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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자원 개미군단-32화 (31/189)

32화. 둥지의 저력 (1)

클라우드 왕국 변경 지역인 남부 대산림의 아카시아 숲.

아카시아 숲에는 거대 꿀벌 몬스터인 꿀벌족이 산다.

꿀벌족은 일벌 계급인 자이언트 허니비와 여왕인 허니 퀸으로 구성된다.

허니 퀸은 워커 퀸과 흡사한 외모의 인간형 몬스터였고, 자이언트 허니비는 빅 워커만한 꿀벌이었다.

꿀벌족 군체는 허니 퀸 한 마리와 자이언트 허니비 스무 마리로 구성된다.

군체의 자이언트 허니비가 스무 마리를 넘어서면, 신 여왕을 만든 기존 여왕이 15마리의 자이언트 허니비를 이끌고 분가했다.

자이언트 허니비는 주변 일대를 화원으로 가꾸며 꿀벌의 천적을 퇴치한 후 직접 꿀을 생산하거나 양봉을 통해 꿀을 얻었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들은 갑각충처럼 온순했지만, 갑각충만큼 강하진 못했다.

나약한 그들의 꿀을 노리는 몬스터는 너무도 많았다.

꿀벌족은 살아남기 위해 말벌족과 개미족의 영역에서 공생이란 이름의 착취를 받아들인 불쌍한 종족이었다.

그래도 개미족과 말벌족이 영역을 다투며 개체 수가 적절히 조종되는 덕에 꿀벌족의 생산량만으로 공생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의 기점으로 개미족 세력이 밀려나며 말벌족의 숫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늘어난 말벌족은 필요한 단백질 자원을 충원하기 위해 일대의 개미족 둥지를 습격했다.

“죽여라! 남김없이 죽여 고기 뭉치로 만들자!”

개미족 군체가 하나둘 멸망하자 아카시아 숲은 말벌족의 독무대가 됐다.

천적이 없는 말벌족은 동족끼리 영역 전쟁을 일삼았고, 지금에 이르러선 구역 별로 연합체를 형성한 후 꿀벌족을 노예로 삼아 혹독한 착취 체계를 갖추게 됐다.

노예가 된 허니 퀸은 도망가지 못하게 날개와 다리를 뜯겼고, 자이언트 허니비들은 자이언트 킬러비의 지배 아래 꿀을 생산해야 했다.

생산량이 떨어질 때마다 말벌족은 허니 퀸을 괴롭히거나 애벌레를 육단으로 만들어 먹으며 자이언트 허니비들을 독촉했다.

그리고 산란에 기여할 수 있는 신 여왕을 만들도록 압박했다.

그렇게 꿀벌족에게 패악질을 일삼으며 인근 말벌족 연합체와 전쟁을 벌이던 킬러 퀸 키에라.

키에라는 나름 강성한 연합체의 수장이었지만, 그녀의 연합체가 너무 강성한 탓에 고립되고 말았다.

“젠장, 다른 놈들이 연합을 했어! 다 같이 날 죽이고 영역을 나누겠다니!”

“키에라, 시간이 없어! 빨리 피해야 해!”

궁지에 몰린 키에라는 연합체의 킬러 퀸들을 데리고 아카시아 숲을 벗어나야 했다.

긴급히 탈출하느라 허니 퀸 노예를 챙겨 올 수 없었지만, 그들은 일대의 풍부한 과일과 만만한 개미족을 상대해 가며 번성했다.

키에라는 힘을 키워 가며 아카시아 숲으로의 복귀를 꿈꿨는데, 언젠가부터 말단 군체에서 지원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병력이 몰살당해? 흠… 슬슬 동족 약탈이 일어날 때긴 하지.’

개미족에게 당했다곤 생각지 못한 키에라는 연합체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지역 단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갑각충 놈들이라도 건드렸나? 설마… 갑각왕 녀석은 아니겠지?’

상당한 피해를 입고서야 적의 존재를 알게 됐다.

“뭐? 개미족이라고? 울트라 부대라도 있는 거야?”

“키에라, 울트라 정도가 아니야! 빨리 도망가야 해!”

“무슨 소리야? 진정해 봐.”

“됐어. 난 아카시아 숲에 돌아가야겠어. 여긴 너무 위험해!”

눈살을 찌푸린 키에라가 창을 휘둘러 소식을 가져와 준 킬러 퀸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퍽!

“개미족 따위에게 털리고 하는 말이 뭐? 아카시아 숲으로 돌아가? 그게 우리 맘대로 되는 거였으면 일찍이 돌아갔어!”

한참이나 씩씩대던 키에라는 부하 격인 킬러 퀸 다섯 마리를 불렀다.

“키에라, 불렀어?”

“무슨 일이야?”

“요즘 개미족이 설치는 것 같아. 놈들 때문에 아카시아 숲 진출이 늦어졌어.”

“그래?”

