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28화 (27/189)

28화. 기병대

게르피아와 메가피르가 출전한 직후부터 나는 잉여가 되어버린 사냥 개미 출신 스마트 워커를 모았다.

“내 밑에서 일해 보는 건 어때?”

“제게 일을 주시겠다고요?”

같은 2차 진화종임에도 손쉽게 40마리나 모을 수 있었다.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하죠?”

“일단은 말이지…….”

나는 그들에게 도구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나우피어는 단단한 나무를 이런 모양으로 잘라 줘.”

“네! 지금 가져올게요.”

제일 처음 만들게 한 건 작업용 돌도끼와 조각칼이었다.

“세크리, 저쪽 좀 도와줘야겠다.”

“네!”

도구 제작에 경험이 있던 세크리의 하녀 부대가 사냥 개미 출신 스마트 워커들을 도왔다.

작업용 도구가 만들어지고, 각자 나무창을 만들게 했다.

길이와 형태는 모두 지정해 줬다.

“이게 1미터짜리 막대야! 이걸 바탕으로 3미터 길이의 막대를 만들고, 끝부분에 뾰족한 돌을 끼워 붙인 후 묶는 거야!”

무수한 실패작들이 버려졌지만, 어찌 됐든 3미터 나무창이 하나둘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나무창은 루리아에게 가져가 열처리를 부탁했다.

열처리는 겉을 살짝 태워 강도를 높이는 과정이었다.

40마리의 스마트 워커 장창 부대가 만들어졌지만, 이들은 자이언트 킬러비의 견제 정도만 가능하지 토벌은 힘들었다.

말벌족을 상대로 이쪽도 공군 부대를 붙이면 좋겠지만, 플라이 워커는 스피드만 빠를 뿐, 체구가 빅 워커 수준에 턱 힘도 약하여 정찰 이상의 활용은 어려웠다.

그러니 접근한 녀석들을 끝장낼 비장의 수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1미터짜리 창을 만들어! 정교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창끝은 뾰족하게 다듬어!”

내가 만들게 한 건 투창용 단창이었다.

쉬이익― 푹!

‘던지는 힘이 나쁘지 않아.’

비교적 힘이 약한 스마트 워커라도 투창 정도는 무리 없이 해냈지만, 조잡한 창이라 유효 사거리가 너무 짧은 게 문제였다.

‘이 정도론 안 되겠어. 슬링이라도 만들어야 했나?’

슬링은 투석구라고도 하며, 긴 줄의 중앙에 가죽이나 천을 끼워 만들고, 원심력과 가속도를 더해 돌멩이를 날리는 무기였다.

만들기도 쉽고, 강력한 원거리 무기임과 동시에 철퇴처럼 쓸 수도 있었다.

나는 암컷 고블린들에게 슬링을 만들도록 하여, 스마트 워커들에게 지급했다.

“이게 슬링이라는 것이다! 오늘부터 투창 훈련과 함께 투석 훈련도 한다!”

연이은 훈련으로 스마트 워커들은 투석 능력까지 갖췄지만, 슬링으로 자이언트 킬러비에게 유효한 타격을 넣을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돌멩이로 날개를 뚫을 수 있을까?’

자이언트 킬러비의 외골격을 부수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날개와 배에 구멍을 낼 정도의 무기면 충분한데, 그조차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지금 당장 사용 가능해야 하는데…….’

나무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걸 고민하다 보니, 갈고리 형태의 투창기가 떠올랐다.

“1미터 길이의 나무 막대 끝에 갈고리를 만들어 봐!”

투창기는 투창을 돕는 도구이며, 팔 길이를 연장하듯 원심력과 가속도를 더해 창을 멀리 날릴 수 있다.

사용법은 막대 갈고리를 창 아랫부분에 걸고 크게 휘둘러 창을 쏘아내면 된다.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보조 기구.

활이 없다면 최고의 원거리 무기가 아닐까 싶었다.

투창기를 도입하자, 창의 사거리가 세 배나 증가했다.

사거리가 늘어난 만큼, 위력도 늘었다.

‘약 70미터인가?’

이 정도면 접근한 녀석들이 물러나기 전에 날개와 배를 작살낼 수 있을 듯했다.

‘장창으로 거창 돌격, 슬링의 중거리 견제, 투창의 원거리 타격.’

스마트 워커 부대가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할지 고민할 때, 메가피르와 게르피아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둘 다 당했다고? 둥지 최강의 자이언트 솔져들이라고 하지 않았어?”

“네…. 그렇지만…. 킬러 퀸은 격이 달랐어요.”

“부산물이랑 동족의 사체는?”

“킬러 퀸 세 마리가 나타나서 챙기지 못했어요.”

“뭐? 놈들도 복수군체야?”

