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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421화 (421/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421화

균열과 꽃놀이(7)

지원군 합류에 힘입어 우리는 성공적으로 괴수들을 밀어냈다.

은율이도 요정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차근차근 꽃밭을 늘려나갔다.

-차원의 균형이 다시 맞춰지고 있어!

오랫동안 기다렸던 여우신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거야?’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나는 지금까지 고생한 은율이와 아이들이 쉴 수 있도록 한 뒤 망설이지 않고 균열의 봉인을 시도했다.

나를 중심으로 요정 여왕과 여우신의 기운이 퍼져 나갔다.

이미 경험했던 방식이라 그런지, 두 기운은 전혀 반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변화를 눈치챈 아슈미르와 엘프리드가 재빨리 옆으로 와서, 내가 방해받지 않도록 도왔다.

요정 여왕과 여우신의 기운이 내 의지에 따라 퍼져 나갔다.

하지만 하늘을 가득 채운 균열들을 모두 감당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끙끙 앓는 소리가 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끄으응…….’

-너무 급하게 시도하면 안 돼. 다시 균형이 어긋나면 여러모로 골치 아프니까.

‘나도 최대한 노력중이야.’

새하얀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집정관님!”

하늘로 날아오른 키르웬과 천족들이 균열을 향해 나아갔다. 그들은 균열에 대항하듯 진형을 갖춰 강력한 빛을 뿜어냈다.

-파아아앗!!

그 빛은 균열을 압도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균열의 기세를 주춤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덕분에 나도 좀 더 수월하게 봉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키에에에엑!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괴수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디스 영지 병사들과 은월족, 용마족. 거기에 야쿰을 앞세운 숲속의 마수들까지.

든든한 지원군은 괴수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저기 좀 봐!”

“균열이…… 균열이 사라지고 있어!”

깨진 파편 조각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크게 뒤틀렸던 공간이 점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균열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불쾌한 기운을 수차례 쏟아냈지만, 주변에 뿜어내는 기세는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스스스슷…….

최악의 종말을 떠올리게 했던 균열들은 마지막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조용히 사라졌다.

머리 위를 가득 메웠던 균열이 사라지면서, 어두컴컴했던 하늘 가운데서 한줄기 빛이 쏟아졌다.

하나둘씩 늘어난 빛줄기들은 눈이 부실 정도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다.

-키에엑…….

-크륵…… 크르르…….

아직 남아 있던 괴수들은 빛을 받자마자 시들시들해졌고, 버티지 못한 녀석들은 하나둘씩 스르륵 바닥에 쓰러졌다.

조금 전까지 치열했던 전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주변에는 금방 평화로운 기운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포근한 바람이 불어와 꽃향기를 가득 담고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샤아아아아!

-퐁. 퐁퐁. 퐁~!

바람이 닿은 괴수의 시체에는 싱그러운 풀과 아름다운 꽃이, 날카롭게 솟아 있던 바위와 메마른 땅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를 내렸다.

「꺄르르르륵!!」

-부우우웅!

-쮸우우! 쮸우우!

요정과 꿀벌들은 새롭게 태어난 꽃밭 위를 맴돌았고, 다람쥐의 모습을 한 토타라들은 나뭇가지 위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변화에 토벌대는 멍하니 바라봤다.

얼마 안 가 그중 일부는 완전 긴장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고, 또 누군가는 주변을 살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꽃향기가 퍼져 나갔던 것처럼 환한 미소와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해냈다! 우리가 이겼어!!”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아이들도 피곤함을 잊고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우리가 해냈어, 뾰!」

-무우우! 무우우!

-삐이익! 삐이익!

-뀨우!

나는 아이들을 한 번씩 쓰다듬어 준 다음, 마지막으로 은율이를 꼭 안아주었다.

기진맥진한 은율이는 꾸물꾸물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잘했어, 은율아. 정말 잘했어!”

“헤헤…….”

흩어져 있던 농장 식구들도 하나둘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리아네, 엘프리드, 아슈미르.

그리고 안드라스와 카네프까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왔던 농장 식구들은 나와 은율이를 발견하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따스한 눈빛으로 우리를 지켜봐 주었다.

* * *

균열은 완벽히 제거되었다.

어려운 임무를 완료한 토벌대는 수많은 사람의 박수와 환호성을 들으며 귀환했다.

기자와 카메라맨들도 오늘만큼은 섣불리 나서지 않고, 멀찍이 거리를 유지한 채 고생한 이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마지막까지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을 만큼 어려운 임무였기에 토벌대에서 정말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일부는 기다리고 있던 의료진에게 빠르게 치료를 받았고, 심각한 경우에는 빠르게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토벌대를 이끌었던 지휘자들은 인터뷰에서 부상자들에게 애도를 먼저 표하고,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피해가 적었음을 알리며 임무의 완벽한 성공을 선언했다.