키에라는 정찰대를 풀어 개미족 부대의 소재를 파악한 후, 킬러 퀸 다섯 마리와 100마리 규모의 병력을 이끌고 갔다.

말벌족 둥지 공략을 준비 중인 다크의 기의병을 목격한 그녀는 동료들을 돌격시켰지만, 동료들은 갑자기 피어오른 연기에 휩싸여 보이지 않았다.

“불이라도 났나? 근데, 왜 안 돌아오지? 저기서 싸울 생각인가? 위험할 텐데.”

연기가 사라지고 참혹한 현장을 본 키에라는 큰 충격에 빠졌다.

‘다 죽었잖아!’

그 후, 키에라는 기의병 부대를 몰래 따라다니며 그들의 사냥을 지켜봤고,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됐다.

‘놈들이 연기를 피워 내는 거였어. 설마 독을 사용할 줄이야. 거기다 스마트 워커와 자이언트 워커의 조합이라니! 개미족 군체 수십 개를 토벌했지만, 이런 놈들은 처음이야!’

연막이 피워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걸 직감한 키에라는 동료들에게 개미족 군체와 절대 싸우지 말 것을 명했고, 남은 킬러 퀸들을 끌어모았다.

충분한 전력이 모였음에도 키에라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고작 2차 진화종들에게 내가 두려움을 느끼다니.’

수많은 개미족을 토벌하고, 말벌족 간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키에라는 촉이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부담스러운 놈들 대신 여왕을 쳐야겠다. 그럼 알아서 자멸하겠지.’

결정을 내린 키에라는 킬러 퀸 서른 마리와 자이언트 킬러비 600마리를 이끌고 개미족 본진에 도착했다.

“출입구를 진압해!”

개미족이 필사적으로 나와 대응했지만, 주력이 빅 워커라 자이언트 킬러비의 상대가 아니었고, 소수의 자이언트 솔져와 워커들은 두세 마리의 자이언트 킬러비가 달라붙어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떨어뜨려라!”

공중에 띄워진 자이언트 솔져와 워커는 동료 개미의 위로 떨어졌다.

퍽!

깔린 개미도, 추락한 개미도 살아남지 못했다.

“키에라 님, 출입구 다섯 개가 진압됐습니다.”

“좋아!”

키에라가 부대를 여섯 개로 나눴다.

“나는 여길 지킬 테니, 너희들은 둥지를 쓸어버려라!”

출입구를 지킬 하나의 부대만 남기고 다섯 부대가 개미족의 둥지로 들어갔다.

개미족 둥지로 진입한 말벌족은 날개란 이점을 잃어 약화하는 반면, 개미족은 페로몬 능력과 더듬이 감각이 강화된다.

불리한 지형이어도 킬러 퀸들이 앞장서서 개미들을 학살하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갈림길이다! 나는 여기로 갈게, 너희는 저쪽으로 가!”

미로와 같은 개미굴.

말벌족은 개미족의 페로몬을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어 시간을 들이면 길을 찾아낼 수도 있지만, 그냥 부대를 쪼개서 쳐들어갔다.

순식간에 말벌족 부대가 통로를 휩쓸었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으면 후속 부대를 위해 페로몬 표식을 남겼다.

“개미족은 모두 몰살이다!”

“말벌족이다! 막아라!”

여러 줄기로 뻗어 나간 말벌족과 개미족이 붙으며 수십의 격전지가 형성됐다.

* * *

킬러 퀸 한 마리와 자이언트 킬러비 스무 마리가 버섯 농장을 습격했다.

전투력이 없다시피 한 미니 워커들이 학살당하고, 페어리 워커들은 도주했다.

“저 날파리 녀석들도 개미족이야! 쫓아!”

“흐익!”

페어리 워커들은 전투가 가능한 부대장급 개미를 찾았고, 톱밥 생산처의 블레이드 솔져 나우피어를 발견했다.

“나우피어 님! 도와 주세요! 말벌족이에요!”

지하로 대피하려던 나우피어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자 당황했다.

‘어떻게 하지?!’

겁이 많아 사냥과는 담을 쌓아 온 나우피어.

그동안 해 온 거라곤 벌목, 파목, 해체 정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맞설 수 있는 건 솔져인 자신뿐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다.

“말벌족이다! 해체해 버리자!”

스무 마리의 시절 워커가 돌진했지만, 선봉으로 선 킬러 퀸에게 학살당했다.

퍽! 퍽! 퍽!

일격 필살.

좁은 통로라 창을 휘두르기 힘든데도 찌르기만으로 모두를 죽인 킬러 퀸.

그 위용에 놀란 나우피어는 본능적으로 신경을 최대치로 가속하여 도주로를 물색했다.

‘큰일이야! 뒤편에서도 놈들의 기척이 느껴져!’

페어리 워커들이 나우피어에게 신체 강화 가루를 마구 뿌려주곤 있지만, 그에겐 싸울 용기가 없었다.

“저 녀석… 설마 떨고 있나?”