“아뇨… 놈들은 군체끼리 연합도 하는듯해요.”

페스트에게서 전투 양상을 들은 나는 스마트 워커만으로 말벌족 토벌을 하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자이언트 솔져를 날려 버리는 괴력이라니… 그 정도 무력이라면 밀집대형을 취해도 금세 박살 날 거야. 그렇다고 산개해 있으면 각개격파만 당할 거고… 진형을 유지할 방법이 없을까?’

창병은 상대와의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족 보행 개미라 발이 느렸다.

‘말이라도 있다면 빠르게 기동하며 치고 빠질 수 있을 텐데…….’

전쟁사를 통해 창기병의 위력을 알고 있던 나는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이 들어 말 대신 자이언트 워커에 스마트 워커를 태워봤다.

‘움직임도 안정적이고 안장만 달아주면 훈련도 필요 없겠어.’

자이언트 워커는 말보다 작지만, 숲에서의 기동까지 생각하면 말보다 훨씬 유용해보였다.

문제는 자이언트 워커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사냥 개미 출신 스마트 워커는 50마리가 넘는데, 자이언트 워커는 20마리뿐이야.’

둥지에는 자이언트 워커가 적지 않았다.

다만 다들 소속이 있어 내가 부하로 부릴 자이언트 워커가 없을 뿐.

‘그러고 보니 메가피르와 게르피아 소속이던 자이언트 워커들이 있었지… 그들에게 물어보자.’

무소속이 된 자이언트 워커들은 자이언트 솔져가 있는 부대에 지원했지, 워커인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빅 워커를 육성할 수밖에 없나?’

고민하던 내게 게르피아의 선물이 도착했다.

“난 게르피아 님의 부관 제르피아다. 게르피아 님께서 부대 지휘가 불가해진 경우 널 도우라고 하셨다.”

“게르피아 님의 부관 헤르피아다. 함께 온 이들은 게르피아 님 산하 예비대로 있던 자이언트 워커들이다!”

게르피아의 안배로 처음 보는 자이언트 솔져 두 마리와 60마리의 자이언트 워커가 날 찾아왔다.

“우린 게르피아 님의 숨겨진 발톱이자 과거의 잔재. 모두가 최정예로 구성돼 있다는 걸 알아 둬라!”

“어떠한 적도 우릴 막을 수 없다. 게르피아 님의 무패 전설을 만들어 낸 건 누구도 아닌 우리들이니까!”

태도가 영 아니었지만, 이들은 게르피아가 예비대로 부리던 개미들로 비장의 한 수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복수를 원해서 온 거냐?”

“아니, 우린 게르피아 님의 발톱! 지시에 따라 목숨을 태울 뿐이다!”

“이하동문!”

“그럼 내 명에 절대복종하겠다는 말이냐?”

“당연히, 어떠한 지시에도 따르겠다. 설령 그것이 말벌족을 위한 일이어도!”

“이하동문!”

태도와 달리 제르피아와 헤르피아는 충실했다.

그들의 합류로 나는 개미족 최초의 기병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 * *

메가피르와 게르피아가 말벌족 토벌에 실패하자, 서쪽과 남쪽에 저지선을 구축한 부대 일부가 동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영역을 침범해 온 말벌족을 막아낼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서쪽의 병력이 부족해지면서 밀려오는 고블린에게 저지선을 돌파당했다.

남쪽도 위태위태한 상황이라 영역의 반을 버리고 새로운 저지선을 구축했다.

“일리아나 님, 자이언트 킬러비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뭐? 벌써 그렇게 확장했다고!”

“놈들이 둥지 코앞까지 왔어요!”

“놈들이 번식력이 그 정도일 줄이야.”

멸망의 징조가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조급해하는 장로들과 달리 두 여왕은 태연했다.

그 이유에는 둥지 내부에서 생산되는 식량만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과 3차 진화를 통해 두 여왕의 산란량이 세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말벌족 세력이 너무 커졌어. 줄어든 병력부터 채워야 해.”

“닥쳐! 열심히 낳고 있으니까.”

포메온은 이대로 말벌족이 날뛰는 걸 볼 수 없다며, 여러 차례 간언했다.

“제가 메가피르와 게르피아의 복수를 하고 오겠습니다!”

“경비대가 빠져나가면, 둥지는 누가 지키느냐?”

케어의 물음에 포메온이 당당히 말했다.

“제르다코와 블러리가 있습니다! 일리아나도 있고요.”

“셋이서 모든 통로를 막아낼 수 없다!”

“그렇지만…….”

“장로는 최후의 보루! 너희들이 나설 때는… 그래, 포스가 깨어난 후야!”

페르 또한 케어의 말에 찬성했다.

“포메온, 조금만 기다려 봐. 슬슬 포스가 깨어날 것 같으니까.”

