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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자원 개미군단-34화 (33/189)

34화. 둥지의 저력 (3)

지하 3층 중앙 통로를 거치지 않은 킬러 퀸 여덟 마리와 자이언트 킬러비 160마리가 산란방에 도착하여 친위대와 대치했다.

“모두 모이면 돌격해서 처리한다.”

전력이 되지 못하는 시녀와 하녀 개미들은 케어와 함께 뒤로 물러났고, 친위대의 자이언트 솔져 열 마리와 주변에서 끌어모은 자이언트 워커 40마리가 앞으로 나섰다.

제르다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40마리의 워커들은 사냥 경험이 없다. 거기다 킬러 퀸들은 보통내기가 아니야. 친위대의 솔져들도 일대일은 벅차겠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케어는 차갑게 가라앉은 금색 눈동자로 적진을 살펴보더니 일리아나를 불렀다.

“일리아나, 네가 나서 줘야겠구나.”

“제가 뭘 하면 되죠?”

개미족의 장로 중에는 간혹 여왕처럼 고유 능력을 각성하는 존재가 있었다.

“네 힘을 써다오. 킬러 퀸 두 마리만 무력화시켜 준다면, 나의 능력으로 놈들과의 균형을 맞춰서 버텨 보겠다.”

케어의 말에 일리아나가 한쪽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알겠습니다.”

일리아나의 측근 시녀들이 슬퍼하며 킬러 퀸 전용 말벌창 네 자루를 건넸다.

“일리아나 님… 요청하신 물건입니다.”

일리아나는 말벌창을 받아 들고 측근 시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슬퍼하지 않아도 돼. 금방 갔다 올 거니까.”

“네…….”

“그럼 갔다 올게.”

“무운을…….”

일리아나가 네 자루의 말벌창을 바닥에 질질 끌며 힘겹게 전진하자 말벌족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뭐냐? 싸우고 싶다면 하나라도 제대로 들 수 있어야지!”

“하하하! 그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냐?”

아무런 견제도 없이 말벌족 진영에 도착한 일리아나가 선두의 킬러 퀸들을 향해 말했다.

“난 1장로 겸 시녀장인 일리아나다.”

“관심 없다.”

킬러 퀸 한 마리가 일리아나의 머리를 향해 창을 내려쳤다.

떨어지는 창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리아나.

케어와 제르다코를 제외한 장내의 모두가 일리아나의 허무한 죽음을 예상했다.

그도 당연한 게 일리아나의 앞발 네 개는 육중한 말벌창을 쥐고 있느라 들어 올릴 수도 없는 상황.

다만, 그들은 몰랐다.

일리아나가 각성 개미라는 것을…….

“군체 연결! 집중의 시간!”

능력을 발동한 일리아나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더니, 창격 범위에 들어와 있던 킬러 퀸들과 자이언트 킬러비들이 폭음과 함께 튕겨 나갔다.

쾅!

일리아나를 내려치던 킬러 퀸은 방심하던 차에 기습을 당하여 정신을 잃었고, 나머지 일곱 마리는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막았으나 힘에 밀려 튕겨 난 상황이었다.

정신을 잃은 녀석을 포함해 일곱 마리는 멀찍이 날아갔지만, 한 마리는 단단한 바닥에 고랑을 만들며 버텼다.

“이게 무슨!”

엄청난 충격을 버티느라 창이 부러진 킬러 퀸이 당황했고, 순간 일리아나의 모습이 흔들리더니 당황하는 킬러 퀸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네놈만은 나와 함께 간다!”

“잠… 잠깐만!”

지상에 착지한 킬러 퀸들은 일리아나가 네 자루의 창을 휘두르며 킬러 퀸 하나를 박살 내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건 개미족 중에서도 소수만이 쓰는 고유 능력이야!”

“도대체 무슨 능력이지?”

“당황하지 마. 놈의 몸이 붕괴하기 시작했어. 자폭기다.”

일리아나가 날뛰며 말벌족 진형이 무너지자, 케어가 감정 능력을 극한으로 발휘하여 각 개미들에게 이기기 위한 전략을 전했다.

“자이언트 워커들은 지정한 장소까지 돌격하여 사수하라! 더 나가지 말고, 지키기만 해!”

대치하던 개미족과 말벌족이 충돌했다.

그리고 완전히 탈진한 일리아나는 개미족이 말벌족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며 주저앉았다.

털썩.

“케어 님… 한 마리는 기절시켰고, 한 마리는 확실히 처리했습니다. 이 정도면… 승리할 수 있을까요?”

[수고했다. 네 덕에 균형을 맞췄다.]

케어의 염화를 들은 일리아나는 웃음기를 머금고서 의식을 잃었다.

격전지 속에 침투한 시녀 개미 두 마리가 만신창이인 일리아나를 후방으로 끌었다.

“일리아나 님, 정신 차리세요.”

일리아나는 전신 외골격이 깨진 상태였다.

게다가 근육이 하나둘 끊어지더니, 후방에 도착했을 때는 다리 여섯 개가 모두 떨어져 나갔다.