전신이 칼날로 이루어진 나우피어를 경계하던 자이언트 킬러비들이 그가 겁먹은 걸 알고는 비웃기 시작했다.

“생긴 것과 달리 풋내기군. 빨리 처리하고 가자!”

킬러 퀸이 나서서 창을 찔렀지만, 나우피어가 옆으로 점프하여 피했다.

“호… 꽤 빠르잖아! 이건 어떠냐?”

쏟아지는 연속 찌르기도 피해 낸 나우피어는 자신의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좋아! 이대로 버티면 포메온 님이 구하러 와 주실 거야!’

둥지의 저력을 믿기로 한 나우피어는 생각을 지우고서 회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피해 내다니!”

“저희도 가세하겠습니다!”

자이언트 킬러비들이 달려들었다.

“히익!”

하지만 나우피어는 탱탱볼처럼 몸을 튕기며 벽과 천장을 재빠르게 오가며 모든 공격을 피해 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우피어를 상대하는 말벌족들은 의아해했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속도 중심의 살상 특화 최강종인 블레이드 솔져, 거기에 둥지 안이라는 이점으로 인해 나우피어의 더듬이 감각은 최고조였고, 페어리 워커들의 신체 강화 버프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우피어는 솔져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의 기계처럼 나무를 베고 부수어 왔고, 무수히 많은 사체를 해체해 왔다.

말 그대로 무한한 노동으로 다져진 그의 신체는 일반적인 블레이드 솔져를 넘어선 흉기 그 자체.

누구도 알지 못한 그의 잠재력이 위기 속에서 폭발했다.

촤아악!

고속으로 움직이던 그가 킬러 퀸의 뒤를 잡았다.

그러고는 평소대로 킬러 퀸과 자이언트 킬러비들을 해체해 버렸다.

“와!”

너무도 매끄러운 흐름에 페어리 워커들이 탄성을 터트렸고, 단말마가 터졌다.

“컥!”

킬러 퀸을 포함한 다수의 말벌족은 온몸이 조각난 채 쓰러졌다.

자이언트 킬러비들이 상황을 인지하기까지.

나우피어가 상황을 인지하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저 녀석, 죽여!”

나우피어의 뒤쪽 통로에서 다가온 킬러 퀸 두 마리가 죽은 킬러 퀸을 보더니 자이언트 킬러비들을 돌격시켰다.

“으악, 온다! 나우피어 님! 조심하세요!”

페어리 워커들은 두려움에 떨며 천장 구석에 바짝 붙었고, 나우피어는 피할 곳 없는 통로에서 탱탱볼을 튕기듯 고속의 움직임으로 자이언트 킬러비들을 휩쓸었다.

촤아악!

내심 당황 가득한 나우피어는 장내의 말벌족과 페어리 워커들이 놀람을 금치 못할 신위를 펼쳐 보였다.

* * *

포메온은 적습 경보에 이어 경비대가 돌파당하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뭐야? 말벌족이 이렇게 강했어?”

침입해온 킬러 퀸만 스물다섯 마리라는 걸 알게 된 포메온은 지하 1층의 병력만으로 놈들을 저지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젠장, 이대론 막을 수 없어. 지하 3층 중앙 통로를 결전지로 삼는다! 자이언트들과 빅 워커들을 모두 모아!”

“그럼 도주가 늦은 미니 워커들은…….”

“어쩔 수 없어. 움직여!”

지하 4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80% 확률로 거치게 되는 중앙 통로.

포메온은 그곳에 개미들을 끌어모아 최후의 방어전을 치를 생각이었다.

“캐리는 안 오고 뭐 하는 거야? 한 명의 장로도 귀한 상황에!”

“캐리는 유충방에 보냈는데. 불만 있어?”

포메온의 짜증에 답한 건 산란방에서 있어야 할 페르였다.

“아니 페르 님! 왜 여기에! 빨리 산란방으로…….”

“됐어. 메가피르와 게르피아가 고전한 상대가 떼거리로 왔다는데, 너라고 버틸 수 있겠어?”

“페르 님, 그건 밖이었기 때문이고, 둥지 안이라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안전한 곳으로…….”

페르가 당황한 포메온을 빤히 응시했다.

“야, 거짓말하지 마. 지금 쓰레기 같은 오합지졸 개미들로 어떻게 막을지 막막해하고 있구먼.”

“아니… 그렇게까지는…….”

“됐어, 나도 아니까. 이번만큼은 도와줄게.”

페르가 참전을 선언하며 포메온의 등에 올라타자, 경비대 개미들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아니, 페르 님. 정말 같이 싸우시려는 건가요?”

“뭐야? 왜 다들 날 약골 취급하는 거지?”

페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포메온은 어이가 없었다.

“그걸 정말 몰라서 그러시는 건가요?”

“알면 내가 왜 묻겠니?”

한편, 3층 중앙 통로에서 최후의 저지선이 만들어질 때, 2층의 가죽 공방, 인간 숙소, 치료실 등에도 말벌족이 들이닥쳤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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