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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418화 (41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418화

균열과 꽃놀이(4)

작은 그림자들이 한데 뒤엉켜 바닥 위로 떨어졌다.

“아코!”

「뾰오오!」

-무우우?!

나는 금방 그림자들의 정체를 알아봤다.

아무리 흐릿한 모습이라도, 내가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은율아! 규리랑 아꿍이도?!”

후다닥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얘들아, 괜찮아?”

먼저 은율이를 일으켜 세워주고. 뒤이어 나머지 아이들도 살폈다.

넘어지면서 약간 흙먼지가 묻은 것만 빼면 모두 멀쩡해 보였다.

“헤헤! 괜찮아. 아빠.”

「으으. 내가 밀지 말라고 했는데, 뾰!」

-무우우. 무우.

은율이의 쑥스러운 웃음을 보며 잠시 안심을 하는 사이. 또 다른 그림자들이 쑥쑥 튀어나왔다.

-삐이익?

-삐익! 삐익!

-뀨우우!

그리와 피니는 날개를 퍼덕이며 바닥에 안착했고, 슈슈는 날렵하게 허공을 박차고 올라 내 머리 위로 올라섰다.

“어머? 여기는……??”

「냐아아앙?」

마지막으로 리아네와 치즈까지 나타난 다음, 빛무리는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뒤쪽에서 카네프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뭐야? 이 녀석들을 어떻게 데려온 거야?”

“저도 잘…… 리아네 씨?”

“저, 저는 그냥 아이들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길래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뛰어들었을 뿐이에요. 자세한 건 저도 모르겠어요.”

나와 마찬가지로 리아네 역시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유력한 범인은…….

-움찔, 움찔, 움찔!

“아, 아빠가 언제쯤 올까? 궁금하다고 하니까. 그럼 규리가 살짝만 구경하자고 그래서…….”

-무우우. 무우우.

「사, 살짝만 구경할 생각이었다, 뾰!」

농장의 원조 사고뭉치 삼인방.

사고 친 강아지가 눈동자를 돌리듯, 셋의 눈동자가 데구루루 굴러갔다.

황당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지금은 그런 사소한 잘못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상황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카네프도 다급해진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시현! 아이들만이라도 다시 되돌려 보낼 수 없어?”

“자, 잠시만요. 일단 시도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뭐든 해봐! 안 될 것 같으면 지금 당장 아이들을 데리고 빠져나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카네프는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심각한 상황을 깨달은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오들오들 떨었다.

“흐윽, 아, 아빠…….”

-무우우…….

「으아앙! 미, 미안하다, 뾰오!」

셋뿐만 아니라.

그리, 피니와 슈슈도 잔뜩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울먹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애초에 내가 요정 여왕의 힘에 반응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저도 죄송해요. 제가 아이들을 더 잘 돌봤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리아네 씨.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에요.”

잘잘못을 따져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들을 달랬다.

“괜찮아, 얘들아. 나랑 사장님 말 잘 들으면 아무 일 없을 거야. 어떻게든 우리가 꼭 지켜줄 테니까.”

아이들을 다독이는 동시에. 해결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저, 저거야!!

갑자기 여우신이 깜짝 놀랄 만큼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갑자기 뭐야?’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

‘그게 정말이야? 어떻게?’

-저기, 아이들 발밑 좀 봐!

‘아이들 발밑?’

나는 황급히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황폐함만 느껴지던 잿빛 바닥.

생명의 흔적조차도 느낄 수 없던 그곳에 작은 꽃 한 송이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이들의 손바닥으로도 가릴 수 있을 만큼 작은 꽃이었지만, 아주 선명하게 생명의 기운을 퍼뜨리고 있었다.

-느껴져? 저 꽃 주변으로 차원의 비틀림이 줄어들고 있어.

‘그렇단 말은……?’

-그래. 저 꽃을 이곳에 더 피워낼 수 있다면 차원의 비틀림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어. 그럼 봉인도 가능해질 거야.

‘꽃을…… 꽃을 더 피워낸다…….’

-그, 그런데 어떻게 꽃을 더 피워야 하지?

여우신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었다.

작은 꽃을 바라보던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이들 쪽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는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이제는 진짜 머뭇거릴 시간 없어. 당장 천족의 뒤를 따라 탈출할 거야. 시현과 리아네는 아이들을 챙기…….”

“잠시만요, 사장님!”

“…….”

나는 급하게 카네프의 말을 끊었다.

카네프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는 당장에라도 한 대 쥐어박을 기세였다.

살벌한 눈빛을 받아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균열을 막을 방법이 있어요.”

“뭐?”

나는 조금 전에 여우신과 나눴던 이야기를 빠르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카네프는 한 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복잡한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꽃을 피워주면 차원의 비틀림을 되돌릴 수 있고, 그러면 네가 균열을 봉인할 수 있단 말이지?”

“맞아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너…… 알고 있는 거지? 그렇게 하려면 아이들도 함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거.”

“그건…….”

