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자원 개미군단-91화 (90/189)

91화. 무한 광물

대륙에는 무수히 많은 신앙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제국의 국교이기도 한 헬리오스 교.

태양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들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헬리오스는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여 왕족과 귀족 남성에게 인기가 많았다.

다만, 클라우드 왕국에는 수도에만 신전이 있어 신도가 적다.

바르퀴르 영주와 협의가 오간 교단은 두 곳.

세레나 교와 아레스 교였다.

달의 여신이자 미의 여신으로 알려진 세레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고, 전쟁의 신인 아레스는 칼 밥 먹는 인간에게 인기가 많았다.

한 집단이 유지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교단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수천 년간 각자의 특색을 발전시켜 돈을 벌었다.

세레나 교는 금남의 세력이다.

자애 넘치는 미모의 수녀들이 신도들을 대상으로 교양을 가르치며, 마시고 바를 수 있는 미용수를 팔았다.

돈을 내면 사제가 점을 봐주기도 하고, 미팅을 주선해 주기도 하며, 여성들의 건강을 관리해 주곤 했다.

세레나의 사제들은 행운의 축복과 매력의 축복이 특기였고, 무력 집단으론 달빛 검술을 익힌 성검사를 운용했다.

달빛 검술은 아름다운 검술로 유명했고, 세레나 교에 돈만 내면 타인에게 전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배울 수 있다.

아레스 교는 사제와 신관 대신 성전사와 성기사가 있다.

그들은 백병무투라는 실전 무술을 익혔다.

백병무투란 백 가지 무기술의 정수라 할 수 있으며 모든 무기술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단순하고 무식한 단련법으로 인해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도 교육비가 다른 교단에 비해 싼 편이라 많은 용병이 아레스 교를 통해 무기술의 기초를 배웠다.

아레스 교는 외상에 한정된 치유 마법이 특기였고, 각종 버프 마법과 집단 버프에도 능했다.

두 교단 모두 상처 치유와 체력 회복 효과를 가진 포션을 판매했는데, 설사병이 유행하며 사망자가 속출하자 두 교단은 본격적인 교세 확장에 들어갔다.

“설사병은 위험한 병이에요. 늦지 않았으니 신께 자애를 구하세요.”

세레나 교는 설사병에 걸린 부유층의 여인들에게 포션을 팔며 믿음을 전파했고, 아레스 교는 기사와 용병을 대상으로 포션을 팔았다.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돈이라는 성의가 부족한 서민에겐 희석된 포션을 제공했다.

하급 포션을 복용한 부유층은 자가 치유를 위한 체력을 얻었지만, 희석된 포션의 효과는 대단치 못하여 위중한 인간을 살리기엔 부족했다.

“그들은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믿음이 있다면 신의 은총이 함께할 것입니다.”

약효와 무관하게 운 좋게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이 교의 열렬한 추종자가 됐다.

브랜드 파워가 막강했던 두 교단은 약국과 충돌할 일 없이 교세를 확장해 갔다.

그들이 교세를 확장해 갈 때, 개미 상단은 길거리의 시체를 회수하고 다녔고, 이를 도시의 청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착각한 인간들이 다크를 칭송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왔을 때쯤.

인간들은 의아해했다.

폭우와 전염병, 그리고 흉작까지…….

모두가 폭망하여 교단에 대한 믿음을 버팀목 삼아 살아갈 때, 아무리 봐도 믿음이 부족해 보이는 개미 저택의 관계자들은 너무도 풍족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약국은 적자 사업으로 전락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설사병이 퍼지며 농민, 용병, 상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망해 가는 상황.

노예 상인들조차 상품인 노예들이 병들면 그대로 내다 버렸다.

‘이거야 원. 안 주워 담을 수가 없군.’

공짜로 대량의 노예를 확보하게 됐고, 그들은 지하에 보내져 기초 교육을 받았다.

소비가 위축되니 직원들이 한가해졌다.

“문트리아, 나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자들을 선발해서 지하 교육장으로 보내.”

“충성심만 보면 되나요?”

풍기는 마력을 통해 잠재력이 있어 보이는 자들은 내가 미리 걸러서 둥지로 보내 버렸으니, 남은 자들 중에 특출 난 자는 없다.

“응, 충성심만 보면 될 것 같아.”

나는 비앙카에게도 나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고아를 선발하여 지하로 보내게 했다.

지하로 보내진 인간은 1차적인 교육을 받는다.

1차 교육에서 기초 과정을 수료한 인재 중 우수한 자들을 선발하여 둥지로 보내 심화 과정을 밟게 했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지상으로 보내 직원으로 등용하거나 스파이로 써먹었다.

