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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자원 개미군단-59화 (58/189)

59화. 개미교

남쪽 외곽 영역으로 나온 나는 대기 중이던 정찰 개미를 만나 주변 정보를 들었다.

“다크 님, 사방에 모두 고블린 부락이에요.”

“그래?”

주변 숲을 둘러보니, 고블린 특유의 초록 마력으로 가득했다.

“무장 고블린 이삼백 이 넘는 부락만 여덟 개에요.”

“크네.”

규모가 큰 부락들이 많다는 것에 살짝 놀랐지만, 그렇다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일단 영역 외곽을 소탕하며 이곳을 벗어나자.”

영역 외곽과 이어진 출입구 인근 고블린들을 정리해야 보급로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분가한 여왕들의 위협도 제거되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었다.

우린 유격전, 즉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투의 묘미를 살려 부대 단위로 흩어져 사냥했다.

슈슈슈슉!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화살을 끊임없이 퍼붓는 궁기병은 뚜벅이로 절대 잡을 수 없다.

그렇다 해도 화살 없인 싸울 수 없는 게 궁기병이라, 화살이 절반 정도 남으면 거창 돌격으로 포위망을 돌파한 후 외곽 기지를 찾아가 화살을 보충했다.

돌아다니는 고블린 부대를 격파한 후, 부락에 남은 경비병까지 모두 제거하면 둥지에 연락해 일대의 자원을 쓸어가게 했다.

그렇게 고블린 사체와 나무 자원을 확보하니, 이젠 급할 게 없어졌다.

‘계속 괴롭혀 주마!’

아홉 개의 궁기병 부대가 종횡무진하자, 놈들도 고블린 라이더와 주술사를 끌어모았다.

그러한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나의 마안에 감지됐다.

‘정예 병력들이 저쪽에 모이고 있어.’

나는 정찰대를 움직여 라이더와 주술사를 주시했고, 놈들이 모였다는 소식에 기습을 감행했다.

놈들은 고블린과 늑대의 조합.

정예 고블린이긴 하나, 품은 마력으로 보아 3차 진화종인 우리의 상대는 아니었다.

“돌격!”

그러니 200기의 라이더를 상대로 100기의 궁기병을 돌진시켰다.

‘등자와 안장도 없고… 가죽 갑옷에 철제 단검인가?’

위협이라면 녹슨 철검의 파상풍 정도?

“쏴라!”

슈슈슈슉!

놈들은 접근하기 전에 녹아내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의병을 상대해 본 놈들인지, 가까이 붙기만 하면 단검으로 워커맨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멍청하네. 예전의 기의병이 아닌데 말이지.’

강도가 칼을 빼 들면 더 큰 칼로 제압하는 게 효과적.

“코피스, 발도!”

무기 중심이 칼끝으로 쏠린 도끼 같은 곡도.

워커맨들이 코피스를 빼 들자, 고블린 라이더들이 당황했다.

하드 워커와 충돌한 늑대들은 트럭에 치인 고라니 마냥 피떡이 됐다.

체급에서 큰 차이를 보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충돌하기 전, 워커맨을 향해 점프한 고블린들은 어김없이 코피스에 찍혀 쪼개졌다.

코피스를 단검으로 막아 낸 녀석들은 단검과 사이좋게 쪼개졌다.

‘이쪽은 강철 칼이라고.’

궁기병 중앙에 있던 내가 말벌창을 휘두를 필요도 없이 라이더들이 정리됐다.

“고작 늑대와 고블린이 궁기병의 상대가 되겠냐?”

라이더 부대를 처리한 후, 마안과 정찰대를 활용해 주술사를 찾아냈다.

주술사는 귀했는지 부대를 이룬다 해도 스무 마리 안팎이었다.

놈들의 상대는 어렵지 않다.

내가 미끼가 되어 불덩이를 받아 내고, 그 사이 궁기병이 저격하면 된다.

‘이게 바로 상성이란 것이다.’

