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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412화 (412/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412화

집정관의 의무(3)

농장 식구들은 슬쩍 분위기를 살피더니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흠흠. 균열 문제는 모두에게 아주 중대한 사안입니다. 마족도 그 구성원 중 하나로서, 못 본 척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마, 맞아! 오라버니 말대로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천족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지……. 근데 시현 오라버니. 임무가 끝나면 정말 꽃놀이 가는 거지?”

어허…….

이 사람들 좀 봐?

슈나르페 남매가 균열 문제의 중대함을 강조하며, 은근슬쩍 임무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사실 임무는 핑계일 뿐, 관심은 온통 꽃놀이에 쏠려 있는 게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이에 질세라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시작했다.

“천계에서 도움을 요청할 정도면 평소보다 훨씬 위험하잖아요. 당연히 우리 중에서도 시현 선배를 돕기 위해 나서야죠. 그리고 원래 제가 시현 선배의 호위 역할이었던 거 아시죠?”

“임무도 중요하지만, 꽃놀이를 가려면 준비해야 할 게 여러 가지라 번거롭잖아요. 상황에 맞게 준비를 도와줄 사람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저라든가…….”

엘프리드와 리아네는 노골적으로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여론이 완전히 뒤집힌 가운데.

누군가 나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시현.”

“사장님?”

“저런 녀석들 데려가봤자 무슨 도움이 되겠어? 안 그래?”

“저런 녀석들??”

“카네프 아저씨!!”

“허허헛!”

카네프의 망언에 모두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봤다. 하지만 카네프는 그들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번에도 봤잖아. 균열에 있던 그 허접스러운 놈들 한 번에 쓸어버리는 거. 위험한 임무에 가장 강력한 전력은 필수 아니겠어?”

그의 은근한 물음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사기꾼이 딱 좋아할 만한 순진한 녀석이라 잘 모르겠네요?”

“어허!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당장 나한테 데리고 와. 바른말 할 때까지 팔다리를 비틀어 줄 테니까.”

누가 그런말 했냐고요?

당신이요, 당신!

……라고 말하려다가. 어깨가 너무 꽉 붙들려 있어서 일단 참았다. 내 팔다리가 비틀리면 안 되니까.

“시현 오라버니! 나 데리고 가줘! 이번에 새로 아티팩트를 개발했는데. 효과가 끝내준다닌까!”

“원래 시현 선배의 호위는 제 역할이었어요!”

“경험을 생각하면 제가 임무에 참가하는 게…….”

“꽃놀이가면 술도 마실 수 있는거지? 저번에 봤던 그 맥주가 한가득 있던 곳에 또 데려다주는 거다?”

모두 자기가 가겠다며 말을 쏟아내는 바람에 굉장히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만!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까 조용히 해봐요.”

“…….”

“…….”

“…….”

으음.

꽃놀이로 농장 식구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 있는 모두를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임무 중에도 농장을 지키고 돌볼 사람은 필요하니까.

나는 진지하게 임무에 대해 생각하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사이 농장 식구들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도 모두 다 함께 갔으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농장을 돌보고 지킬 사람이 필요해요. 최소한 두 명은 농장에 남아야 할 것 같아요.”

두 명!

모두가 주변을 빠르게 훑으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셈했다. 여기 모인 다섯 명 중에 두명은…….

“잠깐. 시현 오라버니!”

“응? 릴리아, 왜?”

“여기 남는 사람에 저기 두 사람도 포함될 수 있는거지?”

“……?”

릴리아는 아슈미르와 우르키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지목을 당한 두 사람은 펄쩍 뛰며 손을 내저었다.

“저, 저희는 시현 님을 보좌해야 하기 때문에…….”

“맞, 맞습니다. 집정관님의 임무에 저희가 빠질 수 없…….”

“그런 게 어딨어? 아슈미르 언니랑 우르키도 이제 농장일 잘하잖아. 농장에서 함께 지내는 식구니까 똑같은 입장이어야지.”

릴리아가 따로 지적하기 전에는 아슈미르와 우르키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감시관 소속인 두 사람은 당연히 임무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키르웬이 두 사람을 꼭 임무에 데려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두 사람 다 농장일은 능숙하게 해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여기서 아슈미르와 우르키를 편드는 태도를 보이면, 릴리아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두 다 들고일어날 분위기였다.

“릴리아 말이 맞아. 아슈미르 씨와 우르키도 이제 농장의 일원이니, 똑같이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천족 두 명의 얼굴은 살짝 어두워지고, 나머지 마족들의 얼굴은 확 밝아졌다. 아슈미르와 우르키는 조금 실망하는 듯 보였어도, 농장의 일원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제 농장에 남을 두 사람을 정해야 하는데…….”

“꿀꺽!”

“어, 어떻게 정해?”

“일단 사장님은 임무에 포함시키는 걸로 할게요.”

“그렇지!”

