봐. 그럼 내가 들어보고 결정할게.’

-그게 말이야…….

머뭇거리던 여우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계속 맛있는 냄새가 난단 말이지.

‘맛있는 냄새?’

잠시 코를 킁킁거려 봤지만, 특별한 냄새는 전혀 맡을 수 없었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진짜 맛있는 냄새가 난다니까? 제발 거기에 데려다줘.

‘……그게 끝이야?’

-데, 데려다주기만 하면 안 돼. 내가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게 해줘. 그럼 저 균열 따위 금방 해결해 줄게.

균열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신, 맛있는 냄새가 나는 무언가를 먹게 해달라는 여우신.

예상과는 다르게 정말 소박한 부탁이었다.

‘뭐,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정말? 약속한 거야?

‘대신 저 골치 아픈 균열을 먼저 해결해야 해.’

-흐흐,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여우신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단 균열에 가까이 가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게.

완전히 여우신을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멍하니 있던 내가 갑자기 움직이자, 발레리안과 카네프가 차례로 반응했다.

“시현 씨?”

“너 어디가?”

“균열이 있는 곳으로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시현 씨가요?”

“네가 뭘 도와줘. 그냥 저 재수 없는 놈들한테 맡겨.”

“이대로 놔두면 주변에 더 피해가 커질 거예요. 그전에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뭐든지 해봐야죠.”

두 사람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뒤를 따랐다.

빠른 걸음으로 균열 가까이 다가가는데, 우리를 발견한 천족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앞을 막아섰다.

“멈추세요. 불안정한 상태의 균열로 다가서서는 안 됩니다.”

“균열을 없애는 데 도움을 드리려고.”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당장 돌아가세…… 커헉!”

강경한 태도의 천족을 카네프의 사슬이 순식간에 제압해 버렸다.

“사장님!”

“아아. 됐으니까. 넌 빨리 가서 균열이나 어떻게 해봐. 이 답답한 놈들 하나하나 설득하려 했다가는 평생 여기서 못 벗어나.”

“이익!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당장 저를 풀어주십시오!”

카네프는 묶여 있는 천족을 약 올리듯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넌 여기서 조용히 지켜보기나 해. 저 녀석이 저래 봬도 할 때는 하는 녀석이니까.”

“으윽…….”

“뭐해? 빨리 가봐. 은율이 선물도 아직 못 찾았잖아.”

“시현 씨. 일단은 급한 일부터 해결하죠.”

“알겠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나와 발레리안은 카네프를 뒤로하고 점점 커지는 균열을 향해 접근했다.

모두 균열에 신경이 쏠린 덕분에 앞을 막아서는 천족이 더 나타나지 않았다.

울렁거리며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균열.

나는 균열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 여우신을 불렀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너의 도움이 좀 필요해. 저번에 보여줬던 그 힘 좀 끌어내봐.

“뭐?”

-내가 만들어낸 결계를 뚫기 위해 사용했던 힘 있잖아.

내가 결계를 뚫으려고 사용했던 힘이라면…….

아! 요정 여왕의 힘!

나는 재빨리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집중했다. 익숙해진 덕분에 아주 자연스럽게 요정 여왕의 힘을 끌어올렸다.

-좋아! 이제는 나한테 맡겨.

요정 여왕의 기운과 함께 여우신의 기운도 함께 퍼져 나왔다. 요정 여왕에 비하면 여우신의 기운은 미약했지만, 두 기운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큰 힘을 만들어냈다.

여우신은 그 힘을 이용해 그물처럼 균열을 뒤덮었다.

-자! 이제 힘 꽉 줘!

‘알았어!’

신호에 맞춰 나도 힘을 쏟아부었다.

그물처럼 뒤덮은 기운이 균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균열의 성장세가 점차 느려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규모가 점점 줄어들었다.

상황을 파악한 천족들도 재빨리 봉인 작업을 재개했다.

비정상적으로 커졌던 균열은 어느새 본래의 모습보다 작아졌고, 천족의 봉인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균열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일그러졌던 공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후우우…….”

등 뒤에서 들려오는 환호성 소리에 일이 잘 풀렸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운을 너무 많이 쏟아내서 비틀거리는 나를 발레리안이 부축해 줬다.

“시현 씨, 괜찮으세요?”

