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9화 (9/189)

9화. 버섯 농장

시간이 흘러 팔팔이와 구구가 진화했다.

부하들이 진화하면서 나 또한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몸이 조금 튼튼해진 것 같아. 그리고 페로몬도 짙어졌어.’

팔팔이는 메디란 이름을 받았고, 구구는 세크리란 이름을 받았다.

“다크님! 약초의 약성을 흡수하면 치료액을 만들 수 있어요!”

“축하해.”

치료실을 전담하며 다양한 약초를 다루던 메디는 치료 특화종인 포션 워커란 종으로 진화하여 갈색이던 무늬가 초록색으로 변했고 입으로 치료액을 뱉어낼 수 있게 됐다.

빅 워커로 진화한 세크리는 나 대신 채집 일을 나설 수 있게 됐다.

“다크 님, 저도 따라갈게요!”

한동안 세크리를 데리고 다니며 나의 채집 방법을 완벽히 가르친 후 채집 일을 떠넘겼다.

채집 일을 떠넘기니 일이 많이 줄었다.

포션 워커인 메디 덕에 사망자가 감소해 무덤지기 일도 한가해졌다.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지만, 사람… 아니, 개미도 앉으면 눕고 싶어지는 법.

동족 사체의 해체와 영양화만 적당히 처리하고 여유 시간을 즐겼다.

‘이 정도는 소일거리로 나쁘지 않아.’

개미로 태어나 워라밸을 달성한 나는 심심할 때마다 마력을 순환시켰다.

마력을 순환시키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었고, 조금씩 늘어나는 마력에 성취감을 느꼈다.

‘마석을 가득 채우면 진화하지 않을까?’

그런 가설을 세운 나는 검증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성장하던 나는 특이한 개미 두 마리를 발견했다.

둘은 무덤을 자주 찾는 단골인데, 한 마리는 외골격이 깨져서 오는 빅 솔져였고, 다른 한 마리는 작은 체구의 스몰 워커였다.

‘작은 녀석은 에너지 고갈 상태야.’

외골격이 깨진 녀석은 메디가 데려가서 외골격 강화액을 충분히 먹여 회복시켰고, 에너지 고갈로 아사 직전인 녀석에겐 종합 영양을 충분히 먹여 회복시켰다.

그런데 둘은 치료소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무덤에 실려 왔다.

‘이상하네…….’

대체 얼마나 무식한 전투법을 구사하길래 단단한 빅 솔져의 외골격이 이리도 자주 깨져 나갈까?

또 얼마나 무식하게 움직이면 순식간에 에너지 고갈 상태가 될까?

난 정도를 모르는 무식한 두 개미와 직속 관계를 맺어 부하로 삼았다.

측은지심?

그런 건 없었다.

내가 그들과 직속 관계를 맺은 건 그들의 무식함에서 최고의 자질을 봤기 때문이었다.

“피어레스, 이건 외골격 강화액이야. 먹으면 단단해지지.”

빅 솔져인 피어레스는 1차 진화종임에도 머리가 매우 나빴다.

“끄억! 먹는다. 먹고 단단해진다!”

피어레스는 절대 깨지지 않는 존재가 되길 바라며 외골격 강화액을 무진장 먹였다.

“전… 49,247이에요.”

“정식 이름이 주어질 때까지 사칠이라고 부를게.”

“다크 님, 제가 진화할 수 있을까요?”

“스몰 워커는 잘 먹기만 해도 1차 진화까진 어렵지 않아.”

작은 체구의 스몰 워커는 진화할 때까지 사칠이라 부르기로 했다.

치료실은 포션 워커 메디, 채집은 빅 워커 세크리, 운반 보조 스몰 솔져 나우피어, 사냥은 빅 솔져 피어레스까지…….

스몰 워커인 사칠이가 할 일이 없어, 일거리를 만들어줘야 했다.

뭘 시킬지 고민할 때, 무덤 구석에서 자라나는 잡초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둥지에서도 식물이 자라네…….’

식물이 자랄 정도의 빛이 있나?

여긴 빛나는 광물 정도가 다인데?

‘청색 파장과 적색 파장만 있으면 식물이 자라는 데에 문제가 없긴 한데…….’

둥지의 쓰레기장이라 불리는 곳에 가면 푸른빛을 발산하는 광물이 많았다.

‘쓰레기장에서도 잡초를 본 적이 있어.’

그러나 토양의 문제인지 식물은 번성하지 못했다.

나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티아벨을 찾아갔다.

“이 광물은 뭐예요?”

