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19화 (18/189)

19화. 조직 개편

세크리에게 간부급이라 할 수 있는 직속 부하들을 소집하게 했다.

포션 워커 메디, 빅 워커 세크리, 미니 워커 머쉬파, 시절 솔져 나우피어, 빅 솔져 피어레스까지.

1차 진화종 다섯 마리가 내 앞에 모였다.

“이제부터 너희들을 간부 개미라 부르겠다!”

“네!”

그들에게 감투를 씌워 준 나는 본론에 들어갔다.

“다크 워커가 되면서 직속 부하 다섯 마리를 더 받을 수 있게 됐어. 싹수 있는 개미를 알고 있으면 알려 줘.”

다들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백오십여 마리의 부하를 데리고 있어 그중 특이한 부하 한둘은 있었다.

“그럼 저부터 말씀드릴게요!”

세크리가 먼저 나서서 여러 개미를 천거했지만, 그중 맘에 드는 건 마고트란 굼벵이 사육 전문 개미였다.

“빅 워커 마고트를 간부로 임명한다!”

“감사합니다, 다크 님!”

다음은 메디가 부하들을 천거했지만, 특별할 것 없는 의료 개미들이었다.

미니 워커 머쉬파는 확장 공사에 탁월한 디그파와 보수 공사에 특출 난 리페파를 천거했다.

“미니 워커 디그파는 간부로 삼고, 리페파는 추후 자리가 남으면 간부로 삼을게.”

“네!”

시절 솔져 나우피어가 추천한 개미는 별 볼일 없는 시절 워커들이고, 피어레스 쪽에선 특이한 개미 하나가 있었다.

“산성액 방출이 특기인 개미라고?”

“네! 포룸이란 녀석인데, 몸도 허약하고 멍청한 놈입니다!”

“너보다?”

“네?”

피어레스는 자신이 멍청한 줄 몰랐다.

“아니야. 너보다 멍청한 개미가 있을 리가… 분명 특출 난 뭔가가 있겠지. 그 녀석도 간부 개미로 임명하자!”

“감사…합니다.”

간부들의 천거를 받아 세 마리가 간부 후보로 정해졌다.

나는 그들을 불러오게 하여 기존 상사와의 직속 관계를 정리하도록 했다.

사육 담당 마고트, 공사 담당 디그파, 산성액 특화 빅 워커 포룸.

셋은 자신들이 해고당한 줄 알고 슬퍼했다.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내가 잉여라니.”

“난 약하다. 그러니 필요 없는 거 알고 있었다.”

세크리가 셋의 오해를 풀어 주려 노력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다크 님과 직속 관계를 맺고, 우리와 같은 간부 개미가 되는 거야. 그러니 슬퍼하지 않아도 돼.”

“정말이에요?”

“제가 머쉬파 님과 같은 간부라고요?”

“포룸은… 속지 않는다!”

풀리지 않는 의심 속에서 전 상사와의 관계가 정리됐고, 나와의 직속 관계가 맺어졌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간부 개미야! 마고트와 디그파는 그동안 하던 일을 계속해 주고, 포룸은 산성액에 특화된 빅 워커들을 모아 포병대를 조직해 줘.”

부하의 부하를 뺏은 격이지만, 그들의 승진을 질투하는 개미는 없었다.

남은 두 자리는 내가 봐 둔 개미가 있었다.

한 자리는 영양화 담당으로, 요리 개미를 이끄는 빅 워커 쿠쿠.

마지막 자리는 정찰대를 이끄는 빅 워커 페스트에게 주어졌다.

둘은 외부에서 데려온 용병들이라 간부 개미들과 협력할 뿐이지, 엄밀히 따져 나의 부하는 아니기에 이번 기회에 직속 부하로 삼은 것이다.

조직 개편을 마친 나는 열 마리가 된 간부들을 불러 모아 2차 진화에 관한 정보를 전했다.

내가 진화를 해 본 결과, 2차 진화의 메커니즘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마력의 수용 한계치만 늘리면 돼!”

의문 가득한 간부들 사이에서 세크리가 대표로 물어 왔다.

“다크 님, 마석만 키우면 진화할 수 있는 건가요?”

개미족이 마석을 키우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격렬하게 움직이다 보면 마력이 소모된다.

소모된 마력은 영양 섭취와 호흡으로 채울 수 있다.

마석을 마력으로 가득 채운 상태에서 고품질 영양을 섭취하면 수용 한계치가 조금씩 증가한다.

“마석 한계치가 진화를 결정한다면, 모든 1차 진화종이 진화했어야…….”