“예. 괜찮아요. 갑자기 힘을 많이 써서 조금 어지러운 것 뿐이에요.”

“고생하셨어요. 역시 대단하시네요.”

“하하. 왠지 쑥스럽네요.”

조금 떨어져 있던 카네프도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말을 걸었다.

“끝난 거야?”

“네. 다행히 성공했네요.”

“수고했어.”

그는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휘이이익,

하늘에 있던 천족들이 우리 추변에 차례로 내려왔다.

다행히 아까처럼 포위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키르웬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까보다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균열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역시 소문으로 듣던 대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계시군요.”

“예? 절 아세요?”

키르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에 관한 이야기는 천족들 사이에서 꽤 유명합니다. 아크 심판관님께서 당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계시거든요. 차원의 균형을 되찾아줄 유일한 희망이라면서요.”

“아…….”

천족들 사이에서 굉장히 거창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졌다.

“원래는 무단으로 균열을 침입하고, 습격한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오히려 저희가 큰 도움을 받았으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키르웬 님.”

“쳇. 어려운 일은 시현이 다 했는데. 지들이 생색을 내네.”

카네프가 다 들리는 목소리로 투덜거렸으나. 키르웬은 그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예. 수고하세요.”

인사를 하며 속으로 ‘다시 만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키르웬은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한마디를 남겼다.

“생각보다 빠르게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예?”

“그럼…….”

키르웬은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다른 천족들과 함께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으음…… 뭐, 일이 잘 풀렸으니 된 거겠지.

천족과의 문제가 잘 풀렸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자잘한 의문점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현아!”

멀리서 서예린이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녀는 내 이곳저곳을 살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 괜찮아? 아까 천족들이 너한테 뭐라 그러지 않았어? 혹시 문제라도 생긴 거야?”

“아냐. 괜찮아. 다 잘 풀렸어.”

“그래? 그럼 다행이고. 천족들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거든.”

서예린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여우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얼른 약속 지켜. 맛있는 냄새, 맛있는 냄새!

‘아,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봐.’

-빨리! 빨리!

나는 여우신을 진정시키며 서예린에게 물었다.

“예린아.”

“어?”

“혹시 저쪽에 뭐가 있는지 아니?”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하던 그녀는 금방 뭔가를 생각해내고 손뼉을 짝! 마주쳤다.

“아! 저쪽이면 한옥마을! 한옥마을이 있을 거야.”

* * *

-이쪽! 이쪽이야!

우리는 여우신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예린도 따라오고 싶어 했으나, 길드의 뒷정리가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다.

잠시 후.

서예린이 말했던 대로 한옥마을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균열로 인해 대피했던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하나둘 복귀하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점점 강렬해져. 으으, 더는 못 참겠네!

흥분을 참지 못한 여우신은 아기 여우의 모습으로 뿅! 하고 나타났다.

“어어?”

나는 아기 여우를 붙잡기 위해 황급히 손을 뻗었다. 하지만 녀석은 미꾸라지처럼 손길을 피해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다행히 아기 여우는 얼마 가지 않아 어느 가게 앞에 멈춰 섰다. 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가게의 간판 쪽으로 향했다.

“……떡집?”

아기 여우가 도착한 곳은 갖가지 떡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는 떡집이었다.

-캉! 캉!

-여기야, 여기!

여우의 울음소리에 가게에서 한 아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귀여운 아기 여우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나! 아기 여우잖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키우시는 여우에요?”

“예, 뭐…….”

아주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기 여우는 진열된 떡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 얼른 저거 먹고 싶어!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당장에라도 뛰어들 것 같은 아기 여우를 안아 들며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지금 떡 살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어떤 거로 드릴까요?”

“일단 저거랑 저것도 주세요. 으음, 리안 씨도 하나 고르세요.”

“그럴까요?”

나는 발레리안과 함께 떡을 하나씩 골랐다.

“사장님도 떡 드실래요?”

“…….”

“사장님?”

부름에 대답이 없어 고개를 돌려 카네프를 찾았다. 그는 홀로 떨어져 어딘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사장님, 뭐 하세요?”

“시현.”

“네?”

“나 은율이 선물 찾은 것 같아. 저걸로 할래.”

카네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선물의 정체를 확인한 나는 카네프와 함께 활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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