나는 날아오는 불덩이를 향해 공허의 마력을 퍼뜨렸다.

공허의 마력은 흑마력을 다루는 내 눈에만 검보랏빛을 띌 뿐, 실제로는 투명했으며 물리적인 힘은 없었다.

그러나 마력을 먹어 치우는 힘이 있었고, 마법의 본질은 마력 덩어리.

즉, 나의 마력은 마법을 지워 버리는 셈이었다.

비장의 마법이 통하지 않자, 주술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나는 당황한 주술사들을 상대로 말벌창을 휘둘렀고, 흩어져서 달아나는 녀석들은 궁기병이 사살했다.

주술사와 라이더를 내가 제거하고 다니니, 궁기병들은 숲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궁기병이지.’

아홉 개의 궁기병 부대.

한 개의 부대가 하루 한두 개의 촌락을 토벌했고, 그곳에서 많은 수의 암컷 고블린과 새끼 고블린을 잡아들였다.

“다크 님, 인간 여자가 있습니다.”

“또?”

보통 북쪽 영역에서 낮은 확률로 인간 여자가 발견되는데, 여기는 남쪽임에도 인간 여자가 자주 발견됐다.

‘이 녀석들… 갑자기 불어난 이유가 있었어.’

고블린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인간 여자를 다수 확보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숲의 마력을 유심히 관찰했다.

‘북쪽으로 갈수록 초록 마력이 짙어지고 있어.’

정찰대를 움직여 확인해 보니, 북쪽으로 이동하는 부대가 한둘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고블린들의 합류지가 있다. 목적이 뭐지?’

놈들의 토벌을 잠시 중단하고 북쪽으로 이동해 봤다.

‘이건…….’

며칠간 북쪽으로 이동하자 인간들의 영역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미 고블린들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강렬한 마력이 들끓고 있는 게 보였다.

말벌족과의 전쟁 때 이러한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건 대규모 전쟁의 징조야.’

고블린들이 인간들과 전쟁을 준비한다는 걸 직감한 나는 둥지에 돌아가 출입구의 완전 봉쇄를 요청했다.

“안 돼! 절대 안 돼! 식량이 알아서 굴러 들어오는데 왜 막으라는 거야?”

페르가 극구 반대했지만 결정권은 1장로인 일리아나에게 있었고, 일리아나 또한 다수의 장로가 동의하면 따라야 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절반 정도의 고블린이 북진할 거예요. 그때를 노리면 좀 더 쉽게 영역을 되찾을 수 있어요.”

반대로 계속 버텼다간 놈들의 칼날이 우리 쪽으로 돌아설지도 몰랐다.

‘일리아나가 망설이고 있어.’

나는 언더리페, 네트리, 캐리, 트라이 등 합리적인 장로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했다.

다수결의 결과로 고블린에게 노출된 출입구는 모두 봉쇄하게 됐다.

“또, 또, 또! 날 무시했어!”

“페르, 진정해. 장로들이 널 무시한 게 아니야. 군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거지.”

“나도 마찬가지라고!”

케어가 삐진 페르를 달랬고, 언더리페는 출입구를 무너뜨리러 갔다.

최근 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던 포스가 떠나는 내게 염화를 보내왔다.

[조심해라. 고블린 놈들이 심상치 않다.]

[네. 조심할게요.]

메인 출입구는 막혔지만, 영역 외곽에 자리한 출입구는 건재하다.

정찰병과 궁기병들은 그곳을 통해 오갔고, 고블린들을 소극적으로 토벌하며 동태를 살폈다.

‘확실히 인간들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해.’

고블린 토벌로 둥지의 인간 여자가 늘고 있었고, 놈들이 북진하여 인간들과 충돌하면 양쪽의 무력과 문명 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재밌는 불구경이 되겠어,’

다만, 불구경은 재밌으나 적응하지 못해 죽어 가는 인간들이 신경 쓰였다.