지금같이 영양이 풍족한 상황에선 모든 1차 진화종이 객사만 피한다면 2차 진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지만, 2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운이 나빠 4년 이상이 걸린다면, 진화 직전에 수명이 다하고 말 터.

“세크리, 네 말도 맞아. 문제는 너희들의 방식은 너무 느리다는 거지.”

내가 깨우친, 속성으로 마력 한계치를 늘리는 방법을 간부들에게 알려 줬다.

“일단 마석이 가득 찼다고 느껴질 때, 마력을 모두 방출해. 그러고 나서 텅 빈 마석을 새로 채우는 거야.”

비우고 채우고의 반복 단련.

내 노하우를 알게 된 직속 부하들은 긴가민가하며 일단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다만, 내가 공유한 노하우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라 그들이 2차 진화를 이룰 때까지 비밀로 하게끔 했다.

“그럼 해산!”

간부들이 떠난 후, 고요 속에서 마력을 순환시켰다.

다크 워커로 진화하면서 체내의 마력 통로가 두 배쯤 넓어졌고, 몸 안 구석구석 뻗어 나간 샛길도 많아졌다.

통로를 무협 소설에 나오는 혈맥이라 여긴다면, 좁은 샛길은 세맥(細脈)에 해당했다.

세맥을 크게 뚫어 두면 마력 제어가 훨씬 원활해질 것 같아 부하들의 진화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수련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

시간이 흐르고 봄이 왔다.

개미족은 겨울 동안 축적된 힘을 외부로 발산하기 시작했다.

정찰 개미인 페스트와 사냥 개미인 피어레스도 각자 부대를 이끌고 밖을 나돌았다.

둥지가 봄에 맞춰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정적인 수련이 적성에 맞던 나는 마력 훈련에 전념했고, 마력을 체내에 순환시킬수록 흡수 효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음을 느꼈다.

‘고블린들의 제사가 도움이 됐어.’

지난번, 고블린 제사를 목격한 일로 인해 루리아와 두 소녀가 날 몹시 두려워하게 됐고, 그로 인해 둥지 인근의 흑마력 농도가 짙어졌다.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양분 삼아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없었다.

‘예전이었으면 손톱만큼은 느꼈을 텐데…….’

죄책감이 들지 않는 건 아마도 삶이란 무언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전생에서 뼈저리게 체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개미족이 되면서 연민이란 감정을 상실한 점이 큰 듯했다.

그러나 ‘달라진 내가 과연 나일까?’ 같은 철학적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며 가끔 열등하던 과거를 떠올렸다.

‘전생에는 위아래로 눈치 보느라 힘들었지.’

감정이 옅은 개미족은 자신의 역할에 매우 충실하여 부려 먹기는 좋지만, 세상에 완벽한 생물은 없었다.

개미족은 뛰어난 일꾼의 자질을 가진 반면, 창의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시킨 일은 잘하지만… 기획 능력이 없어.’

다행히도 21세기 엘리트 직장인이던 내게 필요한 건 창의력이 아니다.

‘날 위해 24시간 갈릴 준비가 되어 있는 충성스러운 일꾼만이 쓸모 있지!’

개미족은 그 조건에 부합하는 존재였다.

나의 노하우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지시대로 마석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 간부들이 하나둘 진화 소식을 전해 왔다.

포션 워커인 메디는 몸이 커지고 초록 무늬가 더욱 짙어진 하이 포션 워커로 진화했다.

진화한 메디는 독 내성이 강해졌고, 양질의 치유액을 생성할 수 있었다.

“다크 님, 이젠 더 많은 종류의 약초를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약초와 독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는지, 마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환약을 만들어 냈다.

“이게 뭐야?”

“먹으면 강해지는 광폭환이에요.”

카페인과 같은 신경 자극 물질이 들어 있는지 조금만 먹어도 정신이 번쩍 들고, 혈류와 마력의 흐름이 가속됐다.

‘이거… 꽤나 괜찮네.’

지속 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고, 진통 효과와 인지 감각을 극대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 전투 전에 복용하면 전투 페로몬과 상호작용을 발휘해 더욱 큰 효과를 보일 듯했다.

“다른 개미들도 먹여 봤어?”

“아직이에요.”

“그럼 지원자들을 뽑아서 조금만 먹여 보자.”

그런데 광폭환은 상태 이상에 내성이 있는 다크 워커인 나나 하이 포션 워커인 메디에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반 개미들에게는 큰 부작용이 있었다.

지속 시간 동안은 육체를 초월한 움직임이 가능하지만, 남은 수명을 끌어다 쓰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효과가 끝나면 한동안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마약이잖아!’