잠시 후, 무너진 말벌족 진영이 안정되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을 무렵, 개미족은 케어의 지시대로 진형을 이루고 있었다.

“자리를 지켜라! 방어에 집중해라! 앞의 적에게만 집중하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본 여왕은 이미 전투의 결말을 보았노라!!”

“와아!”

케어의 말대로 두 진영이 비등한 모습을 보이자, 밀집 대형을 깨기 위해 킬러 퀸들이 움직였다.

“친위대! 내가 지정해 준 킬러 퀸을 상대하라! 주의사항을 잊으면 안 된다!”

킬러 퀸 다섯 마리가 친위대 열 마리에게 막혔고, 한 마리는 제르다코에게 발목을 붙잡혔다.

제르다코와 일기토를 벌이던 킬러 퀸이 맹공을 퍼부으며 물었다.

“방금 녀석은 뭐냐?”

제르다코는 킬러 퀸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 내며 답했다.

“일리아나를 말하는 거냐?”

“그래. 한순간이라지만, 그건 너희 개미족의 힘을 초월한 것이었다.”

“한 가지만 말해 주마. 넌 지금 날 상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 군체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지.”

“그게 어쨌다는 거지?”

“군체원의 힘 일부를 빌려 오는 능력. 그게 일리아나의 능력이지.”

“우릴 한 방 먹인 게 집중된 군체의 힘이란 말이군.”

궁금증을 해결한 킬러 퀸이 맹공을 멈췄다.

“날 상대로 이만큼 버틴 녀석은 오랜만이군. 장난은 여기까지다.”

거리를 벌린 킬러 퀸이 자세를 낮추며 창을 고쳐 잡자,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네놈들에게도 능력 차가 있듯이… 난 다른 녀석들과 급이 다르다.”

“알고 있다.”

“상대가 나빴다고 생각해라.”

말을 마친 킬러 퀸이 일격 필살의 찌르기를 시전하자, 공기가 찢기며 비명을 토했다.

스쾅!

바위도 손쉽게 꿰뚫는 일격이 제르다코의 외골격에 닿았으나, 뚫어 내지 못했다.

그 반동으로 킬러 퀸의 손바닥이 찢어지며 창을 놓치고 말았다.

“큭!”

고통스러워하는 킬러 퀸을 향해 돌격한 제르다코가 턱으로 한쪽 팔을 뜯어낸 후 말했다.

“네놈의 살상력을 경계한 케어 님이 날 여기로 보냈다. 그리고 능력 사용까지 허락하셨지.”

“큭, 네놈도 각성 개미였나?”

그 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제르다코가 킬러 퀸의 허리를 분질러 버리며 승부가 났다.

“갑각충조차 뚫어 낼 수 있는… 내 찌르기를… 대체 무슨 능력이냐?”

죽어가는 킬러 퀸의 의문에 제르다코가 답해 줬다.

“말하지 않았나? 네놈의 상대는 군체라고.”

“쿨럭쿨럭!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군체 연결, 철벽의 시간. 찰나의 순간이긴 하나, 받은 충격을 군체원들과 나누는 능력이다.”

킬러 퀸이 실소를 흘렸다.

“그렇군… 내 창은 네놈의 군체를 꿰뚫지 못한 거였어…….”

의문을 해소한 킬러 퀸이 숨을 거뒀다.

적장의 죽음에 말벌족의 공세가 약해졌고, 개미족의 기세가 강해졌지만, 단순히 기합만으로 전력 차는 메워지지 않았다.

말벌족은 앞줄과 뒷줄이 교대해 가며 차륜전을 치르는 반면, 개미족은 모두가 필사적으로 싸워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리아나에 의해 기절해 있던 킬러 퀸이 깨어나며 케어가 맞춰 둔 절묘한 균형이 급속도로 기울었다.

“케어 님, 진영이! 진영이 무너지고 있어요!”

호들갑 떠는 티아벨을 향해 케어가 웃어 줬다.

“내 계산 이상으로 잘 버텨 줬어.”

“케어 님! 이제 얼마 못 버틸 거예요!”

“충분하단다. 우리가 이겼어.”

“네?”

그러나 상황은 케어의 말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개미족 진영이 붕괴하며 난전으로 치닫자, 자이언트 워커들이 급속히 무너졌다.

킬러 퀸을 상대하면서 후방까지 밀려버린 제르다코와 친위대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그런 상황에서 케어의 여유 넘치는 모습은 시녀 개미들에게 이상하게 비칠 정도였다.

“티아벨… 페르는 소심한 겁쟁이란다. 그런 녀석이 치고 나갔다는 건, 찰나의 시간만 벌어도 충분하다는 의미였지. 그리고 우린 그 시간을 버는 데 성공했어.”

“그게 무슨…….”

케어의 시선이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시녀 개미들이 케어의 시선을 쫓자, 찢어지는 고치가 보였다.

“우리가 가진 비장의 무기는 언제나 포스였어.”

케어의 말에 맞춰 고치가 완전히 열리며 진득한 액체와 함께 진화한 포스를 쏟아냈다.