루리아 또한 적응을 힘들어하는 여자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나의 목상을 쥐고서 기도하는 데이지를 보게 됐다.

‘기도하는 건가? 개미인 내 목상에?’

신앙에는 국경이 없다.

거기다 나라가 망해도 뿌리 내린 신앙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신앙을 이용해 인간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면, 데려온 인간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지에서 4년 넘게 보내며 열여섯 살쯤 된 데이지에게 물었다.

“기도하는 거야?”

“네. 그럼 맘이 편해져서요.”

“그건 직접 만든 거니?”

“아니요, 은발 개미님이 주셨어요.”

“인간형 개미였어?”

“네.”

은발에 인간형이면 소드 앤트였고, 블러리와 나우피어 밖에 없었다.

‘나우피어의 취미가 조각이었지.’

데이지와 피규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목상에서 가능성을 느낀 나는 디그파를 불러 신전을 짓게 했다.

“신전이요?”

“여기 제단을 만들고, 일정 간격으로 기둥을 만들어 줘.”

내부는 나우피어에게 꾸미도록 했다.

“여왕님들을 중앙에 조각하고, 이쪽은 장로들을 조각해 줘. 그리고 장로 후보들은 저쪽, 간부들은 이쪽, 나머지 녀석들도 조각해 줘.”

“네, 알겠어요.”

벽면, 천장, 그리고 기둥까지 모두 나우피어의 조각대가 됐다.

나우피어는 간만에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다며 좋아했다.

“여왕님들만 실제보다 좀 더 크게 조각하고, 다른 분들은 동 비율로 하면 되는 거죠?”

“맞아.”

그렇게 신전 건축에 대한 지시를 마친 나는 적당한 곳에 좋은 문구를 새겨 넣으려 했지만, 이곳의 문자를 알지 못했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인간들에게 문자를 알려 달라고 했다.

“죄송해요. 저희 중에 문자를 아는 사람이 없어요.”

최근 인간들이 스무 명까지 늘었다.

절반은 상태가 안 좋아 오늘내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스무 명인데 문자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잘 찾아봐. 분명 있을 거야.”

“죄송해요. 정말 없어요.”

나는 루리아가 문자도 모르면서 어떻게 의뢰를 받아 수행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길드에 가면 의뢰서를 읽어 주는 사람이 있고, 알맞은 의뢰를 찾아 주는 서비스도 있어요. 당연히 유료고요.”

이곳 세계에는 글을 읽거나 대신 써 주며 돈을 받는 직업이 있다고 했다.

분명 지구에서도 근대화되기 이전까지는 흔한 직업이었다.

‘문맹률이 너무 높아.’

신전의 토대는 금세 갖췄지만, 나우피어의 조각들로 꾸며지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그전에 고블린들이 북상할 것이고, 그때 영역 내의 고블린을 토벌할 생각이었다.

‘인간들을 구하다 보면 문자를 익힌 여자도 있을 거야.’

어느 순간 숲의 초록 마력이 옅어졌다.

놈들의 주력이 북진한 것이다.

‘지금이다.’

내가 대대적인 고블린 토벌을 시작하자, 모루 역을 맡고 있던 울트라 부대와 하드 워커 부대도 튀어나와 고블린 부락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죽여라! 반항하는 녀석들을 모두 죽이고, 항복한 녀석들은 잡아들여라!”

하루에도 수백의 암컷 고블린과 새끼 고블린을 잡아들였고, 십여 명의 인간 여자를 확보했다.

페르는 수컷 고블린의 정기와 마력을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빨아먹더니 산란량을 늘렸다.

월 400개에 가까운 알을 낳게 된 페르는 날이 갈수록 민감해졌다.

“먹을 거 가져와! 더 가져오라고!”

케어는 매달 50개의 알을 낳았고, 포스는 스무 개만 낳으며 온종일 명상만 했다.

고블린 토벌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확인한 나는 둥지에서 하이 페어리 스무 마리를 데려왔다.