결국 생산된 광폭환은 나와 메디만 복용하기로 하고, 주재료인 마황이란 약초가 확보되면 안전한 약으로 개발하게끔 지시했다.

“네…….”

빅 워커인 세크리와 마고트는 스마트 워커로 진화해 앞다리 네 개를 손처럼 사용하여 도구를 제작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내게는 매우 부러운 형태이지만, 둥지 내에선 최약종이라 불리며 잉여 개미와 다름없는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다크 님, 죄송해요. 자이언트 워커로 진화했어야 하는데… 이젠 땅도 제대로 못 파겠네요.”

“아냐. 난 너희가 스마트 워커로 진화해서 오히려 좋아.”

세크리에게는 나를 대신해 흙과 나무로 도구를 만들어 쓰게 할 생각이었다.

미니 워커인 머쉬파, 디그파, 리페파의 진화는 놀라웠다.

메디와 세크리는 탈피를 거쳐 진화했는데, 녀석들은 고치를 틀었다.

고치에서 나온 녀석들은 이전보다 몸집이 더 작아졌다.

그 외향은 마치…….

‘한 뼘 크기의 요정?’

인간과 같은 한 쌍의 팔다리.

새하얀 피부, 대지의 기운을 품은 듯한 갈색 눈동자와 머리카락.

비키니 아머를 연상시키는 흑색 외골격.

이마에는 개미 더듬이와 붉은 보석 세 개가 박혀 있고, 등에는 날개 두 쌍이 돋아났으며, 꼬리뼈 쪽에는 개미의 배가 연결되었다.

눈의 흰자위 부분은 흑색이라 붉은색 창만 들면 작은 악마처럼 보일 것 같았다.

파닥파닥.

가벼운 날갯짓으로 주변을 날아다니며 이상한 가루를 뿌리는 소악마.

그것이 미니 워커의 진화 형태인 페어리 워커였다.

‘작지만 확실한 인간형이야.’

페어리 워커로 진화한 그들의 외향도 놀랍지만, 그들이 가진 비행 능력과 특수 능력은 더욱 신비했다.

‘날개는 곤충의 것이었지만…….’

날갯짓으로 난다기보다는 그저 부유하고 있다는 게 옳은 표현 같았다.

게다가 리페파가 바닥에 알 수 없는 가루를 뿌려 댔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바닥에 깔린 흙이 단단한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접착액의 강화 버전인 접착 가루야!’

나의 놀란 페로몬을 감지했는지, 디그파가 또 다른 가루를 뿌리자, 바닥이 부드러운 흙 상태로 돌아왔다.

‘이건 해체 가루!’

접착 가루와 해체 가루는 지하 공사를 위한 능력이고, 다른 가루들로는 생물의 체력과 상처를 회복시키거나 힘과 방어력을 올려 주는 등 다양한 버프가 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식물의 성장 촉진, 토양 개선, 잡초 제거, 해충 퇴치, 식수 정화, 공간 소독 등등.

‘저 가루… 도대체 몇 종류나 사용할 수 있는 거지?’

페어리 워커는 체내에 보유한 여러 물질을 마력과 다양한 비율로 혼합하여 목적에 맞는 가루를 생성할 수 있고, 그러한 능력은 만능 가루라 칭해도 손색이 없었다.

‘대단하네…….’

다만, 완벽한 생물은 없는 법.

만능 가루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갖춘 페어리 워커에게도 지대한 단점이 보였다.

셋은 체구가 작은 만큼 마력 보유량이 적고, 마력이 모두 소진되면 가루를 생성할 수 없었다.

‘개미족의 마력은 영양 섭취를 통해 얻는 게 효과적이야.’

그런데 페어리 워커는 영양 섭취로 체력은 회복할 수 있어도, 마력은 채우지 못했다.

마력 조루면서 호흡을 통한 자연 회복만 가능하다니…….

‘마력 수급이 힘들겠어.’

그러나 며칠 동안 머쉬파, 디그파, 리페파의 행동을 지켜본 결과, 그들은 비행을 통해 마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파닥파닥.

“일하자, 일…….”

페어리 워커는 24시간 쉴 틈 없이 일했고, 날아다닌 만큼 마력을 얻었다.

가히 노동을 위해 태어났다고 할 만큼 사기적인 특수종.

무한 체력의 대단함은 인정하지만, 딱히 부럽진 않았다.

‘시간은 금이야. 움직여서 마력을 채우는 건 효율이 떨어져.’

3차 진화를 목표로 수련 중인 나는 굳이 나설 필요가 없는 일은 떠넘기는 게 이로웠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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