포스가 눈을 뜨는 순간, 개미들은 찰나 간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았고, 한층 더 강해진 개미족이 말벌족을 밀어붙였다.

개미족이 갑작스럽게 강해지자, 당황한 말벌족들이 조금씩 물러났고, 포스의 존재를 느낀 양 진영은 전투를 멈췄다.

뚜벅뚜벅.

포스는 외골격 비중이 매우 높은 인간형 개미로 진화했다.

흑색의 외골격 밖으로 노출된 부위는 새하얀 얼굴 정도였고, 개미 투구 밖으로는 갈색 장발이 보였다.

마치 개미 갑주를 입은 여기사 같았다.

“개미족이 아닌 녀석이 보이는데?”

포스는 꼬리뼈와 연결된 개미 엉덩이와 더듬이를 움직여 보더니 전장의 상황을 파악했다.

“위기 상황인가?”

포스를 확인한 케어는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울트라가 아니잖아!”

케어가 예상한 스토리는 포스가 거대종인 울트라로 진화하여 압도적인 피지컬로 침입자를 제거해 주는 것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포스는 수호종이라 불리는 가드 퀸으로 진화한 것이었다.

가드 퀸과 울트라의 전투력 차는 하늘과 땅 차이.

아무리 포스라지만, 가드 퀸의 육체로 킬러 퀸 여섯과 남은 자이언트 킬러비를 홀로 상대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포스 또한 인정했다.

“이 몸… 익숙지 않을 뿐더러 가볍기까지 하군. 예전 같은 파괴력은 기대하기 힘들겠어.”

포스의 존재가 드러나자 개미족과 말벌족의 희비가 엇갈렸다.

“포스님이… 가드 퀸이라니…….”

“뭐야? 인간형이잖아! 울트라라도 뜬 줄 알고 깜짝 놀랐네.”

포스는 자신이 무시 받는 상황이 신선했다.

“빅 퀸이던 시절이 떠오르는군…….”

그러고는 적과 아군이 혼재한 전장을 향해 걸어갔다.

뚜벅뚜벅.

너무도 무방비한 포스의 모습에 케어가 말리려 했다.

“포스, 지금의 네 능력치론 킬러 퀸 하나를 상대하는 게 고작이야! 그러니…….”

케어는 뒷말을 삼켰다.

포스가 나서지 않으면 최악의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케어, 넌 걱정이 너무 많아.”

케어가 걱정할 만한 것이, 진화한 포스에겐 육중한 몸도, 강력한 턱도 없었다.

거기다 포스는 대부분의 마력을 진화하느라 소진하여 적은 양의 마력만이 남은 상태였다.

“한 줌의 마력이면, 충분하다.”

말벌족들을 상대로 포스가 강렬한 페로몬을 풍기며 자신감을 보이자, 티아벨이 케어에게 물었다.

“포스 님의 각성 능력은 뭔가요?”

케어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장로 개미 중 소수가 능력을 각성하듯, 여왕개미 중 일부는 능력을 각성하지 못해.”

“네?”

“포스는 능력을 각성하지 못한 여왕이야.”

시녀 개미들이 놀랄 때, 자이언트 킬러비가 포스를 포위했다.

“제 발로 나서 주다니!”

“멍청한 여왕개미군.”

사방에서 자이언트 킬러비가 덮쳐 왔지만, 포스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가볍게 피해 냈다.

그걸 본 케어가 말했다.

“포스의 전투 감각은 고유 능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 하지만 지금의 육체로는 회피가 고작이야. 가드 퀸으로 진화한 그에게 놈들을 죽일 힘이…….”

부족할 거라고 말하려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포스가 가볍게 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자이언트 킬러비들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죠? 능력을 각성하신 건가요?”

티아벨의 물음에 케어는 감정 능력을 끌어올렸다.

“아니야. 저건 개미족의 각성 능력 따위가 아니야!”

케어조차 포스가 보여 준 능력의 메커니즘을 알 수 없었다.

‘마력을 쓰고 있어… 아주 미량의 마력을!’

케어의 의문에 답하듯 포스가 말했다.

“마력을 극도로 압축시켜 적의 몸에 쑤셔 넣어 터트렸을 뿐이다. 이러면 한 줌이라도 충분하거든.”

그 말을 들은 케어와 제르다코는 경악했다.

포스가 말한 방식으로 마력을 운영하기 위해선 초월적인 마력 제어력이 동반돼야 했고, 그건 이미 고유 능력의 영역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이언트 킬러비들이 덮치는 족족 역공을 당해 죽어 나가자, 깜짝 놀란 킬러 퀸들이 가세했다.

킬러 퀸들이 간격을 재며 포스의 허점을 노렸지만, 가볍게 피해 낸 포스가 거리를 좁혀 킬러 퀸의 팔과 다리를 터트려 버렸다.

킬러 퀸 여섯 마리가 처리되는 건 순식간이었고, 장내의 모두가 깨달았다.

포스에겐 킬러 퀸이든 자이언트 킬러비든 똑같은 잡몹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 겨우 절반인가? 나머지는 왜 안 오는 거지?”

두려움을 모르던 말벌족이 하나둘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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