“그건 마광석이란 거야. 마력을 품고 있는 광물이지. 지하로 내려갈수록 많아져.”

“지하에도 식물이 자라나요?”

“바닥 처리가 미흡하면 식물이 자라는데, 공사 개미들이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티아벨의 말을 들어보니 마광석의 광원을 사용해 식물 재배를 시도할 수 있을 듯했다.

‘잘하면 지하 농장도 만들 수 있겠는걸.’

2,000이 넘는 개미족 군체가 수렵만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웠고, 나 또한 사냥과 채집만으론 영양 수급의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다.

때마침 사칠에게 시킬 일도 필요했으니…….

“사칠이는 1층 구석의 공간을 넓혀 줘.”

“네.”

작은 체구로 태어나는 바람에 남들과 같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두 배로 움직여야 하는 사칠.

휴식을 전혀 취하지 않으며 무리하게 일하던 사칠은 수시로 에너지 고갈 상태에 빠졌다.

‘이 녀석… 재능이 있는걸.’

무식한 사칠에게 끝없는 일거리와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여 특급 농사꾼으로 육성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피어레스와 사칠은 계속된 외골격 강화액과 영양 지원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치료소로 실려 왔다.

‘대체 뭐지 이 녀석들?’

둘은 항상 죽음의 문턱을 밟고 있는 개복치들이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양질의 영양을 가득 먹여 생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다크 님이 지시하신 대로 1층에 공간을 확보해 뒀어요.”

스몰 워커의 몸으로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만들어 낸 사칠.

‘어둡네.’

마광석이 없는 지하는 칠흑으로 덮여 있었다,

물론 개미족에게 어둠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서 마광석을 배치해야 했다.

“위쪽으로 마광석을 박아 줘.”

“네!”

“마광석 장식이 끝나면, 공간을 좀 더 넓히고 있어.”

공간을 확보했으니 앞으로 무엇을 재배할지 고민해 봤다.

개미족은 맛을 따지지 않으니 영양이 풍부한 식물을 재배해야 했다.

‘단백질이 풍부한 채소라…….’

식물보단 균류를 재배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잎꾼개미도 버섯 농사를 지었지.’

전생에 건강식품을 유통하면서 버섯 농장주들과 교류하기도 하여 재배법을 모르진 않았다.

‘톱밥으로 재배하자!’

나우피어에게 사칠이가 넓힌 공간을 썩은 나무로 채우라고 지시했다.

“다른 상위종 분들이 싫어하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아. 누가 문제 삼으면 입에 영양이나 물려 줘.”

가끔 다른 개미들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 기껏 가져온 썩은 나무를 다시 밖으로 내다 버리려 했지만, 영양을 조금 나눠 주면서 썩은 나무를 건들지 못하게 했다.

***

클라우드 왕국 남부 대산림 오크나무 숲의 개미족.

그들은 사냥터를 확보하기 위해 영역을 넓혀 왔다.

확장세를 이어 가던 개미족은 고블린의 영역과 맞닿게 됐다.

하나의 산에 두 마리 호랑이가 살 수는 없는 법.

비슷한 체급의 두 세력은 서로를 사냥감으로 여겼다.

두 세력의 먹고 먹히는 국지전이 반복되자 개미족의 영역이 차츰 줄어들었다.

이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개미족의 1장로가 장로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원형으로 둘러앉은 일곱 명의 장로가 각자 한마디씩 했다.

“고블린을 무시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그들의 번식력은 개미족 이상이야. 이대로 소모전으로 간다면 우리가 손해야!”

고블린의 위험성을 주장해온 7장로 스마트 워커 트라이는 장로들 사이에선 탐구자라 불렀다.

“토벌이든 전쟁이든 환영한다. 난 운반 거리만 늘어나면 돼.”

일거리 부족으로 골머리 앓는 6장로 자이언트 워커 캐리는 운반 개미들의 수장이었다.

“나도 토벌에 껴야 하나?”

덩치와 달리 말이 가벼운 5장로 자이언트 솔져 포메온은 경비 대장직을 맡고 있었다.

“포메온, 네 임무는 둥지를 지키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마라.”

4장로 보모장 팩토리 워커 네트리.

“지하 4층으로 확장 중이다. 회의는 되도록 빨리 끝냈으면 좋겠군.”

3장로 공사 대장 자이언트 워커 언더리페.

“친위대는 여왕님의 명만 따른다. 그러니 여기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난 나설 생각이 없다.”

2장로 친위대장 자이언트 솔져 제르다코.