“다크 님, 저희도 고블린을 사냥해야 하나요?”

어디서 구해왔는지 긴 바늘을 가지고 나온 하이 페어리들.

“아니, 너희들은 투명 가루로 우리의 모습을 감춰 주면 돼.”

“그리 오랫동안 감춰드릴 수는 없어요.”

“괜찮아. 필요할 때 잠깐이면 되니까.”

궁기병 100인대 중 80기의 지휘를 가디언들에게 맡긴 나는, 남은 스무 기와 하이 페어리 스무 마리를 데리고 북상한 고블린을 쫓았다.

며칠간 이동하여 적당한 고지에 도착한 나는 성채 앞에 진을 친 고블린 대군을 보게 됐다.

‘도대체 몇 마리지?’

수천 규모를 가볍게 넘어선 고블린이 평야를 메우고 있었다.

‘봐도 알 수가 없네.’

육안으론 부대 규모를 알기 힘들었고, 마력 또한 얽히고설켜 쓸 만한 정보를 건질 수 없었다.

“너희들이 나서 줘야겠다.”

“네!”

나는 스텔스 능력을 갖춘 하이 페어리들을 보내 고블들과 인간의 부대 구성을 알아 오게 했다.

태양이 떨어질 무렵, 고블린들이 성벽을 향해 돌격했다.

성벽의 높이는 못해도 12m.

고블린들은 나무 사다리를 가져와 성벽에 걸었다.

성벽 위에선 병사로 보이는 인간들이 화살을 쐈고, 무장도 갖추지 못한 인간들이 끓는 물을 부었다.

‘잘 막아내고 있네.’

그때 하이 페어리 한 마리가 날아왔다.

“자이언트 고블린 부대가 문을 부수려 해요.”

1.8m의 자이언트 고블린 정도론 성문을 부술 수 없었다.

‘공성 병기도 없이 성문에 돌진하는 건 자살 행위야.’

낮이 오자 고블린들이 물러났다.

평야에 진을 치고 휴식을 취하는 고블린.

기회라고 생각한 인간 측에서 성문을 열더니 500기의 기병이 튀어나와 고블린 진영을 습격했다.

기병들은 고블린 진영을 돌파하여 숲으로 들어갔고, 일부 고블린이 기병들을 쫓기 시작하자 고블린 진영이 흔들렸다.

‘500기로 치고 나오다니.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나는 하이 페어리 몇을 보내 기병들의 무장을 확인했는데, 전부 제각각이었다.

판금 갑옷, 사슬 갑옷, 가죽 갑옷.

무기 또한 철퇴, 대검, 장검, 창, 월도.

가지각색이었다.

‘무장을 모두 개인적으로 마련하는 건가?’

저런 부대로 어떻게 싸우나 싶지만, 정말 잘 싸웠다.

‘선두의 기병들은 가디언 수준으로 강해.’

마안으로 집중해서 보면, 절반의 기병들에게선 몬스터에게서 볼 수 없는 짙은 색의 푸른 마력이 보였다.

‘놈들도 모루와 망치 전술을 쓰고 있어.’

숲에 들어갔던 기병들이 다시금 돌아와 고블린을 한차례 쓸어버리며 성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낮에는 인간들이 공격하고, 밤에는 고블린이 공격한다.

얼핏 보면 인간들이 이기고 있는 듯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고블린들은 병력을 계속해서 충원하고 있었고, 자이언트 홉 고블린 부대와 홉 고블린 주술사 부대가 예비대로 대기 중이었다.

거기다 회색 늑대를 탄 홉 고블린 라이더 부대와 홉 고블린 사제 부대도 있었는데…….

‘저들이 움직이면 판도가 달라질 거야.’

예상대로 그들이 움직이자 성채는 반나절을 버티지 못하고 함락됐다.

성안에서 한껏 불어난 놈들의 다음 행보를 생각해 본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거… 어떡하지.’

아무래도 개미족의 멸망 위기가 찾아온 듯하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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