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30화 (29/189)

30화. 사냥터와 뽕나무

트라이는 약속을 지켰다.

“다크 님, 자이언트 워커 공사 개미들과 운반 개미들이 다크 님을 찾아왔어요.”

언더리페와 캐리가 각각 자이언트 워커를 25마리씩 보내왔다.

“잘 왔다. 왜 왔는지는 알고 있지?”

“네 부대에 합류하여 말벌족을 사냥하라고 명 받았다.”

“캐리 님이 보내서 왔다. 한동안 널 돕겠다.”

말벌족 사냥의 공로로 추가된 스무 마리를 더해 70마리의 자이언트 워커가 충원됐다.

부족한 스마트 워커의 충원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평생 사냥 개미로 살아왔어요. 이대로 사냥 개미를 은퇴하면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스마트 워커가 되면서 공사 부대에서 잘렸어요. 정찰병으로 쓰셔도 좋으니. 제발 절 받아 주세요.”

“시녀 선발에서 탈락했어요. 갈 곳이 없어요.”

나와 기의병에 관한 소식이 퍼지며 스마트 워커들이 제 발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신병 70기인가?’

80기였던 기병이 150기로 늘었다.

신병이 더해지며 전법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졌고, 무장 또한 부족해졌다.

“세크리, 워커들을 모아 무기를 만들어 줘.”

“다크 님, 제작은 엔지가 저보다 나은데, 맡겨도 될까요?”

“그렇게 해.”

무기의 생산은 손재주가 좋은 스마트 워커 엔지에게 맡겼고, 나우피어에겐 양질의 목재를 벌목해 오게 했다.

“다크 님, 블러리 님이 출전하면서 해체 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요. 제게 지원 요청이 왔는데….”

“알았어, 네트리 님에게 말해 둘 테니, 스몰 워커들이 태어나는 대로 받아서 써.”

“네!”

영역 방어전이 시작되자 모든 부서가 인력난을 호소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었다.

‘이대로 겨울까지 버틸 수밖에 없어!’

기병 150기의 무장이 갖춰지는 대로 출진한 나는 쓸 만한 지형이 없나 둘러봤다.

“뭘 찾으시나요?”

세크리의 물음에 친절히 답해 줬다.

“개미족은 전투 시에 신경이 가속돼.”

절전 모드와 반대되는 가속 모드.

“솔져들은 전투 페로몬까지 더해지면 더 빨라지고, 가속된 만큼 뇌가 가열된단 말이지… 수명도 활활 타들어 가는 것 같고.”

“그렇죠.”

그래서 사냥은 짧게 끝내고, 부산물을 정리하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거기다 일정 시간을 활동하면 그로기 상태에 접어들어서 둥지로 복귀해 휴식을 취해야 하지.”

세크리는 당연한 말을 왜 하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효율이 떨어져.”

“효율이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말벌족을 줄여야 하니, 엘리트 직장인의 마인드로 최대한 효율적인 사냥 계획을 짜왔다.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야 해.”

세크리가 의문 가득한 시선으로 날 바라볼 때, 페스트가 날아와 보고했다.

“다크 님, 찾았습니다!”

“그래?”

페스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나무가 적은 풀밭이었다.

“어떤가요?”

“수원도 느껴지고, 좋아. 조금만 정리하면 되겠어.”

나는 스마트 워커들에게 삽을 들게 했다.

스마트 150마리, 자이언트 150마리, 빅 워커 100마리.

합계 400마리가 공사에 투입되니 지형이 빠르게 변해 갔다.

“나무를 파내! 아래로는 쉴 수 있는 기지를 만들고, 밖으로는 사냥하기 좋은 평지를 만들어!”

400마리나 되니 자이언트 킬러비의 습격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자이언트 킬러비 열 마리가 습격해 옵니다!”

자이언트 솔져들과 워커들이 나서서 격퇴하긴 했지만, 예상치 못한 습격이었던 터라 피해가 컸다.

“다크 님, 빅 워커 열 마리가 당했어요.”

“내 실수야. 설마 400마리나 되는 적에게 달려들진 몰랐어.”

더는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피어레스, 제르피아, 헤르피아를 불렀다.

“지금부터 너희는 각각 50기의 기의병을 지휘한다! 피어레스는 이곳을 지키고, 제르피아와 헤르피아는 공사에 전념해 줘!”

“네!”

연못이 딸린 지하 기지가 완성될수록 지하에서 파낸 흙으로 지상은 엉망이 되어갔다.

‘평지 작업은 나중에 하더라도 뽑아낸 나무들부터 처리해야겠어.’

나무는 톱밥과 장작으로 쓸 수 있는 귀중한 자원.

함부로 버릴 수 없었다.

“제르피아, 나우피어에게 벌목 부대를 데려오라고 해!”

“네!”

제르피아가 둥지에서 나우피어와 벌목 부대를 데려왔다.

“다크 님, 이 나무들을 정리하면 될까요?”

“운반하기 좋게 잘라 줘.”

벌목 개미들이 나무를 자르면 빅 워커들이 둥지로 옮기기 시작했다.

