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67화 (66/189)

67화. 격돌, 고블린 로드

고블린 로드가 허탈해하며 대검을 빼 들었고, 그의 전신에서 초록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에 맞서 메가피르와 게르피아가 턱에 갈색 기운을, 블러리와 나우피어는 쌍검에 은색 기운을 피워 올렸다.

나 또한 베슬리를 타고서 말벌창으로 흑마력을 끌어올린 채 데카이저와 맞섰다.

“여기까지다, 고블린.”

“조심해라. 포스 님 이상의 강자다.”

“크히히, 썰어 주마!”

“실수해도 욕하지 마세요…….”

넷이서 한마디씩 하며 로드와의 격돌을 준비했고, 로드가 돌진한 순간, 포스를 상대로 수십 번의 연습을 거친 치밀한 합격진이 펼쳐졌다.

좌측, 메가피르와 블러리.

우측, 게르피아와 나우피어.

넷은 고속의 연계 공격을 퍼부었다.

카강! 카가가강!

개미족 최강인 포스조차 10합을 버티지 못한 맹공에 로드는 금세 적응하여 대응했다.

“놀랍군. 이 정도로 강한 개미족이 있을 줄이야. 사천왕을 내보내는 게 아니었어.”

전투 중에도 다양한 감정을 내보이는 놈에게선 여유라는 게 느껴졌다.

그에 반해 개미족 정예 넷은 필사적.

‘역시 강해.’

충돌의 여파로 공기가 터져 나갔고, 마력 가루가 흩날리며 일대의 마력 농도가 급상승했다.

제르다코는 별 상처가 없었지만, 일리아나는 능력의 반동으로 손잡이만 남은 말벌창을 쥐고서 대짜로 뻗어 있었다.

“아쉽네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녀석이라지만, 사자는 토끼를 사냥해도 최선을 다하는 법인데, 놈은 상처 입은 맘모스.

‘개미족 영역 깊숙이 들어오고도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놈의 몸엔 개미들의 추적 페로몬이 잔뜩 묻어 있었고, 힘으로 뚫기 부담스러운 함정들로 도주할 루트를 제한한 상황.

즉, 이대로 놈이 함정과 매복을 피해가며 도착하게 될 곳에는…….

‘풀 버프를 받은 최강 병기, 포스 님이 있으시단 말이지.’

이어진 전투에서도 초록 마력과 마력 폭발이 공간을 점령해갔고, 로드가 피를 뿌리는 만큼 포스의 외골격이 뜯겨 나갔다.

‘포스가 웃고 있어.’

그들의 사냥 방식은 매우 단순했다.

달리고 또 달려서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쫓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땀샘을 통한 체온 조절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은 사냥감보다 좀 더 멀리, 좀 더 오래 달릴 수 있어 생존할 수 있었다.

‘상대보다 강하지 않더라도 이길 방법은 있어.’

전투 초기에는 포스가 조금 밀리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스는 강해졌다.

‘움직임을 읽고 있다.’

만약 고블린 로드가 시작부터 진지하게 싸움에 임했더라면 승부를 점칠 수 없었겠지만, 놈은 포스를 떨쳐 내고 도주할 생각으로 전력을 쏟지 않았다.

그에 비해 포스는 그를 죽이기 위해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며 탁월한 전투 감각으로 로드의 기술까지 파훼하고 있었다.

‘확실히 네놈은 강해. 포스도 버티지 못한 우리들의 합공을 버텨낸 것도 모자라 제르다코와 일리아나의 합공도 뚫었어. 거기다 얼마 남지 않은 마력과 체력으로 풀 버프의 포스를 상대로 이만큼 싸웠으니…….’

고블린 로드의 무력은 무척 강하나, 내가 상정했던 압도적인 괴물 정도는 아니었다.

그 결과, 3.5차 정예만으로 이만큼 힘을 뺄 수 있었고, 조만간 포스의 선에서 고블린 로드가 정리될 것 같았다.

‘끝나가는군.’

포스가 시간을 끌어 준 덕에 인근의 고블린을 깔끔히 정리한 하드 부대와 궁기병들이 모여들었고, 고블린 로드가 절대 살아나갈 수 없는 천라지망이 완성됐다.

끝까지 도주를 포기하지 않던 고블린 로드는 더는 가망이 없음을 깨닫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대검을 내렸다.

포스는 공격을 잠시 중단하고 감상에 빠진 고블린 로드를 기다려 줬다.

“내가 인간들이 아닌 너희부터 처리했더라면… 내게도 강한 부하들이 있었더라면… 전장이 이곳이 아니었더라면…….”

“생각이 많군. 우리에게 졌다는 게 석연치 않나?”

“그래! 오그르트도, 나르본느도, 헤라클레스도 아닌! 이름조차 모르는 개미족에게 패배하는 건… 내게 수치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듯, 고블린 로드가 생명을 불태워 강렬한 마력을 피워 올리자 기운에 견디지 못한 대검이 부서졌다.

그는 대검 손잡이를 집어던지고 양 주먹에 녹색 기운을 모았다.

‘아직도 이런 힘이!’

놈의 마력이 일대를 짓눌렀고,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압박감이 전해졌다.

‘큭.’

이 순간 고블린 로드가 절대로 상대해선 안 될 괴물이 됐다는 걸 직감한 나는 포스에게 염화를 보냈다.

[포스 님, 작전명 괴물 몰이로 전환합니다! 하드 워커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약속된 장소로 이동해 주세요!]

고대의 인간에겐 날카로운 발톱, 강력한 송곳니, 단단한 뿔, 두꺼운 가죽… 그 무엇도 없었다.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했던 인간은 자신보다 순간 속도에서 월등히 앞서는 동물을 사냥해 먹었는데.

원래는 포스가 첫 타자로 나서서 희생 플레이로 놈과 맞서는 동안, 포위망을 정비한 장로와 무투파 개미들이 마무리하는 작전을 세웠다.

고대의 인간이 그러했듯 나는 개미족의 조직력을 이용해 고블린 로드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이 숲을 배회하게 할 작정이었다.

[포스 님?]

그러나 포스는 계획과 달리 물러서지 않았다.

“내 이름은 포스. 최강의 개미 포스다!”

고블린 로드가 조금 전에 한 말이 신경 쓰인 건가?

이름을 밝힌 포스에게 돌아온 건 고블린 로드의 비웃음이었다.

“네놈 따위에게 알려 줄 이름은 없다.”

급히 하드 워커들을 돌진시켜 포스를 지키게 했지만, 포스의 행동이 더 빨랐다.

고블린 로드가 초록빛 마력을 수십 갈래로 쏟아내자, 포스가 마력을 충돌시켜 터트리는 기술을 구사해 일대에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켜 로드의 공격을 상쇄했다.

그곳에선 지칠 대로 지친 상처투성이의 고블린 로드와 풀 버프 상태인 완전체 포스가 박빙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작전이 맘에 들지 않았던 내가 반려했다.

‘비장의 카드는 원래 마지막에 쓰는 거야.’

쾅! 콰쾅! 캉!

고블린 로드의 무덤이 될 마지막 결전지에 도착했다.

‘둘 다 대단한걸.’

무한자원 개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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