카네프는 만족스러움을 드러내며 잡고 있던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평소에 보여주는 하찮은 모습과 다르게, 그가 가진 실력과 카리스마는 진짜배기였다.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임무에서 그의 존재는 아주 든든한 보험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사실만은 아주 잘 인지하고 있었기에 딱히 반발하지 않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엘린.”

“에?”

“너도 이번에는 같이 가자.”

“제, 제가요? 정말로요?”

엘프리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수차례 되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쟤는 왜?’라는 반응을 보였다.

“엘린은 한 번도 저쪽 세계에 못 가봤잖아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농장 지키는 일을 많이 도맡기도 했고요. 이번만큼은 엘린이 꼭 같이 갔으면 해서요. 이해 좀 해주세요.”

내가 사정을 설명하며 부탁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가가 확정된 엘프리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내게 달려왔다.

-와락!

“우왓!”

“고마워요, 시현 선배! 앞으로 평생동안 따를게요!”

엘프리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를 와락 껴안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통해 기뻐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피식 웃으며 엘프리드를 진정시켰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덩치도 나만한 녀석이 징그럽게 왜 이래.”

“알았어요. 헤헷.”

엘프리드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나에게서 떨어졌다.

카네프와 엘프리드.

이렇게 두 명이 확정되고.

남아 있는 다섯 명 중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세 명!

모두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여기서부터는 누가 임무에 따라오더라도 상관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를 딱 집어 고르기에는 힘든 상황.

나는 남아 있는 다섯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아주 공정하게…… 제비뽑기로 정할까요?”

그들은 잠시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결정되자마자 우리는 빠르게 준비를 시작했다.

엘프리드가 재료를 구해서 가져오고, 내가 직접 제비의 표시를 칠했다. 다섯 막대기 중에 세 개는 빨간색 표시가 되어 있고, 나머지 두 개는 그대로였다.

막대기는 표시를 철저하게 숨긴 상태로 카네프의 손에 쥐어졌다. 그는 막대기를 쥔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빨간색 표시가 있으면 당첨. 아무 표시가 없으면 탈락. 한 명씩 순서대로 뽑아. 혹시 허튼 짓거리 하다가 걸리면…… 알지?”

카네프는 살짝 기세를 뿌리며 반칙 행위에 대해 미리 경고했다. 수상할 정도로 능숙한 모습이었다.

제비뽑기 참가자들은 먼저 순서를 정했다. 첫 번째로 막대기를 뽑게 된 사람은 리아네였다. 그녀는 아주 긴장한 표정으로 막대기 앞에 섰다.

“자! 건들면 바로 뽑는 거야.”

“으으…… 알았어요.”

리아네의 손은 잠시 허공을 방황하다가 덥석! 막대기 하나를 붙잡았다. 모두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붙잡힌 막대기가 쑥 뽑혀 나왔다.

막대기 끝에 드러난 붉은색 표시.

당첨이었다.

“와아아아!”

리아네는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리며 나와 엘프리드를 차례로 껴안았다. 반면에 남은 네 사람의 얼굴은 살짝 굳어졌다.

“흐흐. 이제 확률은 반반이네? 다음은 누구야?”

“제 차례입니다.”

두 번째로 나선 사람은 아슈미르.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나섰다. 하지만 막대를 뽑으려고 들어 올린 손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스윽!

들어 올려진 막대기에는 아무런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결과를 확인한 아슈미르는 막대기를 떨어뜨림과 동시에 스르륵 주저앉았다.

“아슈미르 씨?!”

“아아…… 집정관님의 첫 임무를 보좌하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그리고 꽃놀이도…….”

이렇게까지 실망할 줄이야…….

그녀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제비뽑기의 결과는 냉정한 것.

상심한 아슈미르는 엘프리드와 리아네가 위로해 주었다.

그 뒤에 제비를 뽑기 위해 나선 사람은 우르키. 세 개 중에 당첨이 두 개인 상황에서 그는 당당하게 당첨을 뽑아냈다.

기쁨을 표현할 만도 했는데.

우르키는 자신의 막대기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당첨을 뽑지 못한 아슈미르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이제 남은 막대기는 두 개.

그리고 남은 사람은 안드라스와 릴리아. 안타깝게도 남매는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오라버니.”

“……?”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에게 당첨을 양보할 생각 없어?”

릴리아는 커다란 눈동자를 끔뻑이며 안드라스를 올려다봤다. 안드라스는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풀어 그녀의 한쪽 어깨에 올렸다.

“여동생아.”

“응?”

“농장 식구니까 똑같은 입장이라고 한 건 너란다.”

“…….”

“얼른 뽑으렴.”

“우씨…….”

릴리아는 입을 툭 내밀며 막대기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먼저 막대기를 집고, 나머지 막대기를 안드라스가 집었다.

한 명은 당첨.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탈락.

카네프는 세상 재미있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내가 셋까지 셀 테니까. 동시에 막대기를 뽑는 거다?”

“…….”

“…….”

“하나…… 둘…… 셋!”

신호에 맞춰 두 사람은 막대기를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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