“제르피아와 헤르피아, 둥지를 오가는 길목을 지켜 줘.”

“알겠습니다!”

목재가 정리된 후, 두 부대는 평지 작업에 투입됐다.

“또 온다! 다섯 마리야!”

출출할 때마다 도시락이 배달됐다.

“피어레스!”

“네!”

기의병 50기가 신속히 나섰다.

기의병이 장창으로 적을 견제하는 동안 공사 중인 개미들의 대피가 이루어졌다.

“대피 완료했다. 십인대 세 개는 뒤로 빠져서 투창 준비! 앞 열이 빠지면 일제 투창한다!”

습격자를 격추하여 식량을 확보했다.

“식사 시간이다!”

“와아아!”

제대로 된 사냥 실적이 나오지 않자, 일리아나가 하녀 개미를 보내왔다.

“일리아나 님이 말벌족 사냥을 시작하시라고…….”

“일리아나 님께 전해. 사냥은 사냥터가 만들어진 후라고!”

“네…….”

힘없이 돌아간 하녀 개미가 공사 개미 200마리를 데리고 다시 왔다.

“저… 다크 님, 일리아나 님이 그럼 공사라도 빨리 끝내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대형 공사이다 보니 인력 부족을 겪고 있었기에 솔직한 감사를 전했다.

“그럼 말씀대로 따라야지!”

추가 인력 덕에 연못 딸린 지하 기지와 평지 사냥터가 빠르게 완성됐다.

“자! 공사 개미들이 돌아가면 바로 사냥 시작이다!”

가져온 설탕수 항아리를 밖에 두어 자이언트 킬러비를 유인했고, 놈들이 오면 피어레스, 제르피아, 헤르피아를 번갈아 출격시켰다.

“무력화시켜!”

기의병이 투창으로 자이언트 킬러비의 날개를 꿰뚫고, 다리를 부러뜨려 두면 동료들이 구조를 위해 몰려왔다.

“또 온다!”

동료들마저 무력화되면 타 군체의 자이언트 킬러비가 죽어가는 녀석들을 식량 삼기 위해 내려앉았다.

“어딜!”

그놈들도 같은 신세가 되어 동료를 불렀다.

“열 마리, 습격 준비합니다!”

“다섯 마리, 습격 옵니다!”

“열다섯 마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때려잡고, 때려잡고, 또 때려잡고…….

3교대로 사냥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이 수일간 이어지자 하늘이 깨끗해졌다.

“이제 안 오네…….”

사냥터 하나로 일대가 안전해졌다.

예상 이상의 성과였다.

‘동쪽 숲 일부를 되찾았어!’

기의병이 돌아다니며 영역 페로몬을 뿌려 두자, 둥지에서 빅 워커들이 나와 자이언트 킬러비 사체를 회수했고, 주변 일대에서 채집 활동을 시작했다.

개미는 숲의 청소부.

그동안 치우지 못한 열매와 사체들이 숲에 널려 있어 둥지로 가져갈 게 넘쳤다.

“열매야! 저기 동물 사체들도 있어! 빨리 움직여!”

“저쪽에도 있어! 이건 메디 님이 영양으로 바꿔 주시는 약초야!”

“나뭇가지도 주워가! 톱밥 생산처에서 영양으로 바꿔 줘!”

“저기 돌 아래 벌레들도 잡아가자!”

개미들은 들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평화에 불과했다.

‘어떻게든 킬러 퀸을 토벌해야 한단 말이지.’

매우 강한 놈들이 서로 연계까지 할 수 있으니, 정면 승부로는 위험 부담이 컸다.

‘기의병을 더 늘려서 물량으로 밀어붙여야 하나?’

나는 말벌족 둥지를 어떻게 공략할까 고심하며 숲을 둘러봤다.

그러던 중 땅에 떨어진 보라색 열매를 발견했다.

‘저건… 오디인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내가 알던 뽕나무 열매보다 세 배는 컸다.

‘나무가 커. 이건 지구에서 보던 뽕나무는 아니야.’

떨어진 잎들을 관찰해 보니 뽕나무 잎이 맞았다.

‘거대 뽕나무다!’

뽕나무는 탄성이 좋아 목재로도 나쁘지 않다.

열매도 얻을 수 있을뿐더러, 속껍질, 뿌리껍질 등은 약제로도 쓰인다.

또 단백질이 풍부한 잎은 식용으로도 좋고, 차를 만들어 마셔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지하 5층에 심을 만한 나무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발견한 뽕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다만, 뽕나무가 버릴 곳 없는 나무임은 맞지만, 이곳에는 그 이상으로 유용한 나무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숲 인근에 널려 있는 도토리나무.

개미족이 오크 나무라 부르는 그 나무는 성장 속도가 미친 듯이 빨랐고, 여름이 되면 끈적한 수액이 흘러나왔다.

수액은 갑각충들의 주식이라 잘못 건드렸다간 놈들에게 쥐어 터질 수 있어 개미족은 땅에 떨어진 도토리만 주웠다.

‘남쪽 숲에는 코코넛도 있었어.’