역시 카네프는 가장 중요한 지점을 빠르게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새로운 계획을 진행하게 되면, 아이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것과 위험에 빠진 모두를 구해내고, 저 절망적인 균열을 막아내는 것.

나에게는 쉽게 선택하기 힘든 일이었다.

말문이 막혀 머뭇거리고 있는 내 옆으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나 해볼래!”

“은율아?”

“저번처럼 꽃을 피워주면 되는 거지? 나 잘할 자신 있어. 요정 친구들이랑 많이 연습했거든.”

자신 있게 나서는 은율이를 보며 카네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그는 무릎을 꿇고 은율이와 시선을 맞추며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

“은율아. 저기 괴수들 보이지? 저 녀석들 엄청 위험한 놈들이야. 안 무서워?”

“쪼, 쪼금 무서워.”

“무섭지? 그럼 무리 안 해도 돼. 무서운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

“우웅…….”

은율이는 잠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의지 가득한 모습으로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 그래도 해볼래!”

“은율아…….”

그러면서 은율이는 옆에 있던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아빠랑 농장 가족들은 내가 위험하거나 힘들 때마다 항상 도와줬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 차례야. 힘들 때 서로 도와주는 게 진짜 가족이잖아!”

나를 붙잡은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여우 소녀는 온몸이 떨릴 정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우릴 도와주겠다고 외쳤다.

그 작은 외침이 우리의 마음속에 큰 울림을 만들었다.

「나도 도와줄 거다, 뾰! 은율이랑 시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니까, 뾰!」

-무우우! 무우우!

-삐이익!

-삐이익!

-뀨우! 꾸우웃!

용기를 얻은 다른 아이들도 은율이를 돕겠다며 우르르 몰려나왔다. 카네프는 더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다시 은율이에게 물었다.

“진짜 괜찮겠어?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

“괜찮아.”

작은 꽃이 피어나듯.

은율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위험하면 사장님이 구해주러 올 거니까.”

순수한 믿음만이 가득 담긴 대답에 카네프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이것 참…….”

그는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리면서도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져 나갔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대책없는 부녀를 만나서는…….”

“하하하!”

“웃지 마. 너를 닮아서 은율이도 이렇게 된 거 아냐!”

일행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절망만이 가득한 분위기가 처음으로 옅어졌다.

카네프는 일행을 둘러보며 다시 작전을 지시했다.

“좋아. 그럼 시현이 말한 대로 해보자. 은율이가 꽃을 피워낼 수 있게 돕는거야.”

작전을 지시하는 동안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졌지만, 표정은 이전과 비교해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엘린! 아슈미르!”

카네프의 부름을 듣고. 멀리서 토벌대를 돕고 있던 두 사람이 허겁지겁 되돌아왔다.

“카네프 님, 무슨 일이세…… 헉! 아이들이 왜 여기에??”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명할 시간 없어. 엘린은 리아네와 함께 아이들과 시현을 지켜.”

“아, 알겠어요.”

“아슈미르. 너는 당장 천족들에게 가서 이곳으로 되돌아오라고 전해. 집정관님께서 균열을 봉인할 방법을 찾았다고.”

“……!!”

아슈미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재빨리 날개를 꺼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키르웬 님께 전하겠습니다.”

그녀가 천족들이 있는 최전방으로 날아간 뒤 카네프는 마지막으로 안드라스를 불러냈다. 안드라스도 아이들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어……? 아이들이 왜 여기에…….”

“그만! 설명할 시간 없어. 너 아티팩트 얼마나 남았어?”

“네?”

“지금 남아 있는 아티팩트 전력이 얼마나 되냐고!”

안드라스는 진지한 얼굴로 뭔가를 계산하더니, 금방 질문에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아티팩트는 전체의 75% 정도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완전히 기능을 잃은 상태입니다.”

“흐음, 그래?”

이번에는 카네프가 눈을 감고 뭔가를 계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뭔가 불안한 낌새를 눈치챈 안드라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 그러시죠?”

“요즘에 실력 많이 좋아졌잖아? 금방 복구하지?”

“……예?”

“나는 신경 안 쓰고 싸울 테니까. 알아서 막아라.”

“뭘 말씀하시는 건지…… 헉?!”

안드라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네프의 주변으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지금껏 카네프가 보여줬던 기세가 장난으로 느껴질 만큼 압도적이었다.

무시무시한 기세에 맞서 엘프리드와 리아네는 나와 아이들을 보호하듯 막아섰고, 안드라스는 허우적거리면서 카네프를 애타게 불렀다.

“카, 카네프 님. 서, 설마 전력을 사용하시려는 겁니까?!”

“응. 나는 분명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다?”

“카네프 님이 진심으로 싸우시면, 그걸 제가 어떻게 막습니까??”

“대충 아티팩트로 때워. 전부 다 들이박으면 시간 좀 끌 수 있을 거야. 물론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겠지만.”

안드라스의 얼굴에 절망감이 깃들었다. 물론 카네프는 안드라스의 절망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기세를 계속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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