토벌대 인원 중에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특히 서예린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기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당연히 저런 귀찮은 일에 관심이 없는 나와 농장 식구들은 곧바로 쉴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배정받은 임시 막사에 들어서자마자, 누구랄 것도 없이 바닥에 스르륵 쓰러졌다.

정말 고생이 많았던 아이들도 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잠에 빠져들었다. 혹시 휴식에 방해될까 봐 수고했다는 말도 잠시 아껴두기로 했다.

“전부 다 뭐 해?”

아…….

물론 예외도 있었다.

“이 정도 가지고 엄살은…… 꽃놀이 안 갈 거야?”

카네프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과자를 우물거리며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그의 횡포에 한두 명쯤 불만을 터뜨렸겠지만, 지금은 전부 다 그럴 힘조차 없는지 고개만 겨우 까딱거렸다.

나는 모두를 대표해 카네프에게 되물었다.

“사장님은 안 힘드세요? 아까 전력을 다한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제대로 힘을 써서 그런지 몸이 좀 뻐근하긴 한데. 꽃놀이 갈 체력은 충분해.”

“하하하…….”

“아, 엄살 피우지 말고 빨리 일어나. 진짜 안 갈 거야?”

카네프의 닦달에 안드라스가 겨우겨우 상체를 일으켜 한마디 내뱉었다.

“카, 카네프 님. 아까 균열 안에서 꽃들을 본 거로, 꽃놀이를 대신에 하면 안 되겠습니까?”

“당연히 안되지.”

“……?”

“아까는 맥주가 없었잖아. 꽃놀이할 때 시원한 맥주 마시는 걸 얼마나 기대했는데!”

그놈의 맥주!!

이 사람은 맥주만 준다고 하면, 아까 끔찍한 괴수들이랑 다시 싸우라고 해도 기꺼이 다시 싸울 게 틀림없어!

카네프는 계속 꽃놀이와 맥주 타령을 하고, 나머지 농장 식구들은 끝까지 못 들은 척하고, 나는 잠든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온몸으로 막아주던 그때.

“흠흠, 시현 씨? 이기석 본부장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막사 입구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부장님? 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이기석 본부장은 아주 조심스럽게 막사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부를 둘러보며 조금 난처한 표정을 했다.

“많이 피곤하실 텐데,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한 줄 알면 왜 찾아오고 난리…….”

“아아!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본부장님!”

나는 카네프의 투덜거림을 재빨리 끊으며 대답했다. 이기석 본부장도 애써 카네프 쪽을 무시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현 씨의 말대로.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잠시 못 보는 사이에 집정관이 되셨다고…….”

“하하하. 그렇게 됐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말 여쭤보고 싶은 게 많은데. 다음 기회로 넘기겠습니다. 지금은 좀 더 급한 문제를 먼저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급한 문제요?”

나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기석 본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방금 비공식 외교 채널을 통한 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번 사태는 마무리된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시작점이었던 모양입니다.”

“시작점이라면…… 혹시 다른 나라에도 이 정도 규모의 균열이 발생한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토벌대가 균열 제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도움 요청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정부 관계자 몇 명만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아…….”

“토벌대에 참가한 길드 대표들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모두 한목소리로 시현 씨와 그 일행의 도움이 없었으면 절대 임무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요.”

나는 이기석 본부장이 하려는 말을 대충 이해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외교적으로 우리나라가 챙길 이득, 국제적인 위상,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조건 없이 시현 씨의 요구를 들어드릴 테니. 제발 도와주십시오.”

“으음…… 저는 도와드리고 싶은데…….”

나는 어렵다는 표정으로 스윽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네프는 벌써 시큰둥한 표정이었고, 쓰러져 있는 사람들도 그다지 나서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지쳐 쓰러진 사람에게 또 어려운 일거리를 갖다 주면 누가 좋아할까?

나와 이기석 본부장이 난감해하던 그때.

막사 입구에서 누군가 불쑥 나타났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준비해 왔습니다.”

“리안 씨?”

발레리안이 시원한 미소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두꺼운 서류들이 가득 들려 있었다.

“시현 씨는 이기석 본부장님의 요청대로 하실 생각이죠?”

“네. 차원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이니까. 싫어도 할 수밖에 없죠.”

집정관이라는 직책도 가지고 있고.

또 나 아니면 다른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니.

“키르웬 감시관님께 여쭤보니 시현 씨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언제든 따라나선다고 하셨습니다. 천족분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고. 남은 건 여기 계신 분들인데…….”

발레리안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농장 식구들을 둘러보며 준비해 온 서류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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