야자수 또한 유용한 나무인데…….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지하 5층에는 뽕나무를 재배하기로 정했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오크 나무는 어디든 있지만, 뽕나무는 희소하다.

상업적 마인드로 봤을 때, 희소한 것에는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두 번째, 뽕나무 잎 사이로 애벌레가 보였기 때문이다.

‘누에네.’

결국 개미족에게 제일 우선되는 자원은 식량이다.

사람 주먹만 한 누에의 영양 정보는 중급.

거대 굼벵이와 동급의 영양을 품고 있으니, 뽕나무를 재배할 이유로는 충분했다.

“거기 빅 워커.”

“네?”

둥지를 오가는 개미에게 나우피어를 불러오라고 했다.

나우피어가 오는 동안 세크리를 데리고 다니며 유용한 식물이 없나 찾아봤다.

“다크 님! 저 왔습니다!”

“그래, 나우피어는 저기 나뭇가지 좀 잘라 줘.”

나우피어가 나무 위에서 가지를 잘라 떨어뜨리면, 빅 워커들을 시켜 둥지 지하 5층에 가져다 두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병력을 그대로 두고 세크리만 데리고 둥지로 돌아왔다.

둥지 지하 5층에 미니 워커들과 스마트 워커들을 불러 모아 삽목에 대해 가르쳤다.

“사탕수수처럼 가지를 일정 간격으로 심으면 되는 거죠?”

“맞아. 나무가 자랐을 때를 상정해서 간격을 넓게 심어 줘.”

삽목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걸 확인한 나는 미니 워커들에게 물을 주게 한 후 둥지를 둘러봤다.

둥지 내부는 활기로 넘쳤다.

대량의 고블린 영양과 말벌족 영양이 들어오고 있어 일자리와 영양이 넘쳤고, 신입 스몰 워커가 충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가는 스몰 워커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가 종종 들려왔다.

“다크 님이 말벌족을 학살하고 있대!”

내가 아니라 내 부대가…….

“어제는 혼자서 백 마리도 잡았다고 해.”

나 혼자가 아니라 내 부대가…….

“다크 님이 말벌족 군체 스무 개를 박살 냈다고 해!”

400마리를 넘게 잡았으니 대략 스무 개 정도의 군체에 타격을 준 건 맞지만, 말벌족 둥지 근처로는 가 보지도 못했다.

‘정보가 왜곡되고 있군.’

스몰 워커들 사이에 흐르는 소문은 믿을 게 못 됐지만, 왜 그런 소문이 발생했는지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고블린 쪽은 잘 막고 있겠지?’

나는 퇴로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일리아나를 찾아가 봤다.

산란방에 들어서니 지쳐 보이는 케어와 페르가 날 환대해 줬다.

“고생했다. 다크! 네 사냥 소식은 매일 듣고 있단다.”

“동쪽 영역 일부를 되찾은 다크잖아. 자이언트 킬러비 영양이 인기던데. 난 그래도 신선한 정기가 좋아.”

최근 둘은 무리한 산란으로 피곤한 상태라 했다.

“300개를 한 번에 낳은 건 태어나 처음이야. 한동안 쉬어야겠어.”

“다크여, 오늘은 나도 좀 쉬어야겠구나. 필요한 게 있으면 다음에 오렴.”

“그럼 전 일리아나랑 이야기 좀 하다 갈게요.”

“적당히 이야기하고 빨리 가. 네가 전선에서 빠지면 불안하잖아!”

병력을 남겨 뒀기 때문에 별 문제없는데, 페르는 날 과대평가 했다,

두 여왕과 페로몬 인사를 주고받은 나는 일리아나를 찾았다.

“서쪽은 어떤가요?”

일리아나가 흥분 가득한 페로몬으로 서쪽 전선에 관해 이야기해 줬다.

“블러리가 혼자서 적진을 들쑤시는 동안, 언더리페가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어. 그리고 광범위하게 함정을 설치했지.”

함정은 땅을 1미터쯤 파 놓고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덮어 둔 것에 불과하여 고블린이 걸려들어도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고 한다.

“조잡한 함정이라 걸리는 고블린도 몇 없었다고 해.”

고블린에게도 함정을 피해갈 정도의 머리는 있으니…….

“유인 섬멸인가요?”

“맞아! 너랑 같은 방식으로 사냥터를 만든 후 일대의 고블린을 사냥하고 있어.”

내가 평지를 만드는 동안, 트라이는 분지 네 곳을 매복처로 만들었고, 분지 안으로 고블린 부대를 유도하여 솔져의 100인대 부대와 공사 개미들로 포위 섬멸했다고 한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야.’

서쪽 전선이 안정된 듯하여 안심한 나는 동쪽 전선에 복귀한 뒤 장소를 바꿔 가며 사냥터를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이전에 한 대로 일대의 자이언트 킬러비를 학살하며 킬러 퀸을 상대할 무기를 개발했다.

‘좋아. 이거라면 킬러 퀸 할아버지가 와도 못 버텨!’

말벌족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 버려야겠어.’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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