페르의 말에 장로들은 영역의 방어를 부대장급 솔져들에게 맡기고 때를 기다렸다.

* * *

자이언트의 기동력과 스마트 워커의 무기술이 더해지며 굉장한 부대가 탄생했다.

‘말 대신 개미니까. 기의병(騎蟻兵)인가?’

병종은 기의병이고, 부대 명칭은 기병대라 정했다.

부족한 스마트 워커를 좀 더 보충하여 기의병 80기를 채웠다.

제르피아와 헤르피아를 피어레스 양옆으로 포진시키니 부대 자체에서 강렬한 페로몬이 풍겨왔다.

‘강하다는 게 절로 느껴져.’

병력은 구성됐지만, 당장 써먹을 순 없었다.

다양한 기동 전법에 숙련될 때까지는 부대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개! 밀집! 포위! 투창 준비! 일제 투창! 자유 투창! 일점사! 기동 투창! 투석 견제! 거창! 쐐기형으로 돌격!”

둥지가 고블린과 말벌족 사이에서 고배를 마시는 동안, 나의 기병대는 차츰 완성되어 갔다.

“다크는 도대체 사냥 개미를 뭐로 아는 거야? 스마트 워커를 태우는 게 일이라니.”

“스마트 워커의 투창 공격 정도는 자이언트 킬러비의 외골격에 막힐 거다. 차라리 자이언트들이 단독으로 싸우는 게 나아.”

새롭게 합류한 자이언트들은 불만이 많았고, 스마트 워커들은 비굴했다.

“이대로 괜찮을까?”

“정말 우리가 싸울 수 있을까?”

자이언트와 스마트가 하나가 되기 위해선 실전 훈련이 필요해보였다.

‘슬슬 준비해야겠어.’

계절이 바뀌어 여름이 되자 실전 훈련에 나섰다.

“출진이다!”

페스트 워커 50마리로 구성된 정찰대와 기의병 80기.

보급과 잡일을 담당하는 빅 워커 20마리를 데려갔고, 나의 호위로는 나우피어와 세크리가 있었다.

“말벌족입니다!”

동쪽으로 조금 이동하자 정찰대에 의해 자이언트 킬러비들이 포착됐다.

“다크 님, 스마트 워커를 기습하려 해요!”

“알았어. 피어레스, 제르피아, 헤르피아! 모두 준비해!”

“네!”

“준비됐다!”

“이하동문!”

정찰대 덕분에 기습 공격을 알아챘다.

“온다… 다섯 마리! 투창 준비!”

기의병들이 투창기에 단창을 걸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녀석들을 향해 투창 명령을 내렸다.

“일제 투창!”

한 마리의 투창 공격은 빠른 비행능력과 단단한 외골격을 갖춘 자이언트 킬러비에게 그리 위협적이진 않으나, 80기가 한꺼번에 쏘아 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푹! 푹! 푹!

쏘아진 단창에 두들겨 맞던 자이언트 킬러비 다섯 마리는 날개가 꿰뚫려 추락했다.

“놈들이 떨어졌다. 거창 돌격!”

“거창 돌격!”

땅바닥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놈들을 향해 기의병들이 장창을 앞세워 돌진했다.

말벌족도 개미족과 마찬가지로 정면은 단단할지 몰라도 측면과 뒤가 잡히면 취약한 부분이 드러난다.

예를 들자면 외골격에 보호받지 못하는 배.

“배를 노려!”

기의병이 거창 돌격이 먹혔다.

푹! 푹! 푹! 푹! 푹!

“뒤로 빠지면서 다시 내질러! 배를 아작 내 버리는 거다!”

투창으로 떨어뜨리고, 돌격 찌르기로 마무리.

습격해 온 다섯 마리를 가볍게 처리해 낸 나는 기병대가 말벌족에게 충분히 먹힌다는 걸 확신했다.

“좋아, 승리다!”

그런데 기뻐하는 나와 달리 페로몬 함성이 없었다.

스마트 워커들은 나의 지시에 창을 던졌을 뿐이고, 자이언트들 또한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게 다였기 때문이다.

“자이언트급인 말벌족이 이렇게 쉽게 잡히다니…….”

“스마트 워커들이 이렇게 강했나?”

다들 어리둥절해 하는 동안 나는 둥지의 빅 워커들을 불러 부산물을 이송시킨 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 후로도 스마트 워커를 노린 습격이 몇 차례 있었지만, 놈들도 기의병의 무서움을 안 후로는 습격해 오지 않았다.

‘슬슬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깨달은 것 같군.’

잠깐의 실전 훈련, 그걸로 스마트 워커와 자이언트들이 하나가 됐고, 진정한 기병대의 탄생을 알렸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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