심화 교육을 거친 인간은 실버급 용병에 근접한 무력을 갖추게 되어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개미족의 존재를 알게 된 자 중, 나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한 인간은 지상에 올라올 일 없이 페르의 식탁에 보내졌다.

페르는 한 해 동안 무수히 많은 인간의 정기를 흡수하여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다.

3.5차 가디언급의 신체 능력을 갖췄으니까.

마력수를 흡수해 신체 능력을 올린 나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페로몬 특화종, 그것도 여왕이 전투에 특화된 솔져 계급과 동등한 신체 능력을 보유했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업적이었다.

심화 교육을 받은 인간들의 일부는 수사와 수녀가 됐고, 수사와 수녀들도 하급, 중급, 상급으로 나누어 보수를 달리 지급했다.

진급하기 위해선 개미족과 사제들의 평가를 받아야 했고, 그중 나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개미교의 신도가 늘자 사제들에게 신비한 능력이 생겼다.

“개미신인 키틀레야 님이 신성력을 허락했어요.”

“그래?”

비앙카를 통해 사제의 능력을 확인해 봤다.

물에 신성력을 주입하면 최하급 포션이 만들어졌고, 회복 효과를 지닌 약물에 신성력을 쏟으면 하급 포션이 만들어졌다.

이는 모든 신성력이 가진 공통 특성이었고, 개미교의 신성력은 곤충형 몬스터와의 페로몬 소통을 가능케 했다.

‘흠…….’

페로몬 소통이라니.

솔직히 애매한 능력이라 생각했는데, 개미족을 신처럼 떠받드는 개미교 신도들에겐 대단한 능력으로 평가받았다.

신성력은 오러처럼 신체를 강화할 수도 있고, 치유력을 발휘하기도 했는데, 신도가 부족해서인지 포션 제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신체 강화도 대단치 못했다.

페로몬 소통 또한 하루에 몇 마디 주고받는 게 한계인 걸 보면…….

‘쓸모가 없군.’

물론 기도 시간이 늘고 신도가 많아질수록 사제들의 신성력도 조금씩 증가하는 걸로 봐서는, 나중에 쓸 데가 있을지도 몰랐다.

지상에서 일하는 신도들이 기도할 곳이 없다며 하소연하는 걸 들은 나는 몰래 모여 기도할 수 있도록 지하 곳곳에 신전을 만들어 줬다.

내게서 봉급을 받는데 세레나, 혹은 아레스 교를 믿는 인간이 나오면 바로 지하로 보내 개미교의 신도로 개조했다.

개조가 안 되면 페르의 식사가 될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미교의 신도는 늘어날 것이고, 타교의 신도는 차츰 줄어갈 것이다.

개미교의 신도는 은밀히 활동하니, 세레나와 아레스는 신도들이 야금야금 줄어가도 그 이유를 알아차리긴 힘들다.

겨울이 오기 전, 흩어져 있던 핵심 인원들을 불러 모았다.

백작령에 있던 루리아와 존.

자작령에 있는 베르딘, 월리엄, 메틴, 세바스까지.

메틴은 용병과 경비병 육성 담당이었고, 세바스는 저택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디아, 페스트, 나우피어까지 포함하여 둥지로 돌아갔다.

겨울은 휴식의 계절이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 좋은 시간이니까.

각자에게 수련을 명한 나는 세크리에게서 보고서를 받았다.

“다크 님, 여길 보시면…….”

현재 둥지는 페어리 계열, 자이언트 계열, 스마트 계열.

이렇게 크게 세 분류로 나뉘었다.

페어리와 꿀벌족이 농장일을.

페어리와 자이언트가 공사일을.

스마트가 사육, 가공, 행정 일을 맡고 있다.

“다크 님이 지시하신 연구 개발도 진척이 있었어요.”

머쉬파와 마고트가 식물과 생물의 종자 개량에 힘썼고, 메딕 앤트인 메디가 의학과 화학을, 엔지가 기계공학을 발전시켰다.

종이, 비단, 잉크, 영양액, 약품 등의 상품도 개미족에 의해 빠르게 발전 중이었고, 인간 장인들이 투입된 가죽 제품은 다양성을 확보해 갔다.

‘잉여 생산품이 너무 많아. 자이언트 레서로 인한 피해도 여전하고.’

쌓이는 물건이야 상업을 확대해 처리할 수 있지만…….

‘쥐약도, 함정도 안 통한다면 일일이 찾아내서 소탕해야 하나?’

색적 능력이 뛰어난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할 수도 있지만, 지하 10층까지 드넓게 확장된 둥지 전체를 커버하기에는 벅찬 감이 있었다.

‘미니 워커를 주축으로 쥐만 상대하는 전문 팀을 꾸려야겠어.’