마지막으로 그들을 소집한…….

“소집에 응해 줘서 고마워. 고블린 녀석들로 인해 사냥 개미의 숫자가 줄고 있어. 그리고 블랙 워커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 말이야.”

1장로 시녀장 스마트 워커 일리아나.

“고블린 때문에 소집된 거야 알겠는데… 블랙 워커는 또 뭐야? 내가 모르던 일이라도 있었어?”

7장로 트라이의 질문에 6장로 캐리가 답했다.

“블랙 워커라면 요즘 잉여 개미들에게 영양을 나눠 주고 있는 녀석이야.”

캐리의 말에 장내는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5장로 포메온이 폭발하며 고요한 정적을 깨트렸다.

“부족한 영양을 일도 안 하는 잉여들에게 나눠 준다고! 우리 경비대가 얼마나 굶주리고 있는지 알아? 운반 대장은 너잖아! 캐리, 영양 관리 안 할 거야? 왜 그딴 녀석한테 영양이 가는 거냐고!”

포메온이 캐리를 질책하자, 3장로 언더리페와 2장로 제르다코가 동조하며 캐리를 노려봤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제 1장로 일리아나가 나섰다.

“다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캐리가 영양을 전해 준 게 아니야.”

“그럼 뭐야? 자기가 직접 영양을 구해서 잉여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는 소리야? 말이 안 되잖아!”

포메온이 소리쳤지만, 일리아나와 캐리의 눈빛은 여전히 담담한 그대로였다.

“…사실이라고? 대체 어떻게?”

캐리의 무고함을 알게 된 포메온이 당황하자, 캐리가 차분하게 핵심을 찔렀다.

“중요한 건 영양이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야. 녀석에게 영양이 있고, 우린 영양이 부족하다. 이대로 낭비하게 둘 것인지, 받아 와서 관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지”

캐리의 말이 타당하다고 느낀 일리아나가 평소와 같이 다수결을 진행했다.

“순서가 조금 바뀌었지만, 이것부터 결정하자. 관리하자는 쪽이 찬성이고, 두고 보자는 쪽이 반대야. 각자 결정해 줘.”

7장로 트라이가 반대표를 던지며 말했다.

“보통 놈이 아니야. 분명 의도가 있어. 놈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봐야 해.”

6장로 캐리는 찬성표를 던졌다.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놈이 가진 영양만 받아 내도 식량 문제가 조금은 해소되겠지.”

5장로 포메온도 찬성표를 던졌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 영양을 나눠 주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어!”

4장로 네트리는 반대표를 던지며 블랙 워커인 다크 제로를 편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체력이 약한 듯했지만 똑똑한 아이였다. 분명 좋은 계획이 있을 테지.”

3장로 공사 대장 언더리페는 찬성, 제 2장로 제르다코는 기권.

일리아나의 표를 남긴 상황에서 찬성 세 표, 반대 두 표.

잠시 고민하던 일리아나가 반대표를 던지면서 3대 3이 됐다.

“고블린 토벌이 시작되면 식량 부족은 해소될 거야. 그러니 일단은 보류하는 쪽으로 가고… 더 중요한 고블린 토벌 문제를 결정해 볼까?”

블랙 워커의 논의는 보류로 결정 났다.

“사냥 개미를 충원해서 트라이 말처럼 한 방에 밀어 버려야겠어.”

회의가 이어졌다.

부족한 사냥 개미를 충원하기 위해 각자 소속 개미를 차출해야 할 상황이었고, 식량 부족으로 아사하는 개미가 발생한 운반, 경비, 공사 쪽 장로들은 이번 기회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기로 했다.

“자이언트 워커는 얼마나 보내면 되지?”

현재 개미족 최대의 전력인 자이언트.

한 번에 고블린을 몰아내기로 결정한 이상,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둥지의 방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만 남기고 자이언트 워커와 솔져가 사냥 팀에 편성되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식량 문제도 차츰 해결될 테니, 장로들도 회의 결과에 만족했다.

“그럼 세부적인 일은 알아서들 잘 해 줬으면 해.”

장로들이 하나둘 회의실을 떠났고, 7장로 트라이가 남아 일리아나에게 물었다.

“일리아나, 블랙 워커란 녀석, 하는 행동이 이상하던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트라이, 다크가 미친 개미라 생각하는 거지?”

“조금은. 아직 1차 진화종이라지만 블랙 워커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케어 님이 충분히 경계하고 계시니까.”

며칠 후 사냥 개미가 대거 충원되면서 고블린 토벌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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