보고서를 쭉 읽어 내려가니, 하위 군체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오크나무 숲 외곽에만 64개의 하위 군체가 있고, 아카시아 숲에 12개, 고블린 산맥에 24개가 있었다.

케어의 지시로 각 하위 군체에 일정 수의 자이언트 워커, 페어리 워커, 꿀벌족을 배치하여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고, 그 대가로 통제권을 강화하여 잉여 자원과 잉여 인력을 회수해 왔다.

100개의 하위 군체가 둥지를 확장해 가며 얻는 광물과 생산된 자원이 둥지로 흘러들어왔다.

본진은 넘쳐 나는 광물과 식량으로 인해 통로가 막힐 위기에 처해 있었다.

‘넘치는 자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니.’

이러니 쥐들의 문제가 뒷전일 수밖에.

창고를 직접 방문해 보니, 반짝이는 보석이 굴러다녔다.

‘노다지군.’

반짝이는 돌멩이에 가치를 부여하는 존재가 인간 외에 또 있을까?

‘보석을 팔아야겠어.’

보석같이 고가의 사치품은 백작령이나 수도에서 처분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하루빨리 백작령과 수도의 시장을 장악하는 게 좋겠군.’

보석을 판 돈으로 인간을 고용할 것이고, 그들 또한 개미교의 신도로 개조될 것이다.

‘인간들이 위험한 건, 물자에서 나오는 전쟁 수행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야.’

식량, 무기, 의료, 건축, 제조, 행정같이 전쟁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부분을 개미족이 장악한 뒤, 요식업, 숙박업, 섬유 사업, 관광업, 축산업 같은 걸 활성화해 인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관리하면…….

‘밥줄을 틀어쥐는 건가.’

냉병기 시대의 전쟁은 사소한 이유로도 발생할 수 있다.

내가 개입한 영지가 막대한 흑자를 내면 적자 영지가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왕국 규모로도 번질 수 있다.

그러니 인간끼리 죽고 죽이는 전쟁 속에서 개미족이 어떤 형태로 이익을 취할지도 고려해야 했다.

‘인간들은 그렇다 치고, 고블린은 어떻게 지냈지?’

수가 적은 암컷 고블린은 귀하게 모셔졌고, 수컷 고블린은 공사에 쓰였는데, 보고서를 읽어 보니 워커맨 감독관이 부족해 보였다.

“세크리, 관리가 안 되는 고블린들은 어떻게 처리했어?”

세크리가 보고서를 뒤지더니 한 장의 종이를 찾아 건네며 말했다.

“처음에는 솎아 내기로 식량화했지만, 지금은 사냥 개미들의 일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숲에 풀어 주고 있어요.”

이로 인해 숲은 떠돌이 고블린으로 가득 찼고, 둥지 내의 고블린은 자연스럽게 정예화를 이루었다.

“키카랑 데카이저는 별말 없어?”

“둘도 솎아 내기에 동참해 주고 있어요.”

개미족에게 길러지며 번영하게 된 고블린은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며 공생관계를 구축했다.

“숲의 생태는 어때?”

“여길 보시면…….”

숲에 고블린이 넘쳐나자 영양 가치가 높은 마수들이 늘었고, 고블린과 마수들은 개미 부대의 훌륭한 사냥감이 되어 줬다.

‘사냥감 고갈을 걱정했는데… 생태계 조성은 잘 된 것 같아.’

마수들과 사냥 개미들만으로 개체 수 조절이 힘들었는지, 넘쳐나는 고블린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이는 인간들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쩐지, 용병들이 아무리 쳐 죽여도 샘솟는 이유가 있었어.’

지금 개미족의 전력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번 데카이저 같은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을 것 같군.’

마석과 영양을 대량으로 수확할 수 있는 고블린 웨이브가 기다려졌다.

홉 고블린 노동력이 급증하면서 철기의 품질도 좋아졌다.

“그래도 많이 남네.”

놀고 있는 고블린이 너무 많다.

나는 하위 군체에 고블린 노예를 제공하여 확장을 가속하게 했고, 홉 고블린에게 교육 개미들을 붙여 심화 과정까지 가르치게 했다.

심화 과정을 통해 충성심, 지능, 무력 등을 끌어올린 홉 고블린으로 워커맨 감독관을 대체할 생각이었다.

“고블린 인력으로 바르퀴르, 벨레삭 그리고 수도까지 이어지는 지하 통로를 만들게 해.”

“네, 그럴게요.”

“이건 뭐야?”

“메탈 워커 관련 보고서네요.”

“메탈 워커?”

광부 일을 맡고 있던 자이언트 워커 일부가 메탈 워커로 진화하여 광물을 녹여 자유롭게 조형할 수 있게 됐다.

무